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양복만 입고 다니던 시인의 손에 웬 한되들이 간장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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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항식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400회 작성일 2003-06-27 13:09본문
<<맨날 양복만 입고 다니던 시인의 손에 웬 한되들이 간장병>>
***헙수룩한 차림의 한손에는 어린 딸의 손목을 꼭 잡고***
추억의 평양 거리-
그 날이 1950년 10월의-
19일이었던가 20일이었던가
어제 밤은 밤새-
먼곳 가까운 곳들에서
총소리 대포소리가 요란하더니
날이 새자 창문 틈 사이 사이로
보인다 보인다 이 골목 저 골목
총 끝에 칼 꽂은 위장한 국군 병사들
나무 잎으로 온 몸을 가린 야전군 복장
인민군대는 다 물러갔는가 전투는 끝났는가
평양 시내는 아주 조용하였다-평화로웠다
나는 겁도 없이 거리 구경에 나섰다
국군 병사들과 평양 시민들은 뒤섞여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가고 있는데
나도 태연하게 평양의 큰거리를 걸어서
고개 넘어 기림리 고놋골로-
전차(電車)는 다니지 않았다-
때는 이른 아침- 사방엔 자욱한 안개
혼자서 고갯길을 넘고 있는데
저편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자주 만나던 박남수 시인이 아닌가
아주 어린 꼬마 딸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에는 한되들이 간장병을 들고
"어딜 가십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물으나 마나 한 질문-
어떤 대답을 들었던지 못 들었던지
박남수 시인은 평양 시내 쪽으로 가고
나는 기림리쪽으로 가던 길을 계속
헙수룩한 차림에 손에는 간장병
그리고 꼬마 딸 아이 손목을 꼭 잡고
묵묵히 걸어가는 박남수 시인의 뒷모습
손에 든 간장병의 의미는 무엇일까
평화로운 때의 아침 산책도 아닌데
꼬마 딸 아이의 손목은 왜 잡고
나는 안전불감증이지만
저 간장병과 딸 아이는
박 시인만의 독특한 안전장치?
<불심검문>에는 안 걸렸겠지......
그후 나는 이리로 무사히 넘어 왔고
박 시인도 무사히 이리로 넘어 와서
그때 그 어린 딸은 어느덧 커서 미국으로-
박시인도 그때 그 딸이 그리웠던지 미국으로-
여기서는 시(詩)만으로 많이 어려웠을 거야
거기서 과일가게를 차렸다는 소식 들은지도 여러해
거기서도 시를 쓰신다는 소문 들은지도 여러 해
세월은 좋은 건지 고약한 건지 모르겠다
***헙수룩한 차림의 한손에는 어린 딸의 손목을 꼭 잡고***
추억의 평양 거리-
그 날이 1950년 10월의-
19일이었던가 20일이었던가
어제 밤은 밤새-
먼곳 가까운 곳들에서
총소리 대포소리가 요란하더니
날이 새자 창문 틈 사이 사이로
보인다 보인다 이 골목 저 골목
총 끝에 칼 꽂은 위장한 국군 병사들
나무 잎으로 온 몸을 가린 야전군 복장
인민군대는 다 물러갔는가 전투는 끝났는가
평양 시내는 아주 조용하였다-평화로웠다
나는 겁도 없이 거리 구경에 나섰다
국군 병사들과 평양 시민들은 뒤섞여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가고 있는데
나도 태연하게 평양의 큰거리를 걸어서
고개 넘어 기림리 고놋골로-
전차(電車)는 다니지 않았다-
때는 이른 아침- 사방엔 자욱한 안개
혼자서 고갯길을 넘고 있는데
저편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자주 만나던 박남수 시인이 아닌가
아주 어린 꼬마 딸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에는 한되들이 간장병을 들고
"어딜 가십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물으나 마나 한 질문-
어떤 대답을 들었던지 못 들었던지
박남수 시인은 평양 시내 쪽으로 가고
나는 기림리쪽으로 가던 길을 계속
헙수룩한 차림에 손에는 간장병
그리고 꼬마 딸 아이 손목을 꼭 잡고
묵묵히 걸어가는 박남수 시인의 뒷모습
손에 든 간장병의 의미는 무엇일까
평화로운 때의 아침 산책도 아닌데
꼬마 딸 아이의 손목은 왜 잡고
나는 안전불감증이지만
저 간장병과 딸 아이는
박 시인만의 독특한 안전장치?
<불심검문>에는 안 걸렸겠지......
그후 나는 이리로 무사히 넘어 왔고
박 시인도 무사히 이리로 넘어 와서
그때 그 어린 딸은 어느덧 커서 미국으로-
박시인도 그때 그 딸이 그리웠던지 미국으로-
여기서는 시(詩)만으로 많이 어려웠을 거야
거기서 과일가게를 차렸다는 소식 들은지도 여러해
거기서도 시를 쓰신다는 소문 들은지도 여러 해
세월은 좋은 건지 고약한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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