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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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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순진 이름으로 검색 댓글 1건 조회 1,715회 작성일 2003-05-01 08:20

본문

월간 문예사조2003년 5월 신인상 당선작
단편소설 ; 기원 / 김순진 지음



 "보살님, 우리 말숙이가 좋은 데루 가는지, 어디루 가는지 물어나 봐 주시구랴!"
 말숙이 에미는 퉁퉁 부은 눈두덩에 머리를 산발한 부수수한 모습으로 처녀보살에게 물었다.
 "에유, 불쌍한 것! 쯧쯧."
 처녀 보살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측은함과 자신의 처지와 같이 시집도 가보지 못한 말숙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었으며 좋은 곳으로 보내 주려고 굿을 준비하고 있었다.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다. 말숙이 에미는 열아홉 살 난 딸이 채 피어 보지도 못하고 죽었으니 어찌 눈이 뒤집히지 않겠는가?
 조반을 먹고 둔덩 저수지 가로 바람 쐬러 다녀오더니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저수지에 갔던 말숙이는 저수지 가운데 제비 한 마리가 빠져 죽으려 푸덕 거리는 것을 보고 건져 주지 못하여 안달이 나 그냥 집으로 왔다고 하였으며, 이내 병이 들어 일 주일 만에 죽은 것이다.
 이웃 마을의 용한 침쟁이 조 첨지도 맥을 짚어 보았지만 병의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일렀었다. 딸만 여섯에 똥구녕이 찢어지게 가난한 말숙이네는 말숙이를 초등학교를 보내는 둥 마는 둥 졸업을 가까스로 시키고 서울의 양말 공장에 보냈었다. 말숙 아비는 아들 없슴을 비관하여 술로 허송 세월을 보낸 불한당같은 사람으로 식물 인간처럼 살고 있던 터에 말숙이 마저 알아 누었으니 감히 서울 큰 병원은 엄두를 내지 못할 수 밖에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처음에는 그냥 봄 바람을 쐰 탓에 고뿔이 들었으려니 했다. 그러나 병을 조금씩 키워 '났겠지 났겠지' 하며 쌍아탕도 멕여 보고, 아스삐링도 까쓰명수도 멕여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잘 가르치지도, 멕이지도, 입성도 제대로 못해 입히고 늘 위로 다섯이나 되는 언니들의 찌끄레기 처진 옷을 물려 입혀 철천지 한이 되었는데, 말숙이가 천덕구레기를 벗지 못하고 죽었으니 에미의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질 수 밖에.  서울에서 공장살이나 잘 하다가 좋은 서방 만나 호강하며 살기를 바랬던 에미는 실로 비통하였다.
 집에서 부엌 떼기로 구박만 받고 살다 양말 공장에 가서 서너 달이나 있었는지 댕기러 온 말숙이었다. 서울에 가기 전 지게에 풋 나뭇단을 산더미처럼 지고 내려올 때면 양 어깨에 맨 지게 멜빵 사이로 봉긋 솟은 젓 무덤이 처녀 내음이 물씬 풍겨 봉팔이도 칠복이도 침을 흘리곤 하던 말숙이었다.
 그런 말숙이기에 에미는 없는 가사를 죄다 팔아서라도 자리걷이 굿이나 잘 시켜 극락 산천 좋은 곳으로 보내 주라고 호강을 빌어 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용하다는 박수 무당을 죄다 알아보고, 용한 보살은 죄다 물어 보았지만 성황당이 있는 얼음골 어귀에 사는 처녀 보살이 자리걷이를 하는 것이 더더욱 말숙이의 혼백을 달래 주는 길이라 여겨 처녀 무당을 찾아 간 것이다.
 처녀 무당은 이름이 용녀로 성이 무엇인지 이름이 무엇인지는 남들은 알 수 조차 없었고 용녀 자신도 자신이 용녀라는 것 자체를 까맣게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보통 남들은 그를 보살님이라 말 할 뿐이었다. 서른 살 쯤 돼 보이는 그녀는 곱게 빗어 가운데 가르마를 탄 쪽진 머리에 동으로 된 비녀를 꽂고 분 한 번 바르지 않았으나 흰 살결이 뽀얗게 통통하였다. 그녀는 늘 승복을 입고 있었으나 쌍꺼풀이 지지 않은 실 눈썹에 빨려 들 듯한 눈동자는 그녀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눅이 들어 감히 뭐라 말대꾸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학교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여자였지만 공자 맹자를 오라버니 여기듯 하였고, 노자 장자를 삼촌과 같이 알고 통달하였다며 늘 주위에서는 여자가 배워야 팔자만 사납다는 사람들과 학식이 높아 대단하다는 험담 반 칭송 반으로 그녀의 이름이 사내들이며 아낙들의 수다 거리로 오르내리고 있던 터이었다.
 그녀는 주역(主易)의 통한 건, 곤, 진, 손, 감, 이, 간, 태(乾坤震巽坎離艮兌)의 팔괘와 금, 수, 목. 화, 토의 오행을 이용한 운행을 알았기에 나무는 불을 낳고(水生木), 불은 흙을 낳고(火生土), 흙은 금을 낳고(土生金), 금은 물을 낳는다(金生水)는 서로 도와 새것을 만든다는 상생(相生)의 순리(順理)와 물은 불을 죽이고(水剋火), 나무는 흙을 파고(木剋土), 불은 금을 녹이고(火剋金), 흙은 물을 빨아 들이고(土剋水), 금은 물을 산화시킨다(金剋水)는 원리로 서로를 억제하여 결국은 없애 버린다는 상극(相剋)의 역리(逆理), 그리고 상쇄(相殺)의 원리를 알고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났기에 대부분이 농촌의 무지랭이들 인 그들은 감히 그녀에게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대꾸 할 엄두 조차 못 냈으며 차라리 그녀는 살아 있는 보살에 가까웠다.
 "저~ 우리 딸애가 그저께 죽었는데 설음도 많고 한도 많으니 자리걷이나 잘 해서 좋은 곳으로 가게 해 주세요."
 말숙 에미는 비관하여 사정하듯 말했다.
 "몇 살이에요?"
 "열 아홉이요."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기사, 경오, 신미, 임신, 계유, 갑술, 을해, 병자, ......  오라, 개띠로군!"
 처녀 보살은 육갑을 하며 띠를 손꼽아 보았다.
 "생일은 언젠 가요? 난 시는요? 평소 잘 먹던 것은 무엇이에요? 좋아하는 것은 요?"
 생일과 이것 저것 물어보더니 또다시 말을 이었다.
 "내일 아침에 갈 테니 시루떡과 과일이나 준비해 주세요."
 말숙이 어미는 굿거리 음식을 정성 것 준비하였다. 말숙이가 잘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못하고 죽은 마당에 아무리 찢어져라 가난하다 하더라도 궁상을 떨거나 변변히 치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그녀는 마을의 구장을 통하여 쌀 한 가마니를 장려하여 장 마당에 내어다 팔아 굿거리를 장만하였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성황님 전에 비나이다. 우리 딸 말숙이의 명을 빌어 신령님 전에 비나이다."
 꽹과리를 치며 굿판을 벌이고 있는 처녀 무당이라지만 자신이 스물 여덟 살이 되도록 그야말로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성황님과 신령님을 찾았건만 내심으로 시집가 아들 딸 낳고 신랑에게 사랑 받으며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던 그녀였다. 그러던 차에 말숙이가 죽어 자기에게 자리걷이를 하여 달라고 했을 때는 자신이 일인 양 슬퍼하였다.
 "한 송이 꽃이 되고 싶었는데......,  탱탱한 가슴을 보면 알아! 선머슴 다리 마냥 생겼지만, 여자이고 싶었는데......"
 무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였다.
 "말숙이도 그랬을 거야. 자즈러진 솜털이 이맛전을 맴돌았지만 엉덩이를 보면 알 수 있어, 말숙이는 상사병이야! 상사병으로 죽은 게야! 한 여자로서 감히 한 남자를 동경 해야만 했던 말숙이! 둔덩 저수지에 빠저 죽으려 하였던 것은 제비가 아니라 환영일거야. 사랑하고 싶었던 남자의 환영!"
평소 말숙이를 알고 있던 그녀였기에 아름 벌어 떨어진 빈 밤송이 같은 서운한 마음으로 태양처럼 타오르는 뜨거운 가슴을 부여 잡고 흙이 되어버린 말숙이는 어쩌면 내 자신이리라 생각하였다.
