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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길었다 짧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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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2건 조회 1,052회 작성일 2004-02-07 23:18

본문

<밤은 길었다 짧았다 한다>

김혜련

남편이 부재중인 침실에서
나는 모처럼 편안한 잠을 부른다.

서너 차례 소리내어 불러도
침대 귀퉁이만큼 온 잠은
샐쭉한 표정으로 물러서기만 한다.

어렵게 손을 뻗쳐 잡으면
자지러질 듯 비명을 지르며
독기 오른 눈빛으로 문틈을 빠져나가고 만다.

남편이 부재중인 밤은
편안할 줄만 알았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밤을 꿈꾸기도 했다.

불도저를 짊어지고 다니는 남편의 코는
밤이면 괴력을 발휘하여
옆 동 아줌마의 불면증을 거든다
코를 꼬집고 비틀어도 보지만
괴력의 범위는 더욱 넓어져
긴 밤을 독식하고 만다.

새벽기도를 나서는
교인들의 두런거림이
아파트 계단을 울리는 시간에도
잠은 침실 밖에서 딴전만 피운다.

남편이 부재중인 밤은
나만의 안락한 왕국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잠은 끝내 오지 않고
남편의 빈자리가 가슴을 친다
불도저의 코조차 그립기만 하다.

댓글목록

이원석님의 댓글

이원석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평소에 그립지 않았던 사람이 문득 그리워지는 날이 있지요...
건필하셔요~~!!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원석 님, 반갑습니다. 답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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