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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살아 있는 화성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김항식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718회 작성일 2004-02-21 21:42

본문

        (SF 장편 소년 소설)

<<<<<<<<<<살아 있는 화성인>>>>>>>>>>
                LOST RACE OF MARS

            로버트 실버버그 ROBERT SILVERBERG
              김 항식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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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인물

로이 체인버스 : 생물학 박사. 정부와 대학으로부터 화성 식민지에 파견 받게 되어 화성에서 화성 생물학을 연구한다.
짐 체인버스 : 체인버스 박사의 아들. 아버지의 화성 생물학 연구에 결정적인 계기를 가져다준다.
샤리 : 짐 체인버스의 누이동생. 오빠와 함께 최초의 화성 고대인을 발견하여 아버지의 연구 생활에 협조한다.
에셀 체인버스 :로이 체인버스 박사의 부인. 남편의 연구 생활에 깊은 이해와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마틴 휴버 : 6세 때에 화성으로 이주한 청년. 화성 식민지의 새로운 이주자를 도와주는 안내자.
프램 : 화성 식민지 장관, 화성 고대인을 발견한 짐과 샤리의 공을 높이 치하하여 짐과 샤리를 화성 고대인에게 보내는 대사로 임명해 준다.
파울러 돈 블루스 쥬디어 도미니크 등 : 친근감이라고는 없는 냉정한 화성 식민지 학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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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 있는 화성인>>>>>>>>>>
  ***본문***