 "신령님 전에 앉히리까
 성황님 전에 앉히리까
 용왕님 전에 앉히리까
 옥황상제님 전에 앉히리까."

 꽹, 꽹, 꽹괘꽹, 괘괭꽹, 괘괘꽹, ......

 " 비나이다 비나이다.
 토황전에 비나이다.
 낮이면 햇볕 받고
 밤이면 술력 도는
 어사 대감 술력 대감
 굽이 굽어 살피소사
 미련한 인간 살피소사
 소는 악대되고
 개를 나면 범이 되고
 자식 나면 소원 성취
 고이 고이 바랬으나
 우리 말숙이 죽어지고
 옥황상제 전에 보내오니
 후이 굽어 살피시고
 고생고생 하였으니
 소소한 정성 받자옵고
 없는 정성 있는 정성
 모두워서 오리옵나니
 태산같이 받으시고
 없는 복을 끌어주사
 극락왕생 청합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성황님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성주님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터주전에 비나이다
 부디부디 우리 말숙이
 극락왕생 비나이다"
 꽹꽹 꽤꽹꽹 꽤꽤꽤 꽤꽹 꽥괘꽹
 굿은 밤 늦도록 계속되었다.

 얼음골 어귀에는 외딴집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은 그 집을 처녀 무당집이라 하기도 하고, 처녀 보살집이라고 하가도 하였다. 전농동 로터리의 처녀 보살과는 좀 달랐다. 그녀는 한학에 조예가 깊어 무불 통지였고, 신이 내린 것도 대대로 증조 할머니에서 할머니로, 그리고 엄마로부터 이어받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전농동 로터리의 처녀 보살 마냥 그저 몇 푼 받고 점이나 보아주고 이름이나 지어 주는 수준은 넘었다.
 그녀는 말숙이의 자리걷이 굿을 하여 준 뒤 벌써 이레나 넘게 방에서 문밖 출입을 하지 못하고 앓고 누어 있었다.
 지붕을 몇 년이나 잇지 못하였는지 초가는 밭 고랑처럼 골이 깊었고, 그나마 부엌 천장에는 양철 슬레이트로 얹은 지붕이라 비와 눈에 삭아 하늘의 햇살이 장대처럼 쏟아져 내려 시간이 지나감에 원을 그렸다. 집 앞에는 옥수수며 무 배추를 심어 먹는 채마 밭이고 뒷산에는 산사태가 나 아이들이 솔가지를 꺾어 미끄럼을 타고 노는 큰 소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이며, 골짜구니에는 사람들이 땔나무로 꺼리는 가시가 많으며 추어탕을 끓일 때 빻은 가루를 조금씩 넣어 먹는 산추 나무, 볶음자라 불리는 산딸기 나무, 시큼한 겉 껍질 속에 딱딱한 껍질을 깨물면 고소한 알맹이가 들어 있는 고염 나무, 유월 초면 온 동네를 향긋한 꽃향기로 상쾌하게하는 아이들의 주전부리 감 아카시아 나무,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던 오리 나무가 자라고 있는 산으로 무성한 풀섶에 산 떼까치 부질없이 울고, 뱁새가 떼를 지어 덤부사리를 옮겨 다니며, 흔하디 흔한 칡 넝쿨에 토끼가 노니는 산이었다. 그 산자락 아래로 무너질 듯 산화한 흙벽돌이 부시시 석가래를 힘겨운 듯 지탱하고 있고, 그나마 부엌 천장에는 나무를 땐 그을음과 거미줄이 흉가를 떠 올리게 하였다. 대패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나무 송판 시렁 위에는 굵은 양초 두 개와 흰 고무신 한 켤레가 처량히 얹혀 있고, 니스가 바람에 지워져 뵐 듯 말 듯한 글씨의 만 만(卍) 자 절 표시와 <처녀사(妻女寺)>라는 현판과 함께 양철로 오린 물고기 풍경 두 개가 양 처마 끝에 달려 있었으며, 빨랫돌 만이나 한 댓돌에는 남자 검정 고무신 한 켤레가 뛰어들기라도 한 듯 한 짝은 댓돌을 대각선으로 얹혀 있고, 한 짝은 댓돌 저 만치에 뒤집혀 있었다. 누런 솔잎과 가랑잎이 바람에 날아와 좁은 뜰 안 마당을 그림을 그리듯 갈색으로 채색하였고, 마당을 내려서면 금방이라도 뛰어 내려 두꺼비집을 지으며 장난하고 픈 실 모래톱이 있고, 모래톱 가로 어린아이가 오줌을 싸 흐르는 물줄기처럼 가늘고 여린 시내가 흐르고 있었으며, 시내로 내려오는 돌계단을 따라 물가 한 귀퉁이에 바가지로 길어 먹는 우물이 있었는데, 그 위로 굵은 소나무 두 대를 놓고, 구멍이 둥그렇게 숭숭 뚫린 철판을 올린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오늘도 칠복이는 얼음 골 계곡으로 갈퀴 나무를 하러 갔다가 내려오는 길이었다. 마들가지를 낫으로 척척 노려 자빠뜨리고, 떨어진 가랑잎이며 칡 잎사귀를 갈퀴로 긁어 마들가지 사이에 착착 저며 묶어 겨울 나기로 방아를 찧지 않은 벼를 보관하려고 수수깡을 엮어서 만든 욋광 만큼이나 큰 갈퀴 나뭇단을 고 작대를 바쳐 석 단이나 해 지고 내려오던 칠복이는 처녀사 근처에서 땀이라도 닦고 
담배 한 모금 빨 요량으로 지게를 언덕에 비스듬히 작데기로 바쳤다.
 칠복이는 광목 솜 바지 저고리 차림으로 팔뚝으로 슬쩍 이마의 땀을 훔치고 괴춤에 찬 담배 쌈지를 꺼내 마분지에 손으로 비벼 넣어 두었던 생 담배를 조금 덜어 누런 마분지에 넣고 침을 붙여 말았다. 그리고 유엔 성냥을 한 개비 꺼내어 황에 그었다. 성냥 황이 눅었는지 성냥 알이 눅었는지 불이 잘 일어나지 않고 성냥 목이 부러졌다.
 " 에이, 젠장맞을 놈에 성냥!"
 그는 목 부러진 성냥 알을 바투 잡고 황에 그었지만 불이 확 일어나 채 담배에 불을 붙일 사이도 없이 꺼졌다.
" 이 눔에 유엔 놈들, 미군 놈들은 밀가루도 좋구 숟가락도 좋구 후라이빵두 좋은데 이 성냥은 어째서 안 일어나는 거여!"
 그는 자기가 땀을 흘려 성냥이 누눅하게 된 것도 모르고 공연히 유엔 놈들 타령만 하면서 또다시 성냥과 씨름을 하다 켜지지 않자 성냥 한 알을 앞으로 가져가 후후 입김을 불다 다시 켜자 불이 일어났다.
 "옳지, 됐다."
 기쁜 표정을 지으며 입에 젖은 담배 꼭지를 조금 떼에 내고 한 모금 옥 빨았다.
 " 아, 담배 맛 한 번 좋다. 이 서양 놈들은 이런 것은 어떻게 알구 담배를 피웠데.... 그 눔 들 참 !"
 기분이 좋아 중얼거렸다.
 원래 칠복이는 양주 사람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 죽고 다섯 살 때 평산 댁의 심부름이나 하는 몸종으로 보내졌다. 이름은 원래 따로 있었는데 박 첨지 네 집으로 들어 오면서 박 첨지가 북두칠성의 복을 받으라고 지어준 이름이었다. 그런 칠복이가 성장하여 허우대가 기골 장대하고 마음 씀씀이나 부지런함이 주인인 평산 댁 박 첨지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박 첨지는 죽기 전에 칠복이를 장가 들이고 땅 너 댓 마지기라도 떼어 줄 참이었다.
