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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봄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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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김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315회 작성일 2003-04-12 23:53

본문

봄.


봄은 가까이 다가와있다

하얀 눈이
스르르 녹아 내릴 무렵
돌아서 가는 겨울 등을 툭툭 밀어젖히고
봄은
벌써 내 곁에 가까이 와있다

아파트 화단
한 그루 목련나무 가지 끝 마디마다
겨우내 쌓였던
뽀오얀 먼지
부드러운 하얀 솜 총채로 먼지를
톡톡
앙증스럽도록 밀쳐내고 있다

아파트 상가 옆
노란 유치원
미끄럼틀아래 나란히 둥근 원 그리는
노랑 병아리들 한 무리
겨울의 알 껍질을
토옥토옥 쪼아 깨어내고 있다

봄은 이미
얼어붙었던 가슴 가까이 들어와 있다
스르르 졸음이
하품 속으로 밀려드는걸 봐도


2003/02/10.


봄 2.


당신이 어느 골목으로 들어설지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높다란 베란다 창 밖 화분선반으로
당신이 오시겠다는 기별을
정중한 까치가 하더군요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이를 테면
졸졸 흐르는 냇물 거슬러
깡총깡총 온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흐릿한 오늘 봄비 속에 슬며시 숨어들어
기웃기웃 창문 틈 사이로 오신다는 것 같기에
모처럼
너른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는데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 뚝배기 속으로
가느다란 달래 아가씨가 향긋한 내음 뽐낼 줄은

설마 그리로
당신이 오실 줄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2003/02/10.


봄 3.


겨울 녹은 물소리
봄을 타고 조누나

수면아래 버들치
뒤뚱 졸다 깨어나

뱅그르르 뱅그르
살 맛 난다
춤춘다


2003/02/10.


봄 4.


보슬비가 내리면 이미 봄이다
식은 가슴에 눈물이 나면
흐르는 강은 이미
봄 나라로 접어든 거다

봄 나라로 흐르는 물 따라
갈퀴 달린 발가락으로
금슬 좋은 원앙 한 쌍이 여행을 하면
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서툰 풋내 진동하는 봄
서툰 날갯짓 꿈꾸는 어린 새
떠나 보낸 겨울 잊혀질 무렵
봄은 당신을 물들이고 있다


2003/03/02.


봄 5.


달래 네가 시집을 가면 봄이다
냉이 네가 울면 봄 인 거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구수한 된장국에
입맛이 당기면
아스라한 고향의 봄이
흰나비들 어질어질 날아오르는 봄이
그 아이가 몹시 그리워지는
수줍은 봄이다

가만히 앉아 견딜 수만은 없는
봄 인 거다
진달래가 피면
달래는 시집을 떠나고 없다
냉이는 터진 울음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봄이다


2003/03/02.


봄 6.


봄은 만남의 계절이다

꽃과 바람이 만나고
꽃과 하늘이 만나고
꽃과 벌
나비와 만나는 봄이다

봄은 만남의 계절이다
노랑병아리와
노랑 어린아이와
노랑 개나리가 만나고
연둣빛 꿈이 만나는 봄이다

다만
언젠가 이별의 언약을
다짐해야 하지만
봄은
만남의 계절이 분명하다


2003/03/03.


봄 7.


꽃샘바람
이끼 낀 성을 넘어 봄은 오고 있는 거요
기어이 물오른 봄은
검버섯 돌 이끼위로 기어오르는 거요

미끄러져도
굴러도
다시
봄은 그렇게 기어 오르는 거요

누가 뭐래도 봄은
님의 풀어헤친 가슴을 비집는 거요
간지러워 웃음이 나는 거요

봄은
당신을 그토록 그리워했던 거요
당신이 기다리지 않아도 이미
봄은 깊이 들어선 거요


2003/03/05.


봄 8.

- 개화에 앞서


환장하게 화창한 봄볕이
게으른 창을 열었다

연신 따갑게 쏘아대는 터에
겨우내 눌러 참았던 설움의 눈물이
복받쳐 터지고 말았다

작년 늦가을
흰 서리꽃 피던 날 어스름 저녁부터
봄 보슬비 슬피 내리던 엊그제까지

영영 회귀의 꿈을 억누른 흔적은
늘어진 잎 외곽부터 마른 갈색으로
영양실조 되어 흐느껴 번지고

16미리 투명 유리 벽 하나를 두고
외출을 가압류 당한 채
가녀리게 자라버린 긴 목은
오로지 볕 바람의 향기만
그토록 그리워했었다

봄볕, 봄 바람의 향기가
환장하게 화사한 날이었다
유리 벽 너머 베란다로 외출하던 날

설움을 잊고 개화에 앞서 며칠은
꽃 대궁을 꼿꼿이 세울 일이다


2003/03/11.


