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處容), 나는 비가 되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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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구석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1건 조회 1,357회 작성일 2003-02-22 11:31본문
서울 밝은 달 아래 밤드리 노닐다가 나는 비가 되어 내렸다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하여 감히 건널 수 없게 시간과 공간으로 높게 세운 성벽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볍게 뛰어넘어 너에게로 무수히 달려들었다 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랑이가 넷이어라 가슴속 깊은 뼈에 부딪혀 안긴 물방울마다 너의 눈동자 보았다 너의 입술을 보았다 너의 사랑을 보았다 전설보다 더 오래도록 너로부터 숨을 쉬고 신화보다 더 영원토록 너로부터 스며들어 먹빛 구름과 율려 천둥을 부르면 나는 번개처럼 떨어진다 둘은 내 것이건만 둘은 누구의 것인가 저 어두운 하늘의 나를 부둥켜안고 떠나가는 빗줄기마다 상처 깊게 패인 그리움 보인다 너의 몸 깊은 곳을 향해 비가 되어 흘러가다보면 눈에 가득 강이 되고 흘러가다보면 심장 가득 바다도 되고 본디 내 것이지마는 앗아간 걸 어찌하리오 흔들리는 나무의 마음이라던가 떨어지는 꽃의 마음이라던가 바위처럼 내 속에 다 가라앉아 장마처럼 너를 흠뻑 적시려고 홍수처럼 너를 무너뜨리려고 나는 비가 되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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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꽃님의 댓글
산꽃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나는 곧 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