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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粉靑沙器), 박지연어문편병(剝地蓮魚文扁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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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구석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173회 작성일 2003-03-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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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위 밤새 달빛 가득 찬 정안수에 
오랫동안 나를 담가두었다가
오욕칠정 다 빠져나간 후에
가라앉은 담갈색 진흙의 나를
시체처럼 건져낸다
그에게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가 보인다
그에게서 끝 없이 펼쳐있는
동굴이 보인다
그에게서 높이를 잴 수 없는
산봉우리가 보인다
분청사기(粉靑沙器) 박지연어문편병(剝地蓮魚文扁甁)
목 좁은 항아리 하나를 들여다 본다
그속으로 꽃이 침몰한다
그속으로 물고기가 침몰한다
그속으로 살얼음이 갈라진다
그속으로 세상이 침몰한다
어두운 배경의 나를 긁어내고
회색의 하늘빛으로 문신 새긴다
뜨겁게 달아오른 초벌구이 재벌구이
불가마에 들어가
인연을 끊고 목숨을 접은 순간
그 안에서 꽃이 해탈을 한다
그 안에서 물고기가 열반을 한다
장석 석회석 소나무 태운 재를 몸에 바르고
그 안에서 누군가 분신공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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