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

                              김혜련

출고된 지 육 개월도 안 된
승용차는
초보운전인 주인 덕분에
네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주사 맞고
약물 치료하고
그래도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라
급기야 며칠에 걸친
대수술까지 끝내고 나서야
간신히 목숨 부지한 승용차는
오늘도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담보로
출근 시간에 쫓기며 달려간다.

진땀을 흘리며 달려온 시간
정말 순간 순간이
잔혹한 지옥이었지만
그래도
쾌감의 무게는 유혹적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돌발 상황이
등줄기에 땀으로 되돌아와도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조심스럽게 가속 페달을 밟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