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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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김혜련
한숲아파트 103동 라인에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딱 한 쌍 산다
얼핏 보면 쌍둥이 같지만
의미를 부여해 보면
하나는 배가 둥그렇고 엉덩이가 펑퍼짐한 게
영락없는 아낙네다
나머지 하나는 볼륨 없이
한일자로 쭉 뻗은 게 남정네다.
늦은 퇴근으로
22시 30분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과
어려운 미팅을 하는 나는
잔뜩 긴장하기 일쑤다
뇌물 아니 선물이라도 준비할까 망설여진다.
만찬의 흔적 역력한 음식물들이
이미 수거함의 목젖을 틀어막아
가르렁거리는 숨소리가
병든 고양이 한 쌍처럼 버거워 보인다.
그래도 살살 눈웃음치며
시답잖은 애교작전으로
요것만 드셔 달라 사정하면
아낙은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한다
묵묵히 서 있는 남정네 쓰레기함을 대신하여
입바른 소리 잘하는 아낙은
나의 이기심을 콕콕 찌른다
“우리 이 아파트서 백년해로하고 싶어요.”
“여보, 안돼 보이는데 무리가 되더라도 그냥 받아먹읍시다.”
“안돼요. 당신 어제도 마음 약해서 다 받아먹어 기도 막혀 죽을 뻔 했잖아요.”
아낙의 입을 틀어막으며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남정네 쓰레기함을 뒤로하고
나는 붉어진 얼굴을 숨기며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른다.
김혜련
한숲아파트 103동 라인에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딱 한 쌍 산다
얼핏 보면 쌍둥이 같지만
의미를 부여해 보면
하나는 배가 둥그렇고 엉덩이가 펑퍼짐한 게
영락없는 아낙네다
나머지 하나는 볼륨 없이
한일자로 쭉 뻗은 게 남정네다.
늦은 퇴근으로
22시 30분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과
어려운 미팅을 하는 나는
잔뜩 긴장하기 일쑤다
뇌물 아니 선물이라도 준비할까 망설여진다.
만찬의 흔적 역력한 음식물들이
이미 수거함의 목젖을 틀어막아
가르렁거리는 숨소리가
병든 고양이 한 쌍처럼 버거워 보인다.
그래도 살살 눈웃음치며
시답잖은 애교작전으로
요것만 드셔 달라 사정하면
아낙은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한다
묵묵히 서 있는 남정네 쓰레기함을 대신하여
입바른 소리 잘하는 아낙은
나의 이기심을 콕콕 찌른다
“우리 이 아파트서 백년해로하고 싶어요.”
“여보, 안돼 보이는데 무리가 되더라도 그냥 받아먹읍시다.”
“안돼요. 당신 어제도 마음 약해서 다 받아먹어 기도 막혀 죽을 뻔 했잖아요.”
아낙의 입을 틀어막으며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남정네 쓰레기함을 뒤로하고
나는 붉어진 얼굴을 숨기며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른다.
댓글목록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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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고등학교의 짧은 방학이 어제 끝났습니다. 방학 동안 내내 보충수업하고 자율학습하고 잠시 며칠 쉬었지요. 그 시간을 이용하여 시 몇 편 쓰려고 몸부림치다가 겨우 건진 게 두 편입니다. 늘 건필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학교에 오면 학교에 쌓인 일덩어리 해결하느라 글 쓸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버리곤 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쓰렵니다. 제 존재의 이유를 글 쓰는 것이라고 한 말 되새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