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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형폐렴(非典型肺炎)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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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 의중 이름으로 검색 댓글 1건 조회 1,510회 작성일 2003-03-3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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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형폐렴(非典型肺炎) 유감>

한국에서도 몇 차례 홍콩독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처럼 몸을 가꾸는 일도 아니고 노래나 춤, 또는 놀이와 같은 기예(技藝)가 아닌 질병에 유행이라는 말이 붙어 다니는 게 좀 이상한 일이지만 멋과 유행의 도시에서 유래한 연유 탓인지 아니면 별다른 생각 없이 남들이 부르는 대로 유행(?)에 따라 그렇게 부르는지는 몰라도 전에도 그랬거니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나도는 질병에 대해 유행이라는 말을 예사롭게 붙여 부르고들 있다. 
당시에는 그 고약한 유행성독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시달리기는 했어도 인명을 빼앗기는 일은 흔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있다. 
그런데 최근 홍콩에 괴질(怪疾)이 발생하여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호주와 독일 등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고 하여 난리이다.  며칠 전 홍콩의 행정 책임자인 둥첸화(董建華) 장관의 특별기자회견이 있었는데 비상사태의 선언과 함께 질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학교의 휴교와 일부 관련기관의 휴무를 포함해 온 도시의 청결과 예방조치를 당부하면서 이라크에서만 전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홍콩도 전쟁중임을 천명하였다.
TV의 뉴스에서는 시시각각 증가되는 감염자와 사망자의 소식, 그리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감염상황을 전하면서 예방조치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는데 실제로 거리를 걷다보면 난리도 이만저만한 난리가 아니다.  거리를 오가는 이들의 반 수 이상이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데 말이 반 수 이상이지 700만 시민의 절반이라면 한국의 부산시민 전체가 한사람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하고 있는 셈이며 도시 번화가의 인파 속에서 이 언 밸런스한 마스크의 물결을 상상해보면 그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어떠한가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집회장소나 상가는 물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는 예외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빌딩의 로비나 엘리베이터 안, 대중교통수단의 출입문 옆에는 예외 없이 괴질의 예방에 주의해야할 경고문을 붙여놓고 있으며 아파트로 돌아와도 경비원에서부터 주민들 누구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  형편이 이러하다보니 약방과 상점에서 마스크는 물론 각종 감기약과 예방약, 소독약품이 덩달아 품귀현상을 빚으며 뒤늦게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가슴을 애타게 하고 있다. 