 그가 평산 댁 박 첨지 마음에 드는 이유는 간단하였다. 그는 밥을 한 끼에 사기 사발로 두 사발 씩 소처럼 먹었지만, 겨울이면 일찍 일어나 하루에 나무를 두 짐 씩 하여 나뭇단을 밖에 노적가리처럼 쌓아 놓고 살았으며, 부림 소 두 마리를 쌀강아지처럼 반지르르 하게 멕이고, 마들가지 불을 화로에 담아 주인 어른의 방에 들여 놓고 사랑을 받았으며, 봄이면 땅이 녹을세라 조반과 정심, 저녁 전에 멀리 일본 놈들이 일구었다는 왯둔지와 뒷둔지는 물론 밭 구석 구석 까지 두엄을 내었고 봄이 되면 갈을 꺾어다 밭의 땅심을 높이었고, 장좌골의 돌각정이 밭을 소 마리의 겨리로 갈아 동네에서 가장 먼저 밭미콩, 붉은 팥 검정팥, 동부 씨를 붙이고, 채마밭에서 얼갈이와 열무, 파, 마늘 고춧가루를 떨어뜨리지 않았으며, 밭 사이로 강낭콩과 옥수수를 심고, 감자. 고구마를 재배하여 주전부리가 떨어지지 않게 하였다. 여름에 모를 내고 나면 회미로 애 카리, 두 카리 세 카리로 논을 매고 피를 뽑으며 농삿일에 힘을 쓰고 가끔 방죽을 퍼 미꾸리, 붕어를 잡아 박 첨지와 철렵을 하였다. 여름이면 겨우내 멕일 마초를 깍아다 비가 들어가지 않게 여밀 줄 알았고, 면소에서 주관하는 모내기 대회다, 퇴비 깎기 대회는 응당 칠복이가 일등하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라 사람들은 여겼다. 가을이면 밤낮없이 일하여 자기의 가을걷이를 틈틈이 남의 높을 팔러 다니기도 하였기에 그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였다. 그의 외모는 만득이나 돌쇠 차원이 아니라 거의 임꺽정을 닮은 듯 기골과 풍체에서 풍기는 위엄이 머슴이라기 보다 선비 같았으나 다만 배운 바가 적고 마음이 착하기 그지없어 칭찬이 자자하였는데 유독 때가 되어도 혼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박첨지나 그 자신은 애를 끓이고 있었다.
칠복이는 담배를 피우다 물끄러미 뜰 안을 들여다 보았다. 어쩐지 다른 때와 다른 분위기에 칠복이는 도둑질 하듯 살금살금 들어가려 했으나 마른 가랑잎이 부서지는 소리와 마당의 모래 밟는 소리로 스스로 가슴을 졸이며 낮은 싸리가지 울타리가 칡으로 엮어져 있는 마당 안으로 들어 갔다.
 마당 안으로 들어서니 치성 드릴 때 쓰던 정한수 사기 사발에 먼지가 뽀얗고 반쯤 햇볕에 증발하고 얼었다 녹아 아직 어름이 한 조각 떠 있었으며, 여느 때와 달리 풍기던 향냄새와 양초 타는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리 잘 만들어지지는 않았으나 위로 다섯 칸 아래로 다섯 칸은 입구(口) 자 모양이고 옆으로 열 칸은 긴 입구(口) 자 모양인데 가운데 팔각형 모양의 무늬를 만들어 낀 문틀의 모양이 여는 사람의 푸근함을 주는 양쪽으로 여는 여닫이 문 앞으로 다가갔다. 작년 가을에 문 종이를 발랐는지 노란 국화 꽃잎과 파란 국화 잎사귀를 가운데 넣고 양쪽으로 바른 창호지가 누렇게 바랬으며 문고리는 일반 무쇠로 만든 동그란 장식을 박아 열기 쉽도록 한 보통의 문이었다.
 문틈으로 한 쪽 눈을 감고 들여다 보았다.
 문틈에서는 안이 보이기 보다는 신음 소리가 가늘게 흘러 나왔다.
 " 으, 으음, 여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순간 칠복이는 흠짓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 났다 다시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말하였다.
 " 안에 누가 있어요. 문 열어두 돼요?"
 굵직한 바리톤 같은 칠복이 목소리가 안으로 전달되자 안에서는 다시 작은 신음 소리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도와 주세요. 이리 잠깐만 들어오세요.
 칠복이는 안에서 흘러 나오는 나즈막한 신음 소리에 가슴을 졸이며 한쪽 문짝을 열었다.
 문을 열자 침침하던 방안의 어둠이 누가 몰아 내기라도 하는 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한 겨울의 태양에서 발하는 빛이 어두웠던 방으로 몰려 들어가 불상에 비치면서 순간 방안은 환해졌다. 그가 발을 들여 놓고 문을 닫자 방 안은 이내 어둠 속 같이 침침하였다.  그는 잠시 어둠에 적응하기 위하여 멍하니 섰더니 이내 쥐가 오줌을 싸 만국 지도가 그려진 천장에서 외줄로 내려온 전기 소켓에 전등을 발견하고 켰다..
 방에는 금으로 도금하여 번쩍이는 가부좌를 튼 큰 좌불이 하나 있었고, 그 양쪽 옆으로 조그마한 좌 불상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그 불상들 앞에는 언제 진열하였는지 모를 사과와 배, 그리고 비쩍 마른 시루떡이 큰 유기 그릇에 얹혀 있었다. 불상 뒤에는 석가모니가 설법을 하는지 손을 내밀고 있고 그 앞으로 아이들로 보이는 불자들이 석가여래를 바라보며 추종하는 듯 하는 불도가 벽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그 곳은 법당이라고 부르는 것 보다는 온돌방의 살림방이라 보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긴 직사각형 모양의 방에는 불상 반대 편 벽 쪽으로 나무로 짠 옷걸이가 박혀 있었고 그 옷 걸이엔 승복과 기성복이 벗어 던진 듯 걸려 있었고 그 옆으로는 얼굴 보다 조금 더 큰 세경이 굵은 대못에 목숨 걸고 매달려 있었다.
 어둠으로부터 갑자기 밝아짐에 적응하기도 전에 아랫목 쪽으로 평행으로 누운 보살이 보였다.
 윗 옷의 어깨만 조금 보이는 그녀는 승복을 입고 있었으며 며칠이나 앓아 누었는지 입술엔 침이 하얗게 말라 조금씩 터 있었고, 머리 맡엔 언제 물을 떠다 먹었는지 모를 빈 놋 주발이 하나 뒹굴고 있었다. 옷을 넣는 반닫이 옆엔 반쯤 찬 뚜껑도 없는 사기 요강이 방의 냄새를 지배하여 쾌쾌한 향 냄새와 촛농 냄새와 썩여 늙어 죽어가는 골방 샌님의 방보다 더욱 지독하였다.
 "어휴, 냄...."
 칠복이는 냄새 난다는 말을 하려다 꾹 참고 불상 앞에 있는 큰 양초 에 불을 켰다. 불을 켜자 방안은 서서히 매쾌하고 찝찌리 한 냄새가 어디로 사라지는지 없어졌다.
 그제서야 깔아 놓은 이불 요 밑에 손을 넣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이구 차가워라. 냉골이네, 이 눔의 방바닥이 사람 덕을 보려 하네!"
 그는 혀를 끌끌 차며 처녀 보살의 옆로 다가갔다.
 "어디 아프세요 보살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측은한 마음으로 물었지만 보살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남녀 사이고 서로 말을 붙여 본 일이 없는 사이라지만 칠복이는 아픈 그녀를 그냥 놓아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솥뚜껑 같은 손이 그녀의 이마로 다가갔다.
 "아유, 이런. 열은 없지만 이러다 사람 죽겠네? 이렇게 차가운 냉방에서 먹지도 못하구 며칠이나 누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 구만!"
 그녀를 향해 말을 하다 물끔 벽을 보니 방과 부엌으로 통하는 조그만 쪽문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이쿠! 이거 불 먼저 때야 겠네."
 그 큰 덩치로 조그마한 쪽문을 밀치고 겨우 부엌으로 나가려 했으나 그곳엔 그가 신을 만한 신발이 없었고 코끝이 째진 여자 검정 고무신 한 켤레가 뽀얀 먼지를 쓰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 신발이 없네?"
 중얼거리며 다시 돌아 들어왔던 방문을 삐거덕덜컥 소리를 내며 밀고 나갔다.
 자신이 벗어 던졌던 신발을 주섬주섬 챙겨 신고 부엌문을 열어 보았다. 부엌문은 소나무 송판으로 깎아 만든 문으로 한 쪽에는 긴 소나무 잠금 장치가 있었으나 부러져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문짝 아래 쪽엔 개구멍 이었는지 불에 탔었는지 모를 구멍 하나를 함석 쪼가리로 막은 듯 막혀 있었다. 부엌을 들어서니 그는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부엌은 어찌나 빤빤한지 도리깨로 콩 타작을 하려 마당을 쓸어 놓은 듯 빤빤하여 부지깽이와 아궁이의 불을 끌어 내는 고무래 그리고 불 담는 부삽, 그렇게 세 개 외에는 땅에 이름 쓸 몽당 연필만한 마들가지 한 개를 찾을 수 없었다.
