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나는 위경련을 자주 앓았다.

딱딱하게 경련이 일어나면 데굴데굴 바닥에 구르고

창호지 문을 찢고 소리소리 내질렀다.

눈물과 울음소리가 요란스럽게, 때도 없이 발작이 일어나면

아버지는 나를 등에 업고 달래셨다.

조그만 두손으로 아버지의 양어깨를 잡고 매달리면

뒤틀린 배가 압박되어 통증이 가시는듯 했다.

아버지의 등 냄새를 맡으며 통증을 참았지만

그래도 내가 아픔에 어쩔줄 몰라 할땐

그 아픔을 함께 느끼시고 통금이 넘은 시간이지만

동네 의원으로 나를 등에 업고 급히 달리셨다.

불꺼진 의원 문을 한참이나 두드리면

내실에서 누군가 나오는것 같았다.

아버지는 간곡히 사정을 하신다. 밤중에 소란을 피워

미안합니다. 곤히 주무시는데 정말 미안합니다.

우리 아이를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치료비는 얼마든지 드리겠읍니다.

선생님,그저 났게만 해 주세요.

희미한 백열구 불빛 아래서 아버지의 말소리는 멈추고

의사 선생님은 주사를 준비하신다.

한참이 지나서 나를 등에 업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눕히시는 아버지,

동창이 밝아오는 새벽녘,배도 머리도 편해졌다.

내 키가 자라기 까지 ,그리고 위경련을 달고 있을 때까지

포근한 아버지의 등 냄새를 기억하며 자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