엊그제 중국 센첸(深 )엘 다녀왔는데 홍콩 쪽의 출국과 입국심사대 세관원들이 한결같이 마스크를 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 측 세관원들은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대조적으로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했다.
괴질(怪疾)!  비전형폐렴으로 표현되는 이 질병은 실은 홍콩이 아닌 중국에서 시작된 질병이기 때문이다.  중국 광동성의 수도인 광저우(廣州)를 다녀온 홍콩 사람이 감기증세를 호소하며 사틴(沙田)에 있는 이름 있는 큰 병원을 찾았는데 이를 진료하던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이 이 질병에 감염되었고 뒤늦게 일반 감기를 치료받던 환자가 감염된 의료진들로부터 괴질이 전염되어 확산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직도 이 괴질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약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조차 전염이 되는 까닭에 치료가 순조롭지도 않으며 날씨가 점차 더워지면서 습도도 높아 당분간 이 질병의 확산을 속수무책으로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고작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전염경로를 차단하는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게 유일한 대처수단인 모양이다. 
중국정부에서는 아직도 이를 쉬쉬하면서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데 홍콩당국은 즉시 이 사실을 긴급뉴스로 보도하면서 필요한 예방조치에 시민들이 협조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기에 그나마 확산 속도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홍콩의 출입국 세관원들을 비롯해 공무원들이 솔선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리려는 시위(DEMONSTRATION)적인 의도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센첸에서 만난 교포들은 홍콩에서는 이 질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다른 대화를 제쳐놓고 묻기를 그치지 아니한다.  무서운 괴질이 중국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정부에서 쉬쉬하고 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홍콩이 문제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광저우와 둥관, 센첸지역에 이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을 이곳에 있는 한국인들은 이미 다 알고 두려하고 있다. 
다만 대다수 중국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태평스레 지내고 있는데 홍콩 당국이 중국의 이러한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센첸에서 내가 하고있는 일을 돕고있는 조선족아가씨가 괴질의 예방약으로 이곳 사람들이 복용하고 있는 반란젠(板藍根)이라는 과립충제(顆粒 劑)와 차(茶)를 구해 주면서 잊지 말고 꼭 복용하라고 신신당부하며 이것도 값이 한때 10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고 귀띔해주었다.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Decameron)'은 플로렌스에 살던 세 명의 남자와 일곱 명의 여자가 페스트(당시에는 알 수 없는 괴질이었겠지만)를 피해 한적한 교외에 열흘동안 머물면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매일 정해진 주제에 따라 한가지씩 이야기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씌어진 책으로 단테의 '신곡(Divine Comedy)'과 함께 카톨릭 교부들에 의해 금서(禁書)로 정해졌던 중세문학사를 대표하는 유명한 책이다.
'데카메론'이란 라틴어로 열흘 간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열 명의 남녀가 열흘동안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므로 모두 100가지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셈인데 당시 중세사회의 서민들의 삶과 사회구조 그리고 지배계급인 종교지도자들의 위선에 대해 해학적이며 풍자적인 서술로 날카롭고도 재미있게 씌어져 있다.
페스트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면 까뮈가 쓴 '페스트'도 있다.  데카메론과 마찬가지로 페스트의 가공할 무서움을 배경으로 깔긴 했어도 두 소설 모두 주제가 질병이나 괴질은 아니다. 
까뮈가 쓴 '페스트'는 내 경우 생애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10권의 책 중에 꼽을 수 있는 책이다.  지금도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아 있는데 주인공인 의사 '류'와 함께 상대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파느루' 신부(神父)의 종교적인 고백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작가는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있는 가치관이나 하고싶은 말을 표현하게 되는데 소설 '페스트'에서 파느루 신부가 고백하는 말은 바로 까뮈 자신의 인생관이며 종교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젊은 시절의 철학적 사유에 매료되어 있던 때이므로 이 작품을 감명 깊게 읽은 후 갈급(渴急)한 마음에 아예 까뮈 전집을 구해 읽기도 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까뮈가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실존적 시각에서 저항적인 휴머니즘으로 다루고 있는데 대해 꽤나 공감하며 심취했던 것 같다.

어제 참석한 교회에서는 전체 교우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예배를 드렸으며 평소에 친교를 위한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던 교육관식당은 당분간 서빙(Serving)을 중단한다는 안내와 함께 문을 닫았다. 
잠정조치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홍콩아일랜드의 모 은행건물이 출입통제 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오늘아침 뉴스에서는 포탄(Fo Tan)에 있는 에모이가든 아파트 단지의 E좌(棟)를 격리한다는 발표와 함께 이에 관한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시민들에 대한 협조요청 안내문에는 우선 적당한 섭생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관리에 신경을 써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고,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며, 외출에서 돌아와서는 반드시 손을 씻고, 수건을 따로 사용하도록 하며, 실내의 청결과 환기에 유의하며, 기침이 나올 경우에는 휴지나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하며, 호흡기 이상 증세가 느껴지면 즉시 의사에게 진료를 청하도록 하라고 모든 전달수단을 동원해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질병이라는 게 어느 경우에서건 달가울 리 없겠지만 최근 정치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은 이곳에서 이라크의 전쟁소식과 맞물려 가뜩이나 불안한 인심을 더욱 우울하고 흉흉하게 하는 괴질이 속히 진정되기를 바라면서 아직도 과학과 지식의 세계에서 그리고 자연계 안에서 인간이 지닌 능력의 한계를 새삼 생각해 보며 페스트가 훌륭한 문학의 소재가 되었듯이 누군가에 의해 홍콩의 괴질을 소재로 다룬 소설이라도 한 권 나와주었으면 하는 은근한 기대를 해 보기도 한다.

댓글목록

이창윤님의 댓글

이창윤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백신도 없다는 괴질
혹시 황사바람에 실려 우리나라에 상륙할까 두렵습니다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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