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을 씻어 드린다
아버지의 발을 씻어 드린다
세숫대야에 따스한 물을 담가 놓고
한 많은 세월의 때를 벗겨낸다
어머니, 두 손에 힘겹게
들고 온 것들이 너무 많아
아버지, 두 발로 힘들게
걸어온 길이 너무 멀어
한 대야 가득 검은 물이 들었다
아들도 딸도 아닌
너희들이 가장 충직스런 자식이었다
눈도 입도 귀도 아닌
너희들이 가장 정직한 존재였다
어머니의 손은 부엌이었고 우물이었다
아버지의 발은 논밭이었고 밥이었다
오랫동안 당신들에게 붙어 있어
목숨을 이어주었던 너희들
손과 발에게
나는 무릎 끓고 절이라도 해야겠다
가난한 아들이 해드릴 일이
무어 그밖에 더 있을까
이제는 내가 너희들을 안고
내가 너희들을 업고 가겠다
너희들의 손과 발이 되어
어머니의 손을 안아드려야겠다
아버지의 발을 업어드려야겠다
아, 저 순박한 동물 같은
손과 발이
사막 속의 물, 얼음속의 불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