 " 햐, 희안하구만"
 땔 나무가 하나도 없슴을 스스로 비관하며 솥을 열어 보았다. 솥에는 모기가 빠져 죽을 만큼의 물이 있었고 부뚜막과 벽에 걸린 양은 그릇, 싸리 채반, 대조리 할 것 없이 모두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자기가 해 온 칼퀴나무 한 단을 부엌으로 끌어 들였다. 그리고 실 모래톱이 있는 조그만 실개천 옆의 돌계단으로 쫑쫑이 달음질 쳐 내려가 바가지 우물에서 양철로 만든 양동이에 물을 길어다 무쇠 솥에 부었다.
 그리고 잘 일어나지 않던 유엔 성냥을 다시 그어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잘 마른 갈퀴 나무는 잘도 타 들어 갔지만 칠복이는 안달이 나 있었다. 그는 불 담이 좋으라 부지깽이로 불을 들추어 가며 불을 때고 있었다.
얼마쯤 때었을까 솥뚜껑을 열어 보니 수증기가 몰려 나왔다.
 검지 손가락으로 솥 안의 물을 찍어 보았다.
 " 어이 뜨거워라! 우선 뜨듯한 물 한 그릇을 떠다 보살님께 드려야지."
 난초 그림이 그려진 백자 사발에 뜨거운 물을 반 사발 쯤 떠 가지고 쪽문을 통하여 방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방 바닥을 만저 보았으나 아직 뜨거워 질 기미가 없었다. 그는 보살의 어깨 밑으로 손을 넣어 목을 부축하며 일으켰다.
 " 자, 보살님, 우선 이 뜨거운 물 한 모금 잡숴 보세요. 추위가 풀릴 거예요."
 정성스레 보살의 입으로 물 사발을 가져갔다. 보살은 마치 어린 고양이가 물을 핥듯 조금씩 목으로 물을 넘기고 있었다.
 그녀는 칠복이가 처음으로 대해 보는 외간 남자임에도 반항하거나 그를 밀어 낼 힘 조차 없었다. 아니 밀어내기 보다는 차리리 순응하였다.
 용녀에게 물을 조금 먹인 뒤 다시 요 위에 뉘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보살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불 마저 때고 죽을 끓여 올게요."
 혼잣말처럼 용녀를 향하여 말하고 부엌으로 나갔다. 나뭇단이 그렇게도 큼에도 불구하고 칠복이는 반 단 가량을 아궁이에 때었다. 그는 불을 마들가지 만 따로 모아 화로에 담아 방에 들여 놓았다. 질화로는 몇 번이나 깨졌었는지 광목에 풀을 먹여 바른 형태가 마치 팔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모양이었다.
 부엌의 그릇 그릇과 방을 들여다 보았지만 쌀이 있을 만한 곳을 알 수 없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불상을 차려 놓은 제단 아래에는 빨간 베루도로 만든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는데 칠복이는 그 곳을 들쳐 보았다.
 그곳에는 별의 별 잡동사니들이 뒤엉켜 있었다.
 양초가 담긴 박스와 유기 그릇 상자, 그리고 고구마가 요소 비료 포대에 반쯤 담겨져 있었고, 양은 세숫대야엔 굵은 대파가 노랗게 자라다 얼어 죽었고, 이불을 만들거나 재단을 할 때 쓰던 석자 짜리 눈금자와 반짇고리엔 엑스자 모양의 실패에 감긴 무명실과 못 입는 옷에서 떼어 놓은 단추들이 도란 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고, 바늘 쌈이 두어 개 보였으며 가세와 베루도, 명주, 뉴똥, 광목 쪼가리들이 각기 과거의 용모을 뽐내 듯 어둠 속에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 유엔군들이 구호 식량으로 나누어 주었던 악수하는 그림이 그려진 밀가루 자루에 쌀이 두 됫박 남짓 들어 있는 것을 발견 하였다.
 무슨 보물이라도 찾은 듯 쾌재를 부르며 쌀을 작은 사기 그릇으로 반 사발쯤 퍼 부엌으로 가지고 나갔다. 이제 김치만 찾으면 김치 죽을 끓여 그녀에게 먹일 요량이었다.
 밖으로 만든 큰 바가지를 들고 부엌을 나섰다.
치성을 들이던 장독대로 가 보았다. 장독의 뚜껑을 하나 하나 열어 보니 간장과 된장 그리고 고추장만 있을 뿐 김치는 보지 않았다. 뒷 곁에 돌아가니 보통 짚으로 이엉을 엮어 덮은 김치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주 다닌 듯 한 발자국이 나 있었다.
 발자국을 따라 가보니 6.25전쟁 때 파 놓은 반공호가 있었다.
 반공호를 조금 들어가니 항아리가 몇 개 눈에 들어왔다.
"  하, 여기다 김장을 저장하여 먹구 사는구나. "
 혼잣말로 지껄이며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았다. 순간 새콤한 김치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였다.
 김치 항아리에는 김장 농사가 별로 잘 되지 않아서 잎사귀가 파란 배추 김치가 고춧가루를 그리 많이 쓰지 않아 허옇고 새우젓이나 황석어 젓을 넣지 않아 국물이 심심하고 멀건 핏 국물에 잠겨 있었고,무를 숭숭 썰어 박은 무 쪼가리 짠지가 김칫독 밑그림을 주도하고 있었다.
"끝내 주네! "
 저절로 탄성 소리를 질렀다. 누가 무어랄 것도 없이 손을 디밀어 무 쪼가리 짠지 한 개를 입어 넣고 어기적어기적 씹었다. 그 맛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시장하던 차에 신 무 김치 쪼가리는 그의 입안에 침샘을 자극하여 항연을 베풀었고 이내 팔다리를 통하여 전율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는 다시 시퍼런 배추 김치 한 쪽을 찢어 입으로 주섬주섬 손으로 걷어 넣으며 말했다.
 " 야, 여기다 찬밥 한 숟가락 싸 먹으면 더 부러울 것이 없겠네....."
 김치 맛에 도취되어 한참을 헤어나지 못하다가 문득 방에 누워 있는 보살이 생각 났다.
 " 내 이럴 때가 아니지."
 배추 김치 두 포기와 무 쪼가리 몇 개를 꺼내 들고 부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나 많이 썼는지 모를 밑이 시커먼 찌그러진 냄비에 씻은 쌀과 배추 김치를 쫑쫑 썰어 넣고 물을 부었다. 조그마한 종지에 조선 간장에 깨부셍이를 넣어 담고, 양은 숟가락 한 개와 대나무 젓가락 한 매를 소반 위에 올려 들고 방으로 들어 왔다.
 방으로 들어오니 방은 화롯불의 온기로 훈훈하였고 방 바닥도 따끈따끈해졌으나 그녀는 세상 모르고 꿈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화롯불을 인두로 가운데로 모았다. 그리고 부젓가락을 벌려 사선으로 꽂고 그 가운데에 인두를 놓아 그 위에 죽 냄비를 얹었다. 화롯불은 벌써 자즈러저 불담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칠복이는 연신 입으로 불을 후 후 불어댔다.
김치죽은 조금씩 끓고 있었다. 그러나 안달이 난 칠복이는 연신 숟가락으로 밥 알갱이를 맛 보았지만 아직 완전이 풀어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듯 싶었다.
이윽고 죽이 다 되자 그는 용녀를 흔들어 깨웠다.
 " 보살님! 보살님, 일어나세요. 일어나서 죽 좀 잡수어 보세요."
 잠에서 깬 그녀의 어깨 뒤로 손을 넣어 그녀를 부축하려 하였지만 그녀는 사양하며 말했다.
 " 제가 일어날게요."
 얼른 화롯불 위에서 죽 냄비를 꺼내 소반 위에 얹어 놓고 숟가락을 집어 주려다 흠짓 놀랐다. 자기가 죽을 끓이며 몇 번이고 먹어 보던 숟가락이 아닌가?
 얼른 자신의 솜 저고리 단으로 비벼 닦고 숟가락으로 죽을 살살 긁어 떠 그녀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얼굴에 홍기를 띄우며 부끄러워 손으로 숟가락을 뺏으며 기어 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제가 먹을게요."
