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가 시집을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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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세상을 살면서
음성땅 봉학골은 처음 밟았다.
두호1,2봉을 지나 수리봉을 딛기 까지
애틋한 자매의 표정을 읽었다.
산길따라 피어난 연분홍 진달래는
바닷가 모진 해풍을 원망하며
진분홍의 정열로 피어난 여인들처럼
뭇사람을 매혹하려 하지 않고
홀쭉한 키에 청순한 미소를 머금고
나를 바라보는 홍조 띤 얼굴.
너는 어느새 키가 자라고 꽃을 피웠느냐?
수줍은 너는 겨울과 봄 시샘을 피해
숨어 있다, 아무도없는 캄캄한 밤에
차디찬 하늘의 별과 속삭이면서
조금씩 몰래몰래 피웠나 보다.
4월이 다 가면 너는 시집을 갈테지.
그 아름다운 드레스 입고 멀리멀리 떠나겠지.
언니야, 눈물 흘리며 슬퍼하지 마라
네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철순이가 있지 않니?
하늘을 향해 쭉쭉 뻗으며
이제 막 피어나는 연초록 이파리가
내 마음을 살짝 건드리고 있다.
찝게 손을 벌려 잎 다물고 있는 뾰족한 너를 만지면
지문 끄트머리에 끈끈한 정이 묻어 난다.
5월이 오면 철쭉이 수줍게 피어나고
언니와 닮은 얼굴로 뭇사람을 반기리라.
언니를 생각하며 언니의 몫을 해 내리라.
수 백년 이 땅을 지키며 살아온 소나무야!
넓적한 조각을 덧댄 튼튼한 갑옷 입고
세월과 풍우와 설한에도 굴하지 않고
무인의 삶을 살아온 꿋꿋한 너를 본다.
투구 쓰고 갑옷 입고 검을 들어
외롭고 쓸쓸한 산길을 터전 삼아 살아온
가련한 진달래와 철쭉을
호위무사처럼 지켜다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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