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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수진 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1,075회 작성일 2003-06-10 12:16본문
미끄러지듯 버스는
도심의 오전을 잠시 닫고
길 위에 서면
창 밖으로 멀리
입맞춤 같은 노란 들꽃
유월의 가로수는
전날보다 푸르고 더욱 굳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꿈꾸는 한낮의 잎새
느린 것은 느리게
슬픈 것은 슬프게
아픈 것은
지금 낮게 흔들리며
투명하게 떠나는 버스 안에서
가린 것 없이 앉은 자리
지나간 것은
오늘 나를 붙잡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이유가
여름 속으로
뜨거운 여름 속으로
나를 데려가고
잠시 휴게소에 멈추는 버스
차가운 물 한 모금 손에 쥐고
돌아 나온 풍경
가야 할 길은
길을 아는
저 무수한 버스들 속에 어지럽지만
나는 주저 없이
나의 버스를 찾아 오른다.
조금 늦더라도 버스는
네 있는 곳에
나를 내려놓으리라.
댓글목록
박경숙님의 댓글
박경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탐색과 즐거움에 설레는 여행에서
어느덧 사색하는 여행이 되어가는건 나이 때문이겠죠!
오늘같은 날은 무작정 떠나고 싶네요..
최희령님의 댓글
최희령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기차를 더 좋아하지만 이수진 시인님의 글에 버스를 타고 싶다 생각 드는군요..
시인님께서 가지신 열정이 미소라는 해답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