 그녀가 조금씩 먹고 잇는 모습을 보니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그녀가 거지반 죽을 먹고 난 후에야 칠복이는 부엌으로 소반을 가자고 나와 냄비에 남은 죽을 깨끗이 핥아 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칠복이는 소같은 장정이 아닌가?
 두 단 뿐인 나뭇짐을 지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다섯 시를 넘겨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박 첨지는 왜 그리 늦었느냐고 다그쳤다.
 연신 한 쪽 발을 쩔뚝거리며 나무를 하다 그만 발을 헛 딛어 발목을 삐었노라고 둘러댔다.
 그리고 골방에 들어가 두문 불출하고 누었다.
 방에 누어 천장을 바라보니 용녀가 웃고 있었다.
 " 그래 내 배필은 그 처녀 보살이야! 내가 왜 여태까지 장가를 못 들었는지 이제야 알겠구먼. 그 처녀 보살이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는 것은 날 기다렸음이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내심 쾌재를 불렀다.
 " 아 그 정수리를 희고도 정직하게 갈라 놓은 가르마의 새까만 쪽진 머리! 동그란 이마에 갸름한 얼굴! "
  오금이 저려 왔다.
 "이 일을 어찌한다? 어찌한다? "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하냥, 그녀가 눈에 아른 거릴 뿐이었다.
 이내 꿈 나라로 떠났다.
 다름 아닌 용녀와 결혼하여 아들 셋에 딸 하나, 그렇게 아이들 넷이 올망졸망한데 번듯한 돌기와 집에서 서로를 간지르며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꿈이었다.
 "이 봐요, 칠복이! 칠복이! 아, 발목 좀 삐었다고 저녁두 안 먹구 잘 거야. 벌써 아홉 시가 넘었다 구! "
 행랑 어멈의 문 두드리는 소리와 다그처 깨우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었다.
 " 에이 몹쓸 놈에 행랑 어멈!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칠복이는 점심도 걸렀건만 왠지 전혀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달콤한 꿈에서 깨운 행랑 어멈이 미울 뿐이었다.
 " 아, 안 먹어요. 안 먹어! 다리 아파 죽겠는데 내가 절뚝거리고 나가서 밥 먹을 일 있수?"
 공연히 행랑 어멈에게 생 트집을 잡았다.
 " 먹기 싫으면 관둬! 내, 네까짓 놈에게 밥상 가져다 바치게 생겼어?"
 행랑 어멈의 퉁명스런 소리와 함께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솜이불을 둘둘 뭉쳐 방의 모서리에 몰아 놓고 두 손으로 깍지를 끼워 머리 뒤통수에 바치고 기대어 한숨을 몰아 쉬었다. 방바닥은 짚으로 만든 멍석을 깐 위에 짚으로 한올 한올 베 짜듯 만든 지직을 깔고 있었는데, 닳고 닳아 만질만질하여 마치 콩기름을 먹인 듯 미끄러웠다. 골돌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갑자기 뻘떡 일어섰다.
 " 내 이럴 때가 아니지?"
 방문을 열고 어둠 속에서 고무신을 주섬주섬 찾아 신었다. 그리고 쌀광으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쌀을 서너 말이나 남짓하게 퍼 들고 광을 나왔다.
정월 보름이 지나 스무 날 쯤 되었을까? 달은 반쯤 기울어 산길을 어슴프레 비치고 있었다. 멀리서 인기척에 개 짖는 소리가 들려 왔다. 정월 대보름이 지났다지만 밤 공기는 귀를 에이는 듯 매서웠다. 길가에 있는 밤나무 가지가 바람에 윙윙 울었다. 칠복이는 행여 누가 볼세라 잰 걸음으로 마을의 인가가 없는 길을 돌아 얼음골로 향하고 있었다.
 가슴은 이내 요동치고 있었다. 옆구리에 낀 쌀 자루에서 땀이 느껴졌다. 그에게서 설레임이나 망설임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를 가야만 한다는 사명감과 느낄 수 없는 이끌림으로 발을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같은 시각, 용녀는 며칠 동안의 병석에서 일어나 방 청소를 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억새 순으로 만든 방 빗자루로 방 바닥을 쓸어 모으니 머리카락이 한 웅큼은 뽑혀 있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모으며 혼잣말로 나직이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 이렇게 머리가 빠지니 머리 한 번 올리지 못하고 죽은 말숙이처럼 내가 죽어도 아무도 모를 일이잖아? 말숙이는 틀림없이 상사병으로 환영에 홀려 죽었을 게야."
 그녀는 오늘 낮에 칠복이가 나뭇짐을 작데기로 바치고, 그가 해 온 나무로 불을 때어 온돌을 데워주고, 따듯한 물을 떠다 부축하여 자신에게 먹이고, 먼지 쓴 질화로를 찾아다 불을 담아 그 위에 김치 죽을 쑤어 자신에게 먹인 일을 떠올렸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요강을 비우고 방 걸레를 치려고 걸레들을 빨아 조그만 놋대야에 담아 들어오며 문득 불상을 바라보니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고운 명주로 된 천으로 불상을 닦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정성스럽게 불상을 닦고 있으려니 어느새 불상은 칠복이가 되어 있었다.
 부처님 귀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 이 귀좀 봐! 남자가 어쩌면 이렇게 귀도 잘 생기고 이마가 넓을까? 이 우람한 가슴하며 넓은 어깨를 좀 보란말이야! 어쩌면 솥뚜껑만큼 큰 손으로 김치죽을 그렇게도 맛있게 끓일 수 있을까? "
  불상에 안겨 보았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하였던 허전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어려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불경을 탐익하며 경전에 마음을 쏟아 왔다. 그녀의 생활은 오로지 자신의 수양과 남을 위함 뿐이었고, 치부를 한다든지, 사랑을 운운할 생각은 전혀 없었으며 더욱이 칠복이가 자신의 목을 부축하여 따듯한 물을 먹여 준 지난 오후를 제외하고는 어느 남정네의 손길이 자신의 터럭 하나를 건드린 바 없었다.
 "아. 지금 그가 와 준다면......"
 혼잣말로 간구하듯 말했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용녀는 순간 섬짓하며 귀를 의심하였다.
 " 저, 보살님 계세요?"
 칠복이는 나오지 않으려는 목소리를 애써 추스려 불렀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문틈에서는 칼날같은 불빛이 흘러 나왔다.
 "보살님! 보살님 안에 계세요?"
 목소리를 한 층 끌어올려 다시 불러 보았다.
 용녀는 의심하였던 귀에 다시 칠복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얼른 이불 밑으로 기어 들었다.
 "으..... 음..... 아이유, 아이구......"
 억지로 신음소리를 내며 한 껏 아픈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밖에 누구세요? 으....음...."
 칠복이는 아직도 용녀가 많이 아픈 상태라고 믿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방안에는 삼십 촉 백열등이 켜져 있었으나 어둠을 뚫고 온 칠복이에겐 태양을 정면으로 쳐다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이 부셨다. 백열등은 온 방을 군림하듯 비치고 있었으나 불상 뒤와 촛대 뒤로는 길고도 큰 그림자가 벽면을 꺾어져 드리우고 있었다. 낮에 가져다 놓았던 화롯불은 이미 식은 지 오래라 잿빛의 고운 앙금이 아무도 발을 들여 놓지 않은 우주의 한 별처럼 군데 군데 우묵한데, 마치 개미 귀신이 개미를 잡아 먹으려 파 놓은 개미 지옥 같았으나, 개미 귀신도 그처럼 고운 모래로 파 놓지는 못했을 듯 싶었다. 낮에 김치 죽을 끓여 먹던 냄비와 소반은 볼 수 없었고 방바닥도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주인 몰래 퍼 온 쌀 자루를 윗목에 털썩 놓고 용녀의 걱정이 앞서 서너 걸음 남짓 걸어 그녀가 누워 있는 옆으로 다가갔다.
 " 아이구 이를 어쩌나?  이러다 사람 잡겠네....."
 중얼거리며 방바닥을 만져 보았다. 방 바닥에는 아직 훈기가 남아 있었으나 그리 따끈하지는 않았다.