원더풀 데이

"너는 아빠와 엄마가 잊으셨다고 생각하니?"
짐 체인버스는 여동생인 샤리에게 속삭였다.
이제 곧 11살이 되는 샤리는 어깨를 움츠리고 빨간 머리카락이 덮인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아빠와 엄마는 지금까지 잊으셨던 일이 한 번도 없었지. 그렇잖아?"
"이번이 처음이지. 지금부터 잊기 시작이야."
짐은 개운하지 않은 기분으로 말하였다. 12살인 짐은 어른들이 때때로 중요한 일을 잊는다는 사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짐의 부모들은 정말 '원더풀 데이'를 잊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크리스마스를 잊는 것과 같은 일이다.
벌써 8시다. 오래지 않아 잠자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리고 깜짝 놀랄 일이 아무 것도 없는 채로 끝나버린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잊고 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원더풀 데이'는 체인버스네 집만의 명절날이었다. 짐과 사리의 아버지 로이 체인버스 박사는 크리스마스가 1년에 한 번밖에 오지 않는 것을 언제나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와 다음 크리스마스의 한가운데 날을 '원더풀 데이'로 정하고 서로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교환하여 즐겁게 지내기로 하였었다. 금년에는 6월 25일이 '원더풀 데이'가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2017년 6월 25일인 것이다. 그런데 낮 시간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고, 저녁 식사가 끝나고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짐과 샤리는 이미 자기들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짐은 아버지에게 드릴 자석으로 만든 커프스(소매끝동)단추와, 어머니에게 드릴 돈지갑의 크기로 접을 수 있는 양산을 샀다.
샤리는 아버지에게 드릴 새로운 서류철 파일(정리카드)을, 어머니에게는 수입품인 향수 한 병을 준비하고 있었다.
짐과 샤리는 양친이 기뻐할 만한 선물을 결정하려고 몇 주일이나 걸려서 집안을 구석구석 몰래 살펴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습관으로 짐과 샤리는 불쑥 선물을 양친(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드릴 수가 없었다. 또 오늘이 '원더풀 데이'라는 것을 누구에게나 생각나게 하는 것은 규칙 위반이었다. 미리 알게 되어 깜짝 놀라는 것이 약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힌트를 주는 정도라면 좋지 않아?"
라고, 샤리가 말했으므로 짐은 이마에 주름살을 지으면서 주의를 주었다.
"바보 같은 소린 해서는 안 돼. 그것도 규칙 위반이 되는 거야."
"아빠와 엄마를 잊으신 그대로 두는 것도 규칙 위반이 되 는걸."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단 말야. 그 얘기는 이제 그만 하자."
짐은 비디오(텔레비전의 화면 신호를 다루는 장치나 신호) 세트의 곁으로 가서 스위치를 넣었다. 체인버스네 집에는 입체 화면이 비치는 최신식 비디오 세트가 있었다.
스크린(화면)엔 전자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소녀가 나타났다. 그 노래 소리가 온 방 안에 울려 퍼지자,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치퍼가 잠을 깨어 구석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와 스크린 앞에 앉았다.
치퍼는 검은빛과 횐 빛의 얼룩무늬 수코양이인데, 졸고 있기만 하다가 비디오를 켤 때마다 눈을 뜬다.
"치퍼는 비디오를 볼 줄 아는 거야."
라고 짐은 주장하였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갑자기 체인버스 박사가 방에 들어왔다. 박사는 매우 키가 큰 사람이었다. 그 후리후리한 몸, 부드럽게 웃는 얼굴,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짐이 그대로 이어받고 있었다. 샤리의 빨간 머리카락은 어머니로부터 이어받은 것이었다.
오늘밤의 체인버스 박사는 부드러운 웃음을 띠고 있지 않았다. 몹시 엄숙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비디오 세트를 힐끗 보면서 말하였다.
"너희들, 그런 건 숙제를 다하고 나서 보는 거냐? 우리 집의 규칙을 알고 있겠지."
"아빤 모르세요? 이런 학기는 앞으로 이틀이면 끝난다고요. 그래서 숙제 같은 건 없어요."
"그렇던가, 내가 깜박 있고 있었군."
체임버스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수백만 킬로나 멀리 떨어진 곳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잊고 계시잖아. "
사리는 짐에게만 들리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집은 팔꿈치로 샤리를 쿡 찔렀다.
"그 일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니까!"
그 다음에 짐과 샤리는 비디오 세트의 스크린에 눈을 돌렸다. 노래가 끝나고 뉴스 해설자가 하루의 주요한 뉴스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국회 의원 선거… 유엔 총회… 비디오 스타가 화성 식민지 방문에서 돌아오다…. 기상대가 태양의 열파(열의 파동)를 방지……."
두 사람의 귀에는 뉴스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짐과 샤리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풀이하였다.
''원더풀 데이'를 잊다니 말이 되는가! 잊다니 말이 되는가!'
뉴스가 끝났을 때, 체인버스 박사는 조용히 말했다.
"비디오를 꺼 주지 않겠니? 엄마와 나는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
샤리는 비디오 세트 곁으로 가서 스위치를 껐다. 치퍼는 실망한 듯이 천천히 방의 구석으로 돌아가서 또 잠을 자려는지 몸을 둥글게 구부렸다.
어머니가 방에 들어와서 아버지 옆에 앉았다. 두 사람 모두 몹시 긴장된 표정이었다. 샤리와 짐은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불안해하면서, 소파(안락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것이 어떤 일이라도 좋은 소식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인버스 박사는 말했다.
"나는 이것을 저녁 식사가 끝나기까지 너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미루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 있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빨리 얘기해 주세요. 무슨 일이죠?"
짐은 더 참을 수 없어 재촉했다.
"나는 집을 떠나서 대단히 먼 곳까지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적어도 1년은 집에 돌아올 수 없게 될 것이다."
짐과 샤리는 서로 눈짓을 했다. 아버지에게 무엇인가 나쁜 일이 생긴 것일까? 어려운 수술을 받게 된 것일까? 아니면 대학에서 새로운 강의를 맡게 되신 것일까 ?
체임버스 박사는 미국 뉴욕에 있는 콜롬비아 대학의 생물학 교수였다. 그것을 그만두고 먼 곳의 대학으로 가르치러 가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꽤 중대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양친 모두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리가 없다. 또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원더풀 데이'를 잊을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이죠, 아빠?"
샤리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 에셀."
체인버스 박사는 자기 아내에게 물었다.
"애들에게 사실을 말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체인버스 부인은 어깨를 움츠리며 개운치 않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언젠가는 말해 주어야 하잖아요. 로이, 도리어 지금 말해 버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 때 짐은 마른 입술을 빨면서 말했다.
"말씀해 주세요, 아빠. 저희들은 나쁜 소식이라도 놀라지 않고 들을 수 있으니까요."
비로소 체인버스 박사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그렇다면 말해 주지 않을 수 없지. 너희들은 내가 전부터 계속해 오는 생물학의 연구를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화성의 식민지로부터 보내오는 보고를 조사하여 어떤 결론을 끌어내려고 애써 왔다. 그러나 이 이상 더 다른 사람의 보고를 이용하는 연구는 안 하련다. 그래서 나는 자신이 화성으로 가서 1년 동안 거기서 실제로 연구하기로 한 거야."
응접실은 잠시 동안 침묵에 싸였다. 치퍼가 졸면서 목을 울려 코 고는 소리를 골골 내고 있는 것이 들릴 뿐이었다.

