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눈만 맞추고 헤어진 날
그대 생각에 온 몸이 저려와
내 가슴 비어있는 한 쪽
앞마당 가득 꽃씨를 심었다
채송화, 민들레, 접시꽃
나팔꽃 그리고 사루비아, ......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꽃들로 내 마음 피어나라고
피고 져버리는 그런 꽃이 아닌
지지않고 오래도록 피어있어
무너지지 않는 큰 힘 되라고
사랑하는 사람아
내 안에 피는 꽃들은 모두
그대의 얼굴 그대의 마음인 것을

어젯밤에 심은 꽃씨들이 궁금해
새벽같이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어느 틈에
수천 수만 송이 활짝 피어
꼼짝없이 숨 막혀
혼절하게 만드는
붓꽃, 냉이꽃, 제비꽃
장다리꽃 그리고 달맞이꽃, ......
두터운 퇴적층의 나를 밀치며 올라와
한 순간에 터뜨려 버리라고
개벽 같은 사람아
비밀스레 내게 전해준
그대의 목소리 닮은 꽃들 가득
내 얼굴 내 마음에 가득 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