 " 이거 불 좀 더 때야겠네? 새벽이면 방이 아주 식어 버리겠는걸?"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쪽문을 통하여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부엌을 밝히기 위해서 우선 유엔 성냥 한 가치를 그어 댔다. 성냥 불이 포르르 일어나자 부뚜막 한 켠으로 그을음과 거미줄이 주레주레 매달린 소켓에 끼워진 오 와트 짜리 빨간 꼬마 전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 전구 불이 있구나? 아이쿠 이거 오 와트 짜리 구나, 이거 어디 어두워서 밥이나 제대로 푸겠어? "
 타 들어가는 성냥을 부뚜막 쪽으로 내던지고 전구를 켰다. 전구 불빛은 도나 개나 마찬가지라더니 성냥 불빛보다 그리 밝을 바가 없었으나 조금 있으려니 이내 침침하던 부엌에 매달린 주걱과 바가지 그리고 솥뚜껑 꼭지가 보였다.부뚜막에는 낮에 그녀에게 먹였던 것으로 보이는 소반이 한  켠으로 대각선 모양의 조각 천으로 만든 상보에 덮여 있었다. 그는 낮에 그는 소반을 그냥 가져다 놓고 김치만 큰 바가지로 덮어 놓았었는데 지금은 상보가 덮어져 있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 음, 보살님이 기침을 하신 게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불을 때면서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니, 그냥 불만 때고 있을 것이 아니지? 보살님은 저녁도 못 드셨을 것이 아니야?"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불을 아궁이로 걷어 넣고 바가지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 자기가 주인 몰래 가져 온 쌀 자루에서 한 됫박이나 남짓 퍼 가지고 나와 부뚜막에 걸린 조그만 양은솥의 데워진 물을 퍼내고 밥을 앉혔다. 그리고 한 쪽 솥에는 낮에 자신이 반공호에서 꺼내 온 김치를 썰어 넣고 김칫국을 끓였다.
밥을 앉힌 양은솥 뚜껑을 밀고 부글부글 끓어 넘치며 김이 쏟아져 나왔다. 구수한 밥 냄새가 그의 시장기를 발동케 하였다. 그도 역시 조반에 나무하러 간다고 먹은 밥 외엔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으니 소같이 먹던 그가 시장기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아니 지금까지 배고픈 줄 몰랐던 것은 용녀를 향한 감정이 그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찬이라곤 달랑 김칫국과 김치가 전부인 밥상을 겸상으로 차려 들고 쪽문을 열었다. 누가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고 했던가?
 용녀는 아직도 아픈 척 누워 있었다. 그는 밥상을 한 켠에 놓고 그녀를 가운데 손가락 세 개를 모아 토닥토닥 두드려 깨웠다.
 "보살님, 보살님! 일어나세요. 일어나 이 밥 좀 잡수어 보세요. 이러다 큰일나겠어요. 우리 안방 마님이 그러시는데 밥풀 한 알갱이가 귀신 열을 당한데요. 밥을 안 먹으면 헛것이 보이는 법이에요. 자, 얼른 일어나요, 예? "
그는 낮에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목을 부축하며 그녀를 일으켰다. 그리고 밥상을 그녀 앞에 밀어 댔다.
 "나두 보살님 걱정이 돼서 아직 아무 것도 못 먹었어요. 자 어서 숟가락 들어요."
 숟가락을 들어 그녀에게 건넸다.
 "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정말 너무 고마워요."
 자신이 지은 밥을 그녀가 먹는 입술을 보자 행복감이 밀려왔다.
 " 아,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이래서 결혼을 하고 사는구나!"
 그가 생각에 잠기자 그녀는 억지로 입을 열며 말을 건넸다.
 " 아저씨두 잡수세요."
 " 예? 저 아저씨 아니에요, 총각이에요 아직 장가도 안든 총각이란 말이에요.  제 이름은 칠복이구 만유."
 묻지도 않은 이름을 밝히며 머리를 긁적이었다.
 " 아, 칠복 씨, 이름이 칠복 씨 군요. 이름 정말 좋으시네요.
일곱 칠자 복 복자."
 그녀는 그렇게 그의 이름을 꼽다가 섬짓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순간 머리가 쭈뼛 서며 팔뚝에 닭살이 돋아났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칠복 씨도 이제 그만 쳐다보고 잡수세요. 그렇게 자꾸 쳐다보면 부끄러워서 제가 어떻게 밥을 먹어요."
 "아, 그 그래요? 그거 정말 미안하네요. 저는 하두 보살님이 안쓰러워서...... "
 얼굴이 붉어져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두 보살 말구 이름이 있어요. 용녀요 용녀! 용 용 자 계집 녀 자인데 이름이 세어서 팔자가 센가 봐요."
 그녀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칠복이와 용녀라! 잘 논다. 잘 놀아. 옛날 소꿉놀이하는 것 같은데요? 하하하, 하하하."
 몸을 뒤로 젖히며 모처럼의 너털 웃음을 웃었다.
 "정말 그렇네요, 소꿉놀이 그것 참 재미있을 같아요. 칠복 씨! 호호호......"
 그녀가 덩달아 웃었다.
 "예! 지금 뭐라고 그랬어요. 칠복 씨라고 그랬죠? 분명 칠복 씨라고 이름을 불러 준 거지요."
 너무 감동하여 눈물이 글썽하였다.
 " 왜 그러세요 칠복 씨! 어서 밥 잡수세요!"
 그녀가 밥을 먹을 것을 권하였다.
 " 너무 기뻐서 그래요. 지금까지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준 여자는 없었어요. 우리 쥔 마님이나 안방마님이 일 시키려고 이름을 부른 것 외에는 용녀 씨가 처음이라 구요."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 저도 마찬가지예요. 칠복 씨! 누가 저를 용녀라 불러준 적이 있는 줄 아세요. 남들은 모두들 저를 보살님이라고 부르거나 처녀 보살, 아니면 무당 년이라고 부르기만 해요."
 그녀의 눈에서도 감격의 눈물이 흘러 나왔다.
 "자 이제 우리 그만 울고 밥이나 먹어요."
 눈물을 소매로 훔치고 말했다.
 그녀는 김치 쪽을 길게 찢어 그의 밥 숟가락 위에 얹어 주었다.
 밥상을 물리고 그들은 도란도란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더니 칠복이가 어깨를 주물러 준다며 무릎으로 기며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갔다.
 "제가 어깨 좀 주물러 드릴게요."
 칠복이는 진심으로 그녀의 건강을 걱정하며 그녀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싶었다.
 그녀는 그의 진심 앞에서 수줍음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없었다.
 칠복이 하는 대로 순응하고 있었다.
 그의 안마는 정말로 시원하였다.
 머리 뒷통수의 제비꼬리가 내려온 양 옆을 엄지 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으로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아파서 비명을 지를 정도로 주무르더니 이번엔 두 손아귀로 어깨의 두툼한 어깨 살을 주물렀다.
 그녀는 말숙이의 죽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감정 이입으로 죽음의 경지까지 갔었으나, 칠복이의 손아귀는 마치 새 생명을 부르는 봄바람인 양 살랑살랑 불어왔다. 이내 그녀의 몸에서는 신비로운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 아, 너무 시원해요."
 그녀가 외마디 탄성과 함께 그를 돌아 보며 말했다.
 " 나, 잘 주무르지요?"
 그가 말했다.
 "예! 어쩌면 그렇게 시원하게 주무를 수가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훨씬 경쾌해졌다.
 " 저는요, 어려서부터 우리 주인 마님을 하두 주물러 드려서 안마는 잘 한다 구요. 우리 주인 어르신께서는 내가 안마를 해 드리면 날아갈 것 같다고 그러셔요. 다리도 주물러 드릴까요."
 혼자 말하듯 중얼거리며 옆으로 돌아와 그녀의 양 다리 옆에 앉았다. 그리고 발가락을 쭉 쭉 잡아 당기고 발가락 사이 사이를 꾹꾹 누르며 발목 관절과 뒤꿈치를 꼭 누르며 시원하게 주무르기 시작하였다. 그의 손길의 점점 허벅지로 올라오자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에 휩싸였다. 온 몸이 비비 틀리며 꼬이더니 움찔움찔하며 뜨거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조금 전에 불상을 감싸 안으며 칠복이가 와 주었으면 하던 일을 떠올렸다. 순간 그녀는 그를 와락 당겨 안았다.
 그렇게 그들은 포개어졌다.
 그들은 모두가 처음이었으며 삼십 여 년을 기다려 온 그 날, 이른 봄 밤, 진흙 밟는 소리가 외로운 암자를 지켰다.

 칠복이는 예전의 순진하고 착한 머슴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한 여인을 사랑하는 어엿한 남성으로서의 칠복이였다.
