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사랑, 죽은 것들을 깨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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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구석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1건 조회 1,175회 작성일 2003-04-08 11:15본문
저리도 가냘프게 허공을
한 획 스윽 그어놓고
무너진 가슴들 묻어있는 깊은 지하
이 죽음의 고여있는 우물을
이 죽음의 얼어붙은 벌판을
이 죽음의 말라붙은 계곡을
이 죽음의 피흘리는 도시를
어서 떠나라는 시늉처럼
어깨 떠다미는 빗줄기
인왕산 사타구니마다 가득찬 물소리 듣느라
허리 구부러진 소나무 아래
몸을 잠시 숨겼다
어느 하늘을 헤매며 떠돌다
내리는 저 빗방울 하나 속에
가라앉었던 무수한 섬이 솟아나고
주저앉았던 무수한 산이 일어나고
무수한 나뭇가지 속의 나무가
무수한 꽃잎속에 꽃이
무수한 내속의 네가 있어
그 길고도 짧은 목숨이 지상에 닿자
매듭을 풀어놓고 밧줄을 끊어놓고
제 갈 길 가느라고 분주한 비
죽어 있는 것들을 흔들어 깨운다
무덤에서 다시 일어나는
두려운 마음에 하얗게
소름 돋아나는 아카시아 나무
바위와 물을 품고
끊임없이 비명지르는 간음에
계곡은 어느새 적멸
그들의 사랑을 돌려주려고
비는 이곳에 다시 찾아왔구나
누군가 내게도 소나기 같은 비를 내려
목구멍 깊은 곳까지 흠뻑 적셔다오
빗물에 폐 깊숙히 숨겨두었던
각혈보다 더 붉은
내 사랑이 드러날 것이니
어서 이곳을 떠나라는 시늉처럼
내 머리 위로
폭포수 같은 비를 내려다오
내 가슴 위로
칼날 같은 비를 내려다오
한 획 스윽 그어놓고
무너진 가슴들 묻어있는 깊은 지하
이 죽음의 고여있는 우물을
이 죽음의 얼어붙은 벌판을
이 죽음의 말라붙은 계곡을
이 죽음의 피흘리는 도시를
어서 떠나라는 시늉처럼
어깨 떠다미는 빗줄기
인왕산 사타구니마다 가득찬 물소리 듣느라
허리 구부러진 소나무 아래
몸을 잠시 숨겼다
어느 하늘을 헤매며 떠돌다
내리는 저 빗방울 하나 속에
가라앉었던 무수한 섬이 솟아나고
주저앉았던 무수한 산이 일어나고
무수한 나뭇가지 속의 나무가
무수한 꽃잎속에 꽃이
무수한 내속의 네가 있어
그 길고도 짧은 목숨이 지상에 닿자
매듭을 풀어놓고 밧줄을 끊어놓고
제 갈 길 가느라고 분주한 비
죽어 있는 것들을 흔들어 깨운다
무덤에서 다시 일어나는
두려운 마음에 하얗게
소름 돋아나는 아카시아 나무
바위와 물을 품고
끊임없이 비명지르는 간음에
계곡은 어느새 적멸
그들의 사랑을 돌려주려고
비는 이곳에 다시 찾아왔구나
누군가 내게도 소나기 같은 비를 내려
목구멍 깊은 곳까지 흠뻑 적셔다오
빗물에 폐 깊숙히 숨겨두었던
각혈보다 더 붉은
내 사랑이 드러날 것이니
어서 이곳을 떠나라는 시늉처럼
내 머리 위로
폭포수 같은 비를 내려다오
내 가슴 위로
칼날 같은 비를 내려다오
댓글목록
이창윤님의 댓글
이창윤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각혈보다 더 붉은 사랑, 드러나기까지
칼날같은 비를 얼마나 맞아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