봄 9.


- 목련

꽃이 핍니다
목련나무
쑥 빛
털 몽우리가 졸린 눈을 뜹니다

꽃이 핍니다
기지개를
햇살에 털고
씨-익 새하얀 이를 드러냅니다

꽃이 핍니다
밤하늘에
어둠을 이고
몰래 남몰래 그믐달과 속삭였습니다

꽃이 피었습니다
목련나무
가지 끝 마다
순결한 색시 꽃 하얗게 피었습니다

바라보면
볼수록
눈을 감아도
반하지 않을 수 없는 화사한 목련 꽃


2003/03/14.


봄 10.

-봄비가 내리는 날 시청화단 대나무 앞에서

부슬비라면
내가 내 머리위로 내리는 봄 부슬비라면 나는
대전신청사 북문 앞 대숲을
너처럼 적시리라

또한
시린 겨울 잘도 참아낸
수줍거나 고개 당당히 쳐든 꽃봉울진
모든 꽃나무들의 타는 수고로움을 적시리라

그러나
기울어진 어느 가난한자의 집 지붕에 널브러진
주인 영혼의 하얀 표피엔
절대
내리지 않으리라

내가 봄에 내리는 저 부슬비라면 나는
그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취한 뒤
비탈진 둥근 봉분에
두붓모로 잘린
마른 잔딧잎을 촉촉히 적셔내리라

- 그런 생각으로
시청에 세워둔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2003/03/16.


봄 11.


양지언덕에
푸릇푸릇 봄의 전령이 고개 들고
너른 하늘 향해 두리번두리번거리는
봄이다

민들레가 오면
노란 민들레 피어 오르면
바야흐로 봄인 거다

네 잎 크로바
낡은 책갈피 납작 마른 돌연변이가 생각나고
크로바 잎 따라
가버린 꿈
소녀가 생각나는
아릿한 봄이다

못 잊을 여정
초등학교2학년
꽁보리밥에 돌나물무침범벅이 되어
교실 밖으로 부끄러워 달아나던 나의 봄
봄이다


2003/03/17.


봄 12.


봄볕 따가운 오후
그리움은 댕강댕강
시간그네를 타고

꾸벅
꾸벅
그 홀로 외롭다

찬란하게 눈부신 미끄럼 판
비스듬한 정적에
정지된 토요일 오후


2003/03/22.


봄 13.

-목련 앞에서



봄볕은 눈두덩
미간 오가며 불침으로 꽂이고

시린 순백 목련 꽃
빛 비단실 올올 꼬아 구슬 눈 동여맨다

뒷목덜미 부둥켜
그 자리 얼 떨떨 포박당한 나그네

안색이 휘황하다
아니
숨 멎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2003/03/29.


봄 14.


토요일 오후주차장

사선으로 포진된 딱정벌레 군단
작렬하는 태양의 파편
은빛 밤송이 가시광선 탄
뒷유리창 튕겨올라
동공에 명중한다

무방비상태
태양의 흑점 속 암흑으로 나락 되어
분해되는 절명의 순간
혼미한 빈혈
팽그르르 쓰러지는 나

아지랑이 타고
무채색 찰나의 공간으로
너울너울 날아가는 검은 나비
호랑나비들


2003/03/29.


봄 15.

- 냉이 꽃.


회화나무 밑동
그 작은 영토에 꽃을 피웠네

산딸나무 꽃 빼 닮은
흰 별 꽃 모락모락 피웠네

깨알만한 얼굴을 누가
그 누가 보아줄까

숨죽여 다가가기 전에는
보이지도 않을

오롯이 향긋한 그대 냉이 꽃


2003/03/30. 김진섭.





음악출처 벅스뮤직

봄의 온도 /Various Artists

댓글목록

이창윤님의 댓글

이창윤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봄을 혼자 다 끌어안으신것 같군요
언제 이많은 시를 다 쓰셨는지..
봄이 되자마자 제일먼저 봄 마중 가셨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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