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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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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은세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297회 작성일 2003-03-02 22:05

본문



밤사이 비가 내려 제법 봄 기운이 물씬 나는 아침에
아름다운 만남으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오늘따라 큰아이가 일어나지를 못한다.
알람시계가 자그마치 4개나 울었는데도 침대에 머리를 대고
엉덩이는 하늘로 치켜 세우고 한참을 가만히 있는 것이다.
간신히 달래서 아침을 먹이고 나니 그냥 보내면
지각을 할 것 같아 차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사실 매일 데려다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강인하게 키워 보고 싶은 마음에서 참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숲 속에 있다.
국도에서 차로 10분 정도 외길을 가야 하는데 길 주변에는
논과 소나무 밭이 있어 농촌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콘크리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숲 속의 요정 같은 이 학교는
그야말로 자연과 더불어 살게 해 준다.

어제 내린 비로 질척거리는 길을 그것도
외길을 운전하는 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버스와 맞닥드리는 날에는 등에서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좁은 길에서 후진하느라 애를 써야 한다.
오늘도 제발 앞에서 다른 차가 마주 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무사히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 오는 길은
언제나 즐거워서 유리창을 열고 노래를 크게 틀어 놓았다.
싱그런 봄 냄새가 물씬 차 안으로 들어오고 시야에 들어오는
논의 잔설과 멀리 보이는 산의 풍경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앞에서 승용차 한 대가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 차 사이의 거리로 볼 때 그냥 내가 밀고 먼저 가도 되었지만
차를 길옆으로 바짝 세우고 (이럴 때 정말 손에 땀이 난다.
왜냐하면 길 옆에 도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 차가 지나 가도록 한 참을 기다렸다
앞 차에는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께서 운전을 하고 계셨다
내 차 앞을 막 지나갈 때 그분은 보통 내가 하듯이
손을 들어서 답례를 하는 게 아니고 차를 잠시 세우시고
머리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인사를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얼떨결에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묘한 기분이었다. 물론 차가 많은 곳에서는 이럴 수 없겠지만
그분의 고마움의 표시는 하루 종일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도 될 일인데 그렇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시다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흔한 말도 잘 지키지 못한
일들이 생각나서 부끄러웠다.
한마디의 말도 섞지 않고 그렇게 기분 좋은 인사를 받다니
앞으로 나도 고마울 때는 정성들여 고마움을 표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만나서 행복한 경우도 있고 만나서 후회하는 만남도 있다.
오늘 아침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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