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필요한 여자 2.


눈꺼풀 百斤, 가녀린 어깨 千斤
삶의 봇짐 꾸려가는 여자
그 또한 아내라는 이름으로
배고픈 새벽
게으른 아이들과
덩치만 큰 한 사내와 씨름판 벌려
天下壯士로 당당히 올라서지만
우승상품 황소 트로피는 온데간데없더라

이것뿐이라면 아내
차라리 영원한 아내나무 되어 살아보련만
전초전 아침
치열한 시간전투 무수한 희생
아내명찰을 떼고
잘 나가는 아줌마부대일원이 되어
치열한 삶의 전장으로
삶의 비리 비릿한 戰況報告야 또한
말할 나위 없으리

서녘노을지면 삶의 포로 되어
아내라는 멍에 千斤萬斤
이고, 지고, 들고, 끌고
가족 수용소로 향하지
야간전투 시작도 아니했건만
나발 병 휴식 없는 進軍命令
오싹 오싹 들려오고
후퇴도 지원군도 없는 삶의 전장
인생 쳇바퀴
아내는 한낮 부엌대기다

그녀는 지금
된장국 끓여줄
쳇바퀴 돌아가는 세탁통속 구겨진 빨래 건져내
빨랫줄에 반듯하게 널어줄 아내
아내가 필요한 거야

한 여자포로 깊게 패인 주름
슬픈 어둠에 잠겨 默默無言이다
세탁기는 돌고
時針도 子正너머 돌고 돌아 돌아가고 있는데


  2003/04/15.  김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