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소망
글/ 박종영
낮은 한숨소리에
소리 없이 굴러가는 외로운 오후
나는, 혼자되기 위하여
어두운 시간을 달려가고.
여름의 장미는
붉은 꽃잎의 눈을 만들고
보잘 것 없는 꽃들의
울음을 듣지못하는 산새가
허망하게 날아가는 나른한 오후.
이맘때
목화밭을 메다가
노란 줄다래 따주던 어머니,
물 부른 손등처럼 힘없는 웃음을
눈썹에 매단 어머니가
고향에 온다는 소식.
그토록 보고 싶던 오솔길에
홍등이 걸리고 밤이면,
앵앵거리는 오토바이에 실려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가는
분홍빛 입술들이
밤을 삼키고 잉태하는 신음소리.
달 지난 삼류월간잡지가
길 위에 누워 펄럭이고,
빗물에 젖고 바람이 불어대도
반라(半裸)의 웃음은 더욱 요염하다.
옛날로 돌아가는 길에
밝은 소망이 가득 채워진다,
새털구름 붕붕 떠가는 산 그늘
들 찔레 보드라운 순 벗겨
한줄기 먹어보았으면.
건넛마을
꼭, 그 여자
잠겨진 옷고름 풀어헤칠
그리움을 만져보았으면.
2003.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