붉은 행성

잠시 후에 짐이 말하였다.
"정말 화성엘 가세요, 아빠? 그렇다면 참 좋으시겠네요"
그러나 샤리는 불만이었다.
"꼬박 1년이나 가서 계신다고요? 아빠가 안 계시면 저희들은 쓸쓸해요!"
"그렇지만 아빠는 편지를 보내 주실 거야. 화성 식민지의 우표를 많이 붙여서……."
짐은 오빠답게 샤리를 타일렀다.
"그렇겠군요. 1년 같은 건 그리 길지는 않죠. 아빠가 영원히 안 계시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샤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갑자기 체인버스 박사가 웃기 시작하였다.
"얘들아,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켜서는 안 돼! 내가 언제 화성에 혼자서 간다고 말했었나?"
"그렇지만… 아빠는 몹시도 심각한 표정이었거든요."
라고, 짐이 말하니, 샤리도 입을 삐쭉거렸다.
"저도 틀림없이 아빠가 혼자서……."
"나는 자신이 화성에 간다고 말했을 뿐인데……."
체인버스 박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맡을 계속하였다.
"자신이 간다고 하지만, 혼자서가 아니다. 모두 함께 가는 거다. 너희들도, 엄마도, 함께 가는 거야. 정부에서 가족이 전부 가도록 허가해 주었단다. 출발은 다음 주 내이다."
짐과 샤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여동생이 놀란 나머지 눈이 휘둥그래지는 것을 보고, 자기도 같을 것이라고 짐은 생략하였다. 놀라운 일에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이만큼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는 없다. 화성에서 1년을 지낸다니!
짐은 평소에 이것저것 공상에 잠겨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그 가운데서 가장 실현될 것 같지도 않은 꿈이 화성에 가는 일이었다. 화성에 가려면 돈이 꽤 많이 든다. 시간도 걸린다.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도 3주간이 걸리는 깃이다. 화성에는 도시가 하나 있다. 1991년에 건설된 것인데, 거대한 플라스틱 돔(둥근 지붕) 안에 3천 명의 시민이 살고 있다.
돔의 밖으로 나갈 때에는 누구나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안 된다. 화성의 공기는 인간이 호흡하기에는 너무 약한 것이다.
짐도 사리도 화성에 대해서 사회과 시간에 배웠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그리나, 실제로 화성에 간다고 하면, 좀더 공부해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저희들은 아빠가 잊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8시가 지나도록 아빤 '원더풀 데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씀하시지 않았으니까요."
짐은 안심한 듯 말하였다.
"아껴서 남겨 두신 거야. 너무 큰 깜짝 선물이기 때문에, 너무 소중해서 밤까진 내놓으실 수가 없었던 거란다".
체인버스 부인이 설명하자, 박사가 덧붙였다.
"이것이 너희들에게 주는 아빠와 엄마가 준비한 단 하나뿐인 깜짝 선물이다. 그렇지만 뭔가 눈에 보이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래도 아빠 얘기는 5년치 쯤의 깜짝 선물의 가치가 있어요."
짐은 아버지의 말을 받아서 말하였다. 이 때 샤리가 짐의 귀에 속삭였다.
"우리가 잊고 있었어, 선물."
"아-참 그렇군……. 잠깐만 기다리세요."
짐도 샤리도 2충으로 달려 올라가서 비밀의 장소로부터 선물을 꺼내어서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왔다.
서류철의 파일, 커프스 단추, 양산, 향수, 이와 같은 물건은 화성 여행의 뉴스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지만, 양친은 조금 전의 짐과 샤리와 똑같이 깜짝 놀라 주었다.
양친은 하나씩 포장지를 풀어서 잘 살펴보고 아이들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돈지갑의 크기로 접은 양산을 폈을 때에는 모두 크게 웃었다.
체인버스 부인이 잠시 후에 중얼거렸다.
"이 가운데는 화성에 가지고 가고 싶지 않은 물건이 하나 있어요."
