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당근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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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당근으로 가는 길>
김혜련
어중간한 야근이 있는 날
미애 아줌마는 밥값 3000원이 아까워
네 시간의 배고픔을 고문한다.
먼지 입은 괘종시계가
힘겨운 아홉을 알리면
머릿수건을 벗어 털며
열두 평 주공아파트로 퇴근한다.
아비 없이 자라는 거미 같은 새끼들은
버려진 빨랫감처럼 좁은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잠들어 있다.
어제 카레라이스를 만들다
억지로 남긴 당근 반쪽은
어느 새 쭈그렁 할망구 얼굴이다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질을 하는데
질긴 고기처럼 바득바득 비명을 지른다
검붉게 타들어 간 검버섯 가득한 피부
골다공증이 분명한 허술한 관절
칼집 넣어 속으로 속으로 파 들어가도
절망 같은 육즙 한 방울도 토해내지 못하는
강파른 삭신으로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다.
김혜련
어중간한 야근이 있는 날
미애 아줌마는 밥값 3000원이 아까워
네 시간의 배고픔을 고문한다.
먼지 입은 괘종시계가
힘겨운 아홉을 알리면
머릿수건을 벗어 털며
열두 평 주공아파트로 퇴근한다.
아비 없이 자라는 거미 같은 새끼들은
버려진 빨랫감처럼 좁은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잠들어 있다.
어제 카레라이스를 만들다
억지로 남긴 당근 반쪽은
어느 새 쭈그렁 할망구 얼굴이다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질을 하는데
질긴 고기처럼 바득바득 비명을 지른다
검붉게 타들어 간 검버섯 가득한 피부
골다공증이 분명한 허술한 관절
칼집 넣어 속으로 속으로 파 들어가도
절망 같은 육즙 한 방울도 토해내지 못하는
강파른 삭신으로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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