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의 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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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 년 수 천 년 역사 속에
씻기고 밟히어온 크고 작은 산 돌
계단을 이뤄 오르내림에 흔들림 없구나
그 옛날 꼬부랑 할머니가 한숨 쉬며
지팡이 짚고 소원 빌러 한 걸음씩 오르던
거치른 산길에 잔돌이 구른다
한참이나 늦게 태어난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지난 일들을 모른 채 평온한 길을 간다
딱딱딱 나무둥치를 쪼는 딱따구리의 부리질 소리
청설모 다람쥐는 어디에 숨었나 보이지 않고
빛 고운 산비둘기 한 마리 먹이를 찾아
내 주위를 맴돌아간다
그전엔 속도산행 이었지만
지금은 풍광산행 이라 일컫고
찬바람에 식어버린 돌과 흙과 잡초와
봄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까지
쓰다듬고픈 겨울 산길...
깔딱고개 올라 큰 숨을 쉬고 바라보는
깊은 계곡 건너편에 하얀 잔설...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걸려 있네
기다리던 축복의 첫눈이 오던 날
너도 나도 환호성에 기쁜 날 이었지만
해님의 심술 궂은 열기를 거부했던 너
그 마음 아픈 시련을 겪고
아름다운 잔설로 태어났구나
나무와 바위와 언덕위에 쌓인 눈
그 위에 쌓이고 또 쌓이면
기다리는 봄까지 순백색의 순결로
남아 있으리
고려에서 조선시대로 이어온
기나긴 성벽을 어루만질 때
발밑에 박혀 있는 얼음돌길
미끄러운 발걸음에 진땀이 솟는다
고요 속에 적막을 깨우는
딱딱딱 딱따구리 소리...
구기계곡에 울려 퍼지며
겨울산 잔설에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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