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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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부석사1
지은숙
영주 땅에서는
느리 흐르는 물, 선 바위, 사람 마저도
암팡지게 자리 잡고 앉아 있는 것들은
죄다 사연을 하나씩 갖고 있다.
초 여름 햇살은 희어 눈부시다 소수서원에서
선비가 되고픈 사람들은 발자국을 겹쳐 찍고
한낮 해는 스승의 그림자를 한 뻠으로 그려 놓는 곳
꽃도 아닌 것이 꽃이라 불리는 유월에
정력 내음새 헤프게 퍼뜨려
홀로 인 여자를 흔든다는 옹골찬 저 수컷
밤나무 꽃 피어 사방 흐느려졌다
나무도 숫나무 사람처럼 팔자가 있을 터
백두대간 어디서나 연정이 넘쳐 칡넝쿨도
싸리나무 보랏빛꽃 꼬옥 안고 취하거니
산 깊고 물 좋은 곳에서 사랑하면 차암 좋겠다
부석사.2
이름 모를 여느 골짜기에
산 찔레 환 하게 꽃을 피운 날
듬성듬성 싸리나무 울타리를 만들고
저녁에는 푸른 별 머리맡에 기웃거리다
낮은 담장을 수월하게 넘나들면
무량수전 부처도 사람 찾아내려 오는 곳
새벽닭 우는 소리 들리지 않아도 좋겠다
봉창 비집고 드는 앳된 햇살과
간혹 풀국새 풀국 풀국소리 되돌아 나오는
골짜기 어디쯤에다 토담집을 지어
늘 바라보는 쪽이 같아 마음 절로 와 닿는
사람 이랑 둘이서 푸지게 사랑품고 살고 싶은 곳
부석사3
겹겹이 골짜기인 산 아래서
서른 아홉살 영희가 두 팔 을 벌린다
벌린 팔 속으로 삶이 기어가고 하루가 들어가고
머뭇거리든 그녀의 생활이 꾸역꾸역 따른다
이곳에서 살고 싶다 살고싶다 산을 향해 던진다
사과나무에 매달린 사내가 하늘을 지고 있다
그의 삶처럼 남자 굵은 손에서 솎아내는
애송이 못난 풋것이 아래로 자주 떨어지고
아내는 연신 탈탈탈 농약을 진하게 만든다
풍기골 남자에게 영희가 말을 건다
가슴에 담은 것이 많은 영희가 걸쭉하고
호탕하게 말을 건네자 익지 않는 풋사과처럼
사내의 힌 이빨이 먼 데서 푸르게 웃는다
부석사 4
산 찔레도 저문 저녁에는
제 할일 다 하고
색 바래 돌아가는 뒷모습을
나는 보았다
산 목련 두잎 박새 껴앉듯 희게
어우러져 피는것을
나는 보았다
땅거미도 나즈막히 내려앉은 쯤 이면 객들은
산도 물도 절도 그기 두고
서둘러 자기 터로
산을 촘촘이 내려가는것을
나는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사진: 부석사/ 소수서원/ 에서 직접 찰영함
댓글목록
이선형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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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시인님!
이 아침에 좋으신 글과 그림에 머물다갑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竹香가득 보냅니다.
지은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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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형 시인님 감사합니다..문학답사차 부석사를 다녀와서 올린글입니다. 건필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