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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갈증을 녹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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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 의중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0건 조회 1,638회 작성일 2003-02-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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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의 사색(思索) 3>


-그리움의 갈증을 녹이며-

아내와 나눈 첫 커피한잔은 세 번째의 만남에서였습니다.  저녁식사를 끝낸 후 서울시청 앞 광장의 서소문로 왼쪽에 있던 메이어라는 다방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만남 자체가 결혼을 전제로 한, 친지의 소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아마도 대화의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나로서도 이미 마음의 방향을 정하고있던 터라 차분하고도 진지하게 내가 가지고 있던 삶의 가치관과 이상(理想), 그리고 배우자에게 바라는 개인적인 기대 등을 가슴을 열고 시원스럽게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아내로부터 그 때 때묻지 않은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과 함께 너무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얼마간의 부담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날 나는 한잔의 커피를 비우는 동안 나름대로의 철학과 시(詩)가 담겨있는 가슴으로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하지 않았나 생각되어집니다. 

잔잔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결혼에 동의한다는 아내의 의사표시를 확인하고는 힘차게 다방을 나와 우리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은 채 어둠이 깔린 화려한 도심의 거리를 가로질러 명동성당까지 걸었습니다.
초가을의 이른 낙엽이 밟히는 성당 뜰에는 가로등 불빛사이로 달빛이 교교히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조금 한적한 곳을 찾아 커다란 나무아래 놓여있는 벤치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내에게 달을 가리키며 저 달이 내 친구라고 소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김 형석 교수가 쓴 수필집 '영원과 사랑의 대화'와 '운명도 허무도 아니라는 이야기'의 뒷부분에 어느 신부(神父)의 티 없이 맑은 사랑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신부가 나처럼 외로움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과 그 신부 역시 저 달을 친구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준 것입니다.

달이 그리움인 것은 천체과학적인 논리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저 달은 지구의 일부였을지도 모르며 나무를 떠난 낙엽처럼 우주 공간으로 떨어져나가 지구에 대한 그리움으로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구가 달을 향해 앞모습 뒷모습을 다 보여주는데 비해 저 달은 언제나 같은 면으로 지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달의 뒷모습은 볼 수가 없습니다.
달은 자전을 하지 않습니다.  한달 동안 지구를 한바퀴 도는 공전이 곧 자전이 되는 셈입니다.  달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햇빛 때문입니다.  해의 입장에서 보면 달이 지구의 앞뒤와 양옆으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기 때문인 것 같지만 달의 입장에서는 오매불망, 일편단심, 붙박이처럼 고정된 모습으로 지구만 바라볼 뿐 다른 곳으로 얼굴한번 돌리는 일이 없습니다. 
초승달에서 상현달 보름달, 다시 하현달 그믐달로 이어지는 변화는 달과 지구와 해의 삼각관계에서 생겨지는 현상일 뿐입니다.  달은 해의 사랑을 담뿍 받으면서도 그 사랑을 오직 지구를 향해 되돌릴 뿐 마음의 지조를 지키는 일에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달은 지구를 향한 영원한 그리움이며 불변의 페이소스(Pathos)입니다.  그러한 달이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달을 두고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는 일은 아름답고 순결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때의 달은 지금 저 하늘에 걸려있고 그 빛은 내 곁에 있습니다.  그리고 내 사랑은 멀리 바다건너에 있고 그리움은 이 가슴에 있습니다. 
한잔의 커피로 그리움의 갈증을 녹이며 흐르는 음악의 선율을 따라, 아내와 함께 했던 시간들, 마주앉아 나누던 커피한잔의 아련한 추억들을 더듬어봅니다.
어느 봄날, 봄맞이 드라이브 길에 양평근교의 남한강변에 있는 꽤 규모가 크게 잘 가꾸어진 개인별장의 노천카페에 앉아 봄바람에 찰랑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나누던 따뜻한 커피한잔! 
여름이 끝나는 저녁 무렵, 북한강변의 어느 토담집 카페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며 종업원이 틀어준 모차르트의 음악(혼 협주곡)에 취해 나누던 커피한잔! 
가을이 무르익은 산정호수의 호반을 군밤을 까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뿌려가며 한바퀴 돌고 난 후 호상(湖上)의 카페에 앉아 '사랑을 위하여'라는 노래를 들으며 나누던 커피한잔!
눈 덮인 산하를 굽어보는 한계령 고개 위에서 이리저리 눈 위에 새 발자국을 남기며 하얀 입김으로 겨울을 담아 마시던 종이컵에 담긴 그 뜨겁던 커피한잔!.... 
엊그제 손님들과 함께 클래식 라이브 뮤직 선율이 흐르는 신세계센터의 인터콘티넨탈호텔 커피숍에서 홍콩아일랜드의 화려한 야경(夜景)을 감상하며 커피한잔 나누는 자리에서도 밀레니엄 첫해의 여행길에 아내와 함께 앉았던 그 자리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보게 됩니다.

한잔의 커피는 기다리는 그리움입니다.
사랑에 목마른 영혼에게는 타는 갈증이기도 합니다.
사색(思索)의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 갈색의 호수!
감미로운 음악과 사랑의 밀어가 스며나는 옹달샘!
아주 작은 미립자인 쿼크(Quark)와 빅뱅의 우주가 담겨있는 신비의 바다!
만남과 헤어짐, 희로애락의 인간사(人間事)가 거기 녹아 있으며 한숨 한번 내쉬며 잡아보는 커피 잔에는 미움과 원망과 아쉬움도 증발하는 향기처럼 사라집니다. 
달빛이 작별을 고하고 떠나간 시간, 음악도 깊은 침묵으로 눈을 감은 채 휴식에 잠겨있는데 비어 있는 커피 잔은 아직도 꺼지지 않은 외로운 전등아래 차갑게 이 밤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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