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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김순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기쁨이 있었네
우리는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내게 마음 준 연인을 만나고서야
나는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여러아이들 중 가장 큰 우리애를 보며
아비는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배를 감싸안은 만삭의 며느리를 보며
시어미는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파릇 파릇 돋는 봄 새싹을 보며
시인은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봉숭아 물 곱게 든 손톱을 보고
소녀는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풍년들어 탈곡하는 저울 눈금을 보며
농부는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잡초 우거진 숲 새둥지를 찾고서
소년은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맑은 하늘을 보며 삡삐삐리 삡비 풀피리를 불던
방랑자는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룰룰루루 룰루 고무줄 놀이하다 틀린 계집아이는
수줍어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정겨움이 있었으나
우리는 그저 미소만으로 바라보았지
 Milva - Aria di fe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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