 용녀를 만난 뒤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녀의 생각 뿐이었다. 나무를 해도 그녀를 생각하였다. 그가 머슴 사는 박 첨지집엔 작은 단으로 석 단을 해다 나르면 용녀의 집에는 산더미같이 깎아다 주었다. 박 첨지네 집에 풀 낭구를 해다 주면, 용녀의 집에는 마들가리나 물거리, 장작개비 등 불 담이 좋은 낭구를 해다 주었다.어디서 고구마 한 개를 깎아 먹어도 그녀 생각을 떠올렸다. 동네 잔치가 있는 날이면 그는 남들 몰래 떡을 받아 감추어 두었다 그녀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는 이제 그녀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박 첨지 집에서 맛난 반찬과 쌀밥에도 그는 통 입맛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반공호 굴 속의 젓갈 넣지 않은 쪼가리 짠지가 입에 맞았다. 그런 생각만 하여도 그는 입맛을 다시었다.
 " 아 그 김치 쪽 한 개에 밥 한 술 먹었으면...."
 지금까지 용녀가 쓰는 바가지 우물에 갈아 앉은 낙엽이나 앙금을 건져내 준 사람은 없었다.
 그런 우물을 칠복이는 자청하여 아직 날이 찬 삼월인데도 우물을 말끔히 청소해 주었다.
 두 손이 에이는 듯 하고 손가락이 곱아 펼 수 조차 없었지만 그는 그런 차가운 물에 들어가 발을 담그고 부엽토를 꺼내는 손이 곱아 호호 불면서도 내심 "아,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 깃는 우물로 내려가는 계단은 언제 손을 보았는지 차라리 계단이기 보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언덕 같았다.
 소나무를 찍어다 계단을 보수하였다.
 "어휴, 이런 길을 어떻게 물동이를 이고 다녔지?"
 애처러워 혀를 끌끌 차며 혼잣말로 지껄였다.
 헌 가마니를 뜯어 그녀의 방문 앞 툇마루 아래 댓돌 위에 깔았다. 그녀가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워 넘어질까 걱정하는 배려의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행랑채에 불을 끄고 자는 체 하다 주인 몰래 빠져 나와 그녀의 집으로 마실을 갔다.
 그녀를 잠시라도 보지 못하면 안달이 되었고 행여 그녀가 심심할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었다.
 칠복이가 그녀를 향한 마음이 그러하듯이 그녀 또한 늘 그를 향한 마음 뿐 이었다.
 윗목의 좌대에 위엄있게 앉아 계신 불상이 그의 형상으로 다가왔다.
 시렁 위에 얹어 놓은 누우런 늙은 호박이 그녀를 향해 웃고 있는 칠복이로 보였다.
 그녀는 예전의 조숙하고 부처님과 주술에 신경 쓰던 무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한 지아비를 동경하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늘 방과 마당을 깨끗이 쓸었다.
 언제라도 칠복이가 올 것만 같았다.
 언제 걷어 냈는지 모를 부뚜막 위에 걸린 까맣게 그을려 주레주레 매달린 거미줄을 걷어 내고 부뚜막을 뒷산에서 빨간 황토 흙을 파다 새로 발랐다.
 아궁이 앞에 앉아 그가 해다 준 고자백이 등걸을 아궁이에 넣어 불을 지피며 생각하였다.
 " 아, 그이와 아궁이 앞에 나란히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불 때고 싶다."
 그녀의 꿈은 아주 소박하였다.
 그와 단 둘이 앉아 아궁이에 불때고 싶은 꿈! 그것이 그녀의 꿈에 전부였다. 그녀는 그런 꿈속에서 불 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발갛게 달아오른 볼이 더욱 예뻐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불을 때고 있노라니 누군가 부엌문을 열고 그림자와 함께 성큼 다가와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하였다.
 "저....., 용녀 씨! 저와 같이 아궁이에 나란히 앉아 불 때며 사실래요?"
 깜작 놀랐다. 너무 갑자기 나온 말이라 무어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냥 불 앞에 앉아 빨갛게 달아 오른 얼굴이 더욱 빨개져 웃을 뿐이었다.
 그는 담배 괴춤에 달아 맨 담배 쌈지에서 봉초를 조금 꺼내 신문지에 올려 놓고 침을 발라 마른 다음 아궁이 불가지로 불을 붙이며 말을 이었다.
 "아궁이 앞에 나란히 앉아 같이 불 때며 화롯불 담아 토장국 끓여 먹으며 삽시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가장 어려운 청혼이었다.
 그의 이마엔 진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떡이었다.
 너무 행복하여 눈물을 글썽이었다.
그들은 타 들어 가는 아궁이 앞에서 뜨거운 포옹과 함께 감미로운 키스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내 방으로 들어갔다.
 서로가 원하는 아름다운 엉킴이었다. 과년한 선남선녀의 결혼을 약속하는 축제였다. 두 마리 학이 추는 사랑의 춤 한 마당이 시작되고 있었다. 참깨를 물에 일듯 부드러웠다. 솥뚜껑을 엎어 놓고 들기름 둘러 소당떡을 붙이듯 감미로웠다.  싸움닭이 서로를 노려보며 경계하는 듯 하더니 맹렬한 공격이 퍼부어졌다. 축제는 지난 가을 풍년이 들어 절구통을 넘어뜨려 놓고 타작하던 바숨 마당처럼 풍요로웠다. 홀태를 밟고 벼 이삭을 훑던 생각을 떠올리며 힘을 한 곳으로 모았다. 막걸리를 한 사발 마시고 손으로 입을 훔치며 발로 밟아 돌리는 탈곡기를 밟으며 벼를 터는 사람처럼 신명나 있었다. 콩을 마당에 한 마당 깔아 놓고 후두려 치던 도리깨질과도 같았다. 볏가리를 올려 쌓듯 역동스러웠다. 냇가에서 풀섶에 족대를 대고 발로 마구 밟아 물고기를 모는 듯 하였다.
 이내 그들은 화롯불에서 얌전히 끓는 토장국 같았다.
 
 칠복이는 사랑에 빠져 집안 일을 소흘하게 되었다.
 그러나 박 첨지는 영문도 모르고 칠복이에 대하여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아, 이 경을 칠 놈아! 너 요즘 무슨 일 있능 겨?"
 박 첨지가 그에게 물었다.
 "아, 예...."
 그는 말꼬리를 흐리다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 저, 쥔 어른!"
 "그래 무슨 일이야?"
 박 첨지가 대답하였다.
 "저 장개 줌 들여 주세유!"
 그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아, 이눔아! 누가 몰라서 그러느냐? 누가 너한테 시집오겠다는 처녀가 있어야지....."
 박 첨지가 코웃음을 치듯 반문하였다.
 " 저, 얼음골에 있는 처녀보살 있지요? 그녀와 혼인시켜 주세요."
 박 첨지의 반대를 직감하면서 비장함을 얼굴에 띠며 요구하듯 말하였다.
 "안돼! "
 박 첨지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안된다 이눔아! 어디 여자가 없어두 그렇지 하필이면 무당 년이냐? 그리고 그 무당 년은 대대로 내림 무당이라 제 버릇 남 못준다. 내 집을 나가면 몰라두 내 집에서는 그렇게 못한다."
 박 첨지는 상투를 곳 세우고 삿대질을 하며 흥분하여 그에게 소리쳤다.
 "전 그럼 이 집을 나가겠어요."
 칠복이는 더욱 화가 나서 대들 듯 말하였다.
 "응, 그래! 어디 나갈 테면 나가 봐라! 어디 네맘 대로 해 봐라! 네가 네 발로 나간다면 할 수는 없다면 그간의 품삯은 한 푼도 못 준다. 그리 알아라!"
박 첨지는 화를 쏟아 붙 듯 말하고 다시는 말을 하지 않을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래요. 내가 이집 아니면 못 살 줄 알아요. 나간다구요 나가!"
 칠복이는 머리끝까지 화를 내곤 대문을 발로 차고 집을 나왔다.
 박 첨지 집을 뛰쳐 나온 칠복이는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용녀의 생각 뿐 이었다.
 칠복이는 어려서 박 첨지 댁에 머슴으로 들어와 잔뼈가 굵었고 그 품삯도 약속대로라면 족히 땅 대 여섯 마지기는 받아 나올 수 있으련만 그까짓 땅 몇 마지기의 품삯이 대수가 아니었다.
 머릿속엔 용녀만 있으면 부러울 것이 없을 듯 싶었다.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벅차 올랐다.
 " 아! 내가 드디어 가정을 이루는구나!"