"알고 있어요, 엄마. 화성에서는 수천 년 동안이나 비가 내린 일이 없고, 앞으로도 내릴 것 같진 않죠. 그래도 엄마, 저와 샤리가 선물을 선택할 때 이렇게 갑자기 화성에 가게 되리라는 걸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어요?"
하고, 미안해하는 짐을 박사는 위로하였다.
"염려 마라. 양산은 우리가 지구로 돌아온 후에 사용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화성에서 영원히 살려고 가는 것이 아니니까."
"단 1년이죠. 그리 오래 있는 것도 아니네요."
샤리가 들떠서 말하자, 짐은 머리를 흔들었다.
"만일 화성의 1년이면 그렇게 짧지는 않아요. 지구의 687 일이니까요."
"그렇다. 하지만 섭섭하게도 정부의 허가는 지구의 1년, 즉 24시간의 365일이란 말이다."
"저희들의 학교는 어떻게 되는 거죠? 아빠."
샤리가 근심스럽게 물었다.
"너희들은 화성 식민지의 학교에 매일 다니게 된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오면 지금보다 1년 위의 학교에 들어간다. 학교가 달라져도 같은 학년을 두 번 하는 일은 없게 될 테니까 안심해도 좋아."
라고, 체인버스 박사는 대답하였다.
방의 구석에서 고양이가 눈을 뜨고 앞발로 얼굴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아빠, 정부의 허가에는 고양이도 들어 있나요?"
"염려할 건 없다. 치퍼는 두고 가지 않으면 안 되지만, 우리가 없는 동안에는 로빈슨네 집에서 돌봐주기로 했다."
박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정부는 고양이까지 가족의 하나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고양이 한 마리쯤, 크게 자리를 잡는 것도 아니잖아요?"
단념하지 못하는 샤리가 말하였다.
"너희들의 귀여운 치퍼는 몸무게가 7킬로나 나간다. 샤리, 아무 쓸모 없는 7킬로의 고양이를 화성까지 나르는데 운임이 얼마나 드는지 계산해 본다면 너는 깜짝 놀랄 거다. 그리고 고양이도 생물이기 때문에 화성에서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고, 또 숨을 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화성 식민지의 사람들은 자기들의 식량과 물을 만드는 데도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치퍼가 너희들에게는 아무리 소중해도 화성 식민지의 사람들은 귀중한 식량과 물을 고양이에게까지 나누어 주려고는 생각지 않는다."
체인버스 박사는 참을성 있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짐은 치퍼의 귀 뒤를 손가락으로 긁어 주고 있었다. 그러자 치퍼는 한층 더 크게 목을 골골 울리면서 쌀쌀한 눈으로 짐을 쳐다보았다.
"보세요, 치퍼는 벌써 실망하고 있어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 모양이에요, 아빠."
"만일, 치퍼가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만큼 영리한 고양이라도 마찬가지야, 짐. 역시 남아야 하니까."
"알고 있습니다."
짐은 고개를 끄덕이고 수코양이의 숱이 많은 털을 쓰다듬으면서 달을 걸었다.
"안녕, 치퍼. 우린 1년만 지나면 돌아온다. 너는 우리가 없어서 쓸쓸하겠지. 우리도 네가 없으면 쓸쓸해. 그렇지만 할 수가 없단 말야, 치퍼."
"야옹!"
"너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겠지, 치퍼? 우리는 화성으로 가. 그것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
"야옹!"
"이리 와, 네게 화성을 보여 줄 테니까."
고양이를 안고 짐은 홀을 지나서 현관의 포치(입구)로 나왔다. 샤리와 양친까지 함께 따라왔다.
짐은 잠시동안 별이 총총한 캄캄한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별 하나를 찾아냈다. 화성은 붉은 벽돌의 빛깔을 하고 있어서 다른 별들과는 똑똑히 구별되었다. 그것을 가리키면서 짐은 말하였다.
"저기를 봐, 치퍼 ! 저 빨간 별이다. 저것이 화성이다, 화성이야! 우린 저 별로 가는 거야."
"야옹!"
고양이는 슬픈 듯이 울었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 짐은 고양이를 땅에 내려놓고 속삭였다.
"미안해, 치퍼. 규칙은 규칙이니까."
모두집 안으로 돌아왔다. 짐에게는 아직도 아버지의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빠, 이처럼 커다란 깜짝 선물은 처음이에요. 아! 우린 모두 화성으로 간다."


