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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연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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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종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270회 작성일 2005-07-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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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연필 (2)

10월 하순 정원의 단풍잎에 맺힌 이슬에서 진홍 빛깔이 묻어날 무렵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려던 때었다. 총무 과장이 상기된 어두운 표정으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퇴근 시간에…….”
“왜 무슨 긴급한 일이라도 생겼나?”
퇴근 무렵 총무과장 방문은 대개 돌발사고등의 유쾌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늘 오후에 정차장이 또 술을 마시고 자기 팀장에게 욕설과 함께 책상을 뒤엎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나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지난봄에도 자기 동료직원과 사소한 일로 심히 다툰 후 내방까지 불려와 훈계를 받은 적이 있지 않던가. 그때는 승진이 누락되어 좌절과 울분이 겹쳐 울컥하는 심정에서 그럴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관용을 베푼 적이 있었다.
“상습적 이구만……. 이대로 묵과 할 수는 없는데......”
“그래서 말입니다. 이번에는 자기의 행실이 과하다고 느꼈던지 저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근해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개인 사정에 의해 퇴직해야겠다는 간단한 내용이 적힌 사직서를 내밀었다. 행패를 부렸다는 그 순간에는 당장 해직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사표를 받은 지금에는 수리에 주춤거려지는 것이었다. 그때 웬일인지 먼저 생각나는 것은 정차장 개인이 아니라 그의 처와 자식이 눈에 어른거렸다.

석 달 전. 정차장 부인이 음식점을 개업하였다하여 방문한 적이 있었다. 처음 생각으로는 비교적 규모가 크고 종업원도 제복을 차려입은 일류음식점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까 10여 평 남짓한 공간에 김치 찌게와 같은 대중음식을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내부 시설도 허름하여 허우대가 멀쩡하고 씀씀이도 제법 큰 정차장의 스타일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다. 종업원도 아르바이트 아주머니를 한명 고용하고 있었을 뿐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이 돕고 있었다.
“저는 이런 장사하는 것을 원치 안았는데 처는 한 푼이라도 벌어 보겠다고 이런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이런 장사는 처음일 텐데…….”
“네! 이전에도 집에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파출부로 나가기도 하고 지난 몇 달 동안은 이러한 음식점에 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더니 자기도 이런 가게를 해봐야겠다고 우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내 봉급으로는 도저히 성이 차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는 열심히 살아보려는 그 부인의 의욕에 내심 공감을 하였지만 정차장은 이 장사가 영 마뜩치 않는 눈치였다.

사직서를 받은 며칠 후 나는 총무 과장을 불렀다.
“요즘 정차장의 근황은 어떤가?”
“사무실에는 나오고 있습니다. 풀은 예전보다 죽어있는 상태지만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직원한테 사과는커녕 사장님한테도 일언반구 가타부타 말이 없지 않습니까.”
“정차장에 대한 다른 직원들의 생각은 어떤가?”
“이번 사안은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역역합니다. 그리고 동료간부들이 이번일 을 그대로 넘길 경우에 사내 기강을 세울 수 없다는 것에 더욱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저도 이번 일 만큼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디 정차장 자기가 한두 살 먹은 어린 애 입니까?”
나는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다고 결심하였다.
“알았어. 사표수리를 원칙으로 하고 조치는 시간을 봐서 결정하기로 하지.”

다음날 나는 정차장을 불렀다. 사직서를 수리하기 전에 그래도 10여년 이상 이 회사에 근무했다는 직원에 대한 절차상의 예우 차원에서였다.
“사표를 냈다는데 어떻게 된 거야.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는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하지 못했다.
“어쩌면 지금이 당신의 일생일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도 있어.”
“면목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는지 후회가 막급합니다. 하도 엄청난 일이라 감히 와서 말씀도 못 드리고 속으로 냉가슴만 알아 왔습니다. 승진도 안 되고 하는 일도 여의치 않아 무작정 그만 두어 버려야겠다는 울컥한 심사에서 그랬습니다.”
“자네 나이가 40대 후반 아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의 생명 줄과 진배없는 이 직장을 그렇게 가볍게 처신할 때는 이미 지나지 않았는가? 더구나 상사에 대한 항명은 직장생활에서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무어라 할말은 없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저도 직장인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제가 한 일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다만 한 가지 마지막 청이 있다면 저를 구조 조정 차원에서 명퇴 처분 하는 것으로 하여 주십시오.”
“자네 뜻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야. 자네는 어느 누구한테도 동정을 받지 못하고 있어. 왜 같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런 생활을 하는가. 조만간 결정을 내릴 테니 그대로 따르게.”

11월에 접어든 초저녁 6시만 되더라도 여름날의 한밤처럼 깜깜하다. 길거리에 많은 노점상들이 팔릴 것 같지도 않은 물건을 진열해 놓고 추위에 떨면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행인을 바라본다. 서울 역에는 수많은 노숙자들이 추위를 덜기 위해 서로 붙어 있거나 뒤엉켜 누워있다. <저들도 어쩌다 사업 실패로 인해 저 지경이 되었을 뿐 저들 하나하나 과거를 들춰보면 화려한 과거는 있기 마련. 오늘의 나라도 언젠가는 저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총무과장을 불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차장을 그냥 내 보내기에는 너무 야속한 것 같아. 마치 어린애가 잘못했다 하여 추운 겨울 문 밖으로 내모는 부모 심정이거든.”
“개인 사정 하나하나를 놓고 볼 때 그런 안쓰러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작은 동정심의 발로에서 이를 방치할 경우 조직 전체가 멍드는 수도 있습니다.”
“자네 말도 일리는 있어. 그러나 반드시 일벌백계가 묘약일수는 없거든. 이번 사태 만큼에 대해서는 한번 관용을 베풀어 보자. 그렇다고 해서 그냥 얼버무리자는 것은 아니야. 감봉 3개월 정도로 징계 위원회에 올리는 안을 검토하여 보게.”
“정 그러시다면 ......”
징계 위원회가 열렸다. 피 징계인 자격으로 참석한 정차장이 여러 위원 앞에서 자기의 심경을 피력하였다.
“저는 사표를 제출하고 근 한 달 동안 제 일생에 있어 가장 큰 좌절과 두려움 그리고 뼈저린 후회를 겪었습니다. 사직서가 언제 수리될지 모르는 입장에서 제가 있는 이 자리, 이 회사, 그리고 하찮게만 보이던 제 위치가 아주 대견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저는 지금 과오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위원님들이 선처를 베풀어 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제 2의 인생을 산다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징계는 원안대로 처리 되었다. 그로부터 매일 그는 맡은바 업무에 열중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묵묵히 밤늦게 까지 혼자 남아 수행 했으며 한마디의 불평도 없었다. 물론 그에 따라 올라오는 성과도 대단히 높았다.
역시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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