 그는 용녀를 만난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지난 삼십 여 년 간 잔뼈가 굵은 박 첨지 집을 나와 그녀의 집인 얼음골 처녀사의 단칸방에 둥지를 틀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그들은 사랑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부유했다. 배추 짠지를 찢어 서로의 밥 숟가락에 얹어 주면서 행복하였다. 그들은 아무런 말 없이도 무언의 눈으로 통하였다. 그들은 밤낮없이 서로의 몸과 마음을 진심으로 탐익하고 간구하였으며, 울타리엔 십자매 한 쌍이 날아와 이 교태로움을 부러워하였다.
비릿한 바닷바람을 싣고 훈훈한 남풍이 불어왔다.
 양지쪽의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진달래가 얼음골 뒤 야산을 수놓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어쩌면 용녀가 시집가고 싶은 마음과도 흡사했다.
 그들은 삼월 초파일을 결혼식 날짜로 잡았다. 용녀가 부처님을 모시는지라 부처님 오신 날인 사월 초파일보다 한 달 전인 삼월 초파일에 날을 잡고 석가탄신일에 부처님 앞에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고하려 하였다.
 결혼식 날을 잡은 칠복이는 날 품팔이를 하여 용녀를 부양하랴, 결혼식 준비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식을 올리고 날마다 나뭇짐지고 다닐 수도 없거니와 며칠 간은 일손을 쉬어야 할런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심 부지런을 떨고 있는 것이었다.
 당장 어디 새 집을 짓거니와 마련하기가 어려웠으므로 그들은 부처님을 모시는 방을 반절 나누어 칸을 막고 윗방에는 부처님을 모시고 아랫방에는 신접 살림방을 차리기로 하였다.
 용녀는 혼수로 조그마한 장롱을 들여왔다.
 장롱은 윗 부분과 아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윗 부분에는 여닫이 문짝이 두 개가 있었고 그 곳은 이불 넣는 곳이었다. 여단이 문짝에는 각기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문짝 가운데는 둥구렇게 파내어 찻 쟁반 만한 크기의의 거울이 달려 있었다. 장롱문의 경첩은 놋쇠로 잘 오려 낸 듯 나르는 봉황 모양의 장식으로 달려 있었고 장롱 윗 구석의 마무리 부분은 민 무늬의 놋쇠가 놋쇠 못에 박혀 있었다. 서로 맏 닿는 부분엔 고리로 된 잠글쇠가 달려 있었고 문고리 또한 양끝에 구슬이 달린 듯한 반달형의 놋쇠 문고리가 달려 있었다. 아래 부분은 큰 서랍 세 개가 옷이나 버선 짝을 넣기에 편리하도록 짜여져 있었다.
장롱을 들여 놓자 방은 윗목에 메주 띄우는 메주 틀을 놓고 화로를 하나 놓으면,  둘이 부둥켜 안고 자기에 겨우 맞을 듯한 공간 뿐이었으나 그들은 그래도 마주보며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용녀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아주머니와 함께 햇 목화 솜을 틀어 세 겹이나 펼쳐 원앙금침을 만들었다.
 첫날밤에 덮을 이불 호청은 누가 보아도 정말 예뻤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 하였다. 수복강녕(壽福康寧) 한자가 전서체처럼 네 귀퉁이에 수 놓아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각각 두 마리의 원앙과 학과 공작과 꿩이 서로를 희롱하며 지저귀는 듯 마주보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국화꽃과 목단으로 보이는 꽃들이 미세한 바느질 솜씨로 수 놓아져 있었고 매화 나뭇가지와 대나무와 복숭아 꽃나무가 바탕에 수놓아져 서로 마주보며 날으는 새들을 바쳐 주고 있었다. 이불의 바탕은 붉은 주단으로 온통 붉은 등을 단 듯 불빛을 흡수하며 제대로의 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불 꿰메는 아주머니의 손길을 바라보는 용녀의 눈에는 이슬이 고였다.
 지금까지 홀로 외로이 살아왔으니 이제부터 칠복씨를 정말 귀공자처럼 떠받들고 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다 꿰멘 이불을 펼쳐 놓으니 온 방안은 차라리 축제였고, 용궁이었으며, 무릉도원이었다.
 아주머니는 자신이 꿰메고도 감격에 겨워 손으로 몇 번이고 쓸어 보기를 반복하였다.
 "이제 정말 내가 시집을 가는구나!"
 동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 정말 천생 연분이야. 어쩌면 그리도 잘 맞을 수가 있대?"
 남은 광목 이불보로 둘이 벨 수 있는 긴 베개를 만들었다. 베개 속은 율무로 채워졌다. 베개의 양 면은 사각 모양으로 수를 놓은 마무리로 막아졌다. 베개 마구리는 끝부분이 요철(凹凸)모양의 수가 이어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사향노루 두 마리가 노니는 듯 하였다.
 반짇고리도 사 왔다.
 반짇고리는 옆 부분이 자개로 수 놓아 옻칠한 것이다. 가로 세로가 한 자가 조금 넘는 반짇고리는 높이가 긴 손가락 하나 쯤은 돼 보였다. 그것은 양 쪽에 조금씩 나무 뚜껑이 닫혀져 있는 형태였고 가운데는 아무 것이나 둘 수 있는 빈 공간이었다. 나무 뚜껑이 닫혀져 있는 것을 위로 젖히듯 열면 그 안엔 다시 세 칸으로 막혀져 있었는데 그 안엔 골무며 작은 인두, 그리고 무쇠로 만들어진 가세와 이불 꿰메는 대바늘 한 쌈, 그리고 손에 든 가시를 뺄 때 쓰거나 버선,옷을 짓는데 쓰는 작은 바늘 두 쌈이 들어 있었다. 용녀는 나름대로의 혼수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칠복이가 챙길 혼수는 없었다.
 그러한 칠복이는 결혼식 날 남에게 보여 줄 것이라고는 나무가 많이 쌓여 있는 것 뿐이었기에 있는 힘을 다하여 나무를 하여 나무 무더기를 쌓아 올렸다.
이제 사흘 후이면 그들이 결혼식을 하는 날이 다가왔다.
 오늘까지만 나무를 하고 그만 할 생각으로 조반을 일찍 먹고 서둘렀다.
용녀는 그를 몇 차레나 만류하였다.
 오늘따라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칠복에게 말하였다.
 "이제 나무 그만 하셔도 돼요. 저렇게 나무가 많이 쌓여 있는데 무슨 나무를 또 하러 가시는 거예요. 오늘은 나무가시지 말고 이발소에 가셔서 이발이나 하고 오세요."
 그러나 칠복이의 생각은 달랐다. 그도 오늘까지만 나무를 하고 내일은 머리도 깎고 물을 데워 목간도 할 요량이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조반을 먹고 서둘렀던 것이다.
 나무를 서두르는 이유는 또 있었다. 겨우내 서로 다투어 나무를 하였기 때문에 좀처럼 야산엔 땔 나무가 없고 깊은 산중이라야 그나마 나무를 두어 짐 할 수 있었기에 시간도 많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까닭에 그는 오늘도 서둘러 나무를 하러 올라가고 있었다.
 써래골과 거미골 방아골을 모두 돌아다니며 나무를 했는지라, 오늘은 다른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불당골 위의 사방산 옆 돌무네미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 곳에 가면 나무를 빨리 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돌무네미는 나무가 많기는 하지만 돌들이 잘 굴러 내려 위험하기 때문에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패기 만장한 칠복이는 두려움보다는 나무를 빨리 해 와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나무를 하기 시작하였다.
싸리나무며 광대싸리, 갈다리며 억새 풀을 마구 베어 넘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산 위쪽에서는 잔돌들이 굴러 내리기 시작하였다.
 칠복이는 이제 조금만 하면 나무를 마칠 수 있었으므로 위험을 무릅쓰고 깎아 놓은 나무를 모으며 묶고 있었다.
 겨우내 얼었던 산은 풀리면서 절개되고 있었다.
 산자락은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칠복이는 미쳐 피할 겨를도 없이 거대하게 쏟아져 내리는 산더미에 흔적도 없이 묻히고 말았다.
 그렇게 칠복은 달콤한 백일을 보내고 다른 세상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같은 시각, 집에 있던 용녀는 마른 번개가 치며 온 몸이 힘이 빠지는 듯 하더니 머리가 쭈뼛 서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순간 산 쪽에서

댓글목록

이민영님의 댓글

이민영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님의 글은 많이 뵈었습니다.축하 드립니다..아름다운 고향의, 그 내음의 작가님...건강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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