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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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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구석기김종제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0건 조회 1,024회 작성일 2004-05-29 09:46

본문

어제 내린 빗줄기만한
가는 허리 가져
바람 부는대로 흔들리는 것이
내가 가진 모습의
전부(全部)라고 생각하지 마라!
숯돌에 갈아놓은
날카로운 무기의 칼이 없다면
그렇게 쉽게 나를 꺾을 수는 없을테니
어여쁜 꽃도 환희로 빛나는 열매도
아닌 것을 지닌 채
몸 하나 땅을 딛고 일어섰지만
민초(民草)처럼 살다가 죽다가
속까지 텅텅 비어있는 나를
사방으로 마구 흔들어 놓는 바람
여러 해 지켜볼테니
너, 어디 한 번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고 굳은 맹세를 한다
내가 누구의 마음처럼
이리 저리 가볍게 흔들린다고?
아니다 아니다
갈대는 제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흔드는 중이다
내 흔들리는 몸짓에
따라 움직이는 나무와 강을 보라
내 고개 숙이면
따라 고개 숙이는 산과 새를 보라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여럿이 
세상의 중심을 쥐고 흔드는 중이다
흔들릴수록 깊어가는
저 갈대의 마음을 들여다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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