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등단작가이시면 빈여백 동인이 가능 합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고인 할 필요 없습니다.

포도가 있는 풍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878회 작성일 2003-09-04 15:04

본문

하나, 포도나무 옆에 사랑하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 잘 익은 나를 언제라도 가져가세요
나는 누군가의 손길이 눈빛이 필요해요
그대를 너무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나를 위해 포도나무에 그녀가 매달려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는 길은
가시 많은 선인장 사막으로 가는 길
그녀를 향해 가는 길은
파도 거센 암초 무인도로 가는 길
달콤한 사탕 같은 포도를 나에게 건네 주고 
달아나는 그녀는 변덕과 심술 가득한 소녀 같다

둘, 포도나무 옆에 그녀 옆에 내가 있었다

나, 내 손에 닿은 포도를 바라본다
그녀의 속살을 보기 위해 옷을 벗긴다
병 없이 자라라고 독한 약 뒤집어 쓴
껍질을 벗긴다 조심스럽게 마음 다치지 않게
태초 원시의 그대로 순수의 알몸이 드러나고
목구멍 깊은 곳으로 넘기기 전에
화산과 지진과 해일의 씨를 뱉어낸다
그런데 포도의 껍질과 씨를 어디에 버리지
마지막의 장면은 항상 내 손을 더럽히는
아니 내가 그녀를 포도를 더럽히는 순간이다

셋, 포도나무의 주인이
그녀에게 포도를 건네주고 있었다

포도나무 주인, 언제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었지
나무에 매달려 있는 포도와 상자에
갇혀진 포도가 무엇이 다른가 속셈을 해본다 
감히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저 탐스런 생명의 분신
나도 너와 같이 한 생을 살았으니
이 별리의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어서
잘 가거라 그리고 나를 기억하라고
가위로 삭뚝 생명줄 숨구멍을 잘라버리고
저 세상에서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고
그녀의 손에 옮겨지는 포도를 슬픈 얼굴로 바라본다

넷, 포도나무에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포도, 지난 계절 한 바탕 무슨 꿈을 꾸었을까
나무에 매달리기 전 비바람 눈보라 맞다가
어두운 지하 우물 깊은 곳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시간을 모두 묶어서
수십 개의 알로 태어나는 것이니
포도 한 송이에 하나의 세상이 달려있으니
포도 한 알 한 알이 해와 달과 별과
포도 한 알 한 알이 하늘과 땅과 사람과
포도 한 알 한 알이 나무와 새와 바람을 안고 있다

다섯, 포도나무에 내가 매달려 있었다

삶이 저 포도가 있는 풍경 같아서
포도나무에 포도가 매달려 있었을 때와
포도나무의 주인으로부터 그녀에게 전해져
그녀로부터 나의 손에 놓여져 있었을 때와
벼랑 아래 떨어지는 꿈을 꾸었을 때와
시퍼런 강물 흘러가는 현실이었을 때와
포도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포도의 껍질과 씨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더니
내 손 안에 놓여있는 붉은 마음이
포도처럼 온 몸으로 번져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댓글목록

이창윤님의 댓글

이창윤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포도알이 열리고 익어갈때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희망이 함께 영글어 갔는지....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포도농사 망쳤다는곳이 많더군요
탐스런 포도송이 보기 어려울 듯하여 걱정입니다

문학발표 목록

Total 5,585건 14 페이지
문학발표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5390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8 2005-12-14
5389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8 2005-12-17
5388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9 2005-11-25
5387 이선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1 2005-06-25
5386 허혜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1 2014-12-24
5385 no_profile 이민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3 2003-08-16
5384 no_profile 임남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4 2005-06-14
5383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5 2005-09-17
5382 이수진 이름으로 검색 877 2003-08-14
5381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8 2006-04-14
열람중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9 2003-09-04
5379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0 2006-06-14
5378 허혜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1 2015-11-11
5377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2 2006-04-07
5376
솔향에 취하여 댓글+ 1
윤정강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887 2003-07-10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