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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주 추천수필]해후(邂逅)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최은지 이름으로 검색 댓글 3건 조회 1,228회 작성일 2003-05-17 06:45

본문

해후(邂逅) / 최은지

초록이 짙어지고 계절은 여름을 향하여 달리기하며 뉘 집 울타리에 장미꽃을
피워내는 계절이다. 초록과 어울린 붉은 장미의 웃음이 오월의 맑은 태양아래
매혹적인 휴일 해거름이다. 한가한 시간 별 할일 없이 TV속에 시선을 보내고
있다가 문득 얼마 전 내 사는 곳 과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는 친
구를 생각해 냈다. 그 친구가 이사를 하던 다음날 미처 전화를 옮기지 않아서
달리 연락 수단이 없는 친구 집을 찾아갔었다. 그러나 그 전날 친구와 전화로
이야기하면서 알려준 아파트 호 수를 내 기억에만 의존하고 아직 이사가 덜 되
어 있는 새 아파트에 찾아갔는데 가물가물한 기억 때문에 헛 걸음만 하고 돌아
왔었다. 그리고는 또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이렇게 문득 생각이 났던 것이다.

다시 찾아가는 마음이 자못 떨렸다. 얼마나 오랜만의 해후(邂逅)인지, 아이들
낳고 살림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충실히 살다보니 전화로 살아가는 이야기, 아이
들 이야기, 집안이야기... 나누면서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우정을 끈끈이 이어
오지만 얼굴 맞대고 이야기 한 기억이 언제이던가 까마득하다. 벌써 세월은 강
산을 한번도 더 변한 시간이 흘렀으니 말이다. 큰아이가 아장아장 걸음마 할 무
렵 새댁의 때를 벗지 못한 초보엄마의 모습으로 보았으니... 그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가 우정을 쌓아가던 그 나이가 벌써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
과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변한 것이라고는 몰
라보게 커 버린 아이들과 세월의 두께만큼 넉넉해진 몸매와 눈가의 줄음과 수줍
던 미소대신 호탕한 웃음이 나를 맞이한다. 차 한잔을 마시고 어느 집이나 별 다
름없는 같은 틀로 지어진 아파트지만서도 이곳 저곳 구경을 하고, 주인 만큼 깔
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렇게 집 구경을 하고는 두 가족이 모두
근처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글지글 피어나는 음식냄새는 우리들의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처럼 향기되어 피
어나고 불 위에 올려진 매콤하고 달콤한 갖가지 음식 맛처럼 아이들의 이야기와
주변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주위에 자리가 하나 둘 비어 지고, 시간은
깊어져 따라온 아이들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우리들만의 시간을 더 갖기 위해 조용
한 찻집에 들렀다. 지나온 삶의 이력들이 펼쳐진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문득문득 찾아오는 허무함과 어찌 살아야 할까 하는 삶의 고뇌로 때로는
잠 못 이루고 마음마저 방황하는 우리들 세대의 고뇌을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우리
의 인연이 맺어지던 그 작고 조그만 시골 중학교 운동장으로 추억의 여행이 시작된
다. 이렇게 녹음이 짙어 가는 오월이 되면 가장먼저 생각나는 등나무 벤치, 그 자주
빛 꽃봉오리를 주렁주렁달고 짙은 향을 피어내던 그 향기와 바람한자락 살짝 스처
지나가면 훅~~하니 날려오던 열기섞인 쑥향과 풀 향기 그리고 친구들을 생각해 냈다.
참으로 즐거운 회상이다. 가슴 가득 밀려오는 그리운 얼굴들이다. 늘 생활에 시달려
잊고 지나면서도 문득 떠오르던 얼굴들을 하나씩 들춰내며 추억의 오솔길을 걸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그 때 함께 했던 선생님과 친
구들...오늘 다 못 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하며 이제 지척에서 살아가게 되었으니
아무때나 노크하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친구의 집 앞에서 헤어져 들어오면서 생각해
본다.

친구란 과연 무엇인가?
친구란 "두개의 신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는 말.
정말 그럴지 모른다. 하나의 영혼으로 이어진 두 신체...그는 내 중학교 시절의 단짝
친구 였다. 늘상 함께 쌍(雙)처럼 붙어 다니던 친구였다. 그랬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만났는데도 전혀 어색함도 없고 외려 더 풍성해진 생각들과 이야기 거리에
가슴 따뜻해지고 우정을 지나 연민의 정으로 이어지고 있는지....건널목을 건너며 빨
간 신호등 앞에 잠깐 섰다. 이제 불혹의 강을 건너면서 각자의 반쪽들을 생각해 본다.
지금 직장을 바꾸고 잠시 쉬는 중이라 했다. 그래서 였을까? 그리 오랜만의 만남인데
얼굴빛이 그늘이 지어 있었다. 이런 쉼의 기회가 자주 오지 않으니 마음놓고 쉬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요즘 이런저런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고있는 내 반쪽이의 모습과 너
무도 닮아서 가슴이 아릿했다. 자신감을 잃어버린 사십대 그 터널을 슬기롭게 지나가
기를 그리하여 윤택한 노후의 어느 날 지금의 이야기를 추억담으로 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우리의 삶은 늘 도전이다. 그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잃어버린, 아니 너무도 신중하
여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진중(珍重)함이 도를 넘는 사십대 같아 아쉽다. 늘 푸른 신
호등만 바라보고 산다면 너무 교만해 지기에 이렇게 때로는 빨간 신호등에 걸려 잠시
쉬면서 삶을 돌아보아야 함이 삶의 이치인지 모른다.

댓글목록

이창윤님의 댓글

이창윤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오랫만에 이곳에서 뵙는 글 반갑습니다
요즘 무척이나 바쁘신듯, 통화가 어렵더군요
많은 의미 가꾸어 나가시느라 분주하신것이겠지요?

이민영님의 댓글

이민영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사십의 나이,말은 불혹이지만,그러나 상상해지는 것들은 현실에서 오는 것임으로 떨쳐버릴수없는,나이가 주는것이 아니라 삶이 주는것들,언제나 겪는 쓸쓸한 아름다움이지요,교만해지기에,때로는 빨간것들앞에서 움찔할수있는 슬쓸한 아름다움도 삶의 이치라는 隨想...잘 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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