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 기와집 이력


                      최  해  춘

운곡에서 기와집 나이 묻는 일
부질없는 짓이다
바람이 데려 온 은행나무
삼백년 전 앞마당에 터 잡았다는 건
운곡이 귀뜸 해주는
그의 이력 한 토막이다

용마루 너머 숨은 별 돋으면
하늘 하나 더 있어야 할지 모르는데
해탈을 꿈꾸며
묵언 든 은행나무
미동도 않는다

산과 산 틈새 산처럼 앉아
아랫목 비워놓은
운곡 기와집은
이제 별과 바람 주인 되어
흐르는 구름에게
은행나무 가지를 내주고 있다


* 운곡(雲谷) : 경주시 강동면 소재(운곡서원과 운곡산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