고양이와 헤어져서

다음의 닷새 동안, 체인버스네 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체인버스 박사가 몇 주일 전에 화성청의 허가를 받은 다음부터 여행의 준비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조금씩 진행되어 왔다. 그리나 편지를 쓰거나, 월부 돈을 낸다던가, 짐을 꾸리거나 하는 작은 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친척집의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고, 텔레비전 전화를 걸어 와서 화성 여행을 축하한 다음에 무사하기를 빌어 주기도 하였다.
신문 기자도 번갈아 찾아왔다. 체인버스 박사가 온 가족과 함께 화성으로 출발한다고 하는 어렴풋한 이야기에 대하여 어느 신문이나 무엇인가 기사를 싣고 싶어하였다.
기자들은 지긋지긋하도록 끈덕졌으나 신문의 기사는 짐과 샤리가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 마침 맞게 나왔으므로 도움이 되었다. 물론, 짐도 샤리도 화성에 가는 것을 급우들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신문에 크게 난 기사를 읽기까지는 모두 정말로 믿어 주지 않았던 것이 다.
갑자기, 짐과 샤리는 학교 안에서 유명해졌다. 모두가 떠들썩하게 두 사람이 화성에 가는 것을 축하해 주었다. 두 사람 모두 너무 떠들어대는 것이 도리어 괴로웠으나, 말릴 수도 없었다.
짐을 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화성으로 가지고 가는 짐은 제한되어 있어서 아주 조금밖에는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규칙으로는 한 사람에게 32킬로의 가방 한 개였다. 그 중량 안에서 1넌 동안 지내는 데 필요한 물건을 갖춘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철에 따르는 옷들을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화성 식민지의 돔 안의 인공 공기는 1년 내내 20도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봄철 옷으로 지낼 수가 있었다. 식민지의 사람들은 귀찮은 예복이나 나들이옷과 같은 것을 입는 일이 전혀 없었다.
우주선은 한 달에 한 번씩 화성으로 출발하고 있었다. 그것은 식민지의 사람들에게 우편물과 머스터드(서양 요리에 쓰는 겨자)와 그레이프 프루트(모양은 여름 귤 같고 여름 귤보다 달며 서양 여러 나라에서 흔히 쓰임. 북미주 남부의 특산)와 조금만 사용해도 요리의 맛이 좋아지는 조미료 따위, 화성에서 만들 수 없는 식료품을 나르고 있었다. 또 그때그때 새로 화성 식민지로 이주하는 사람들과 여행자들을 태우고 가는 것이었다.
화성까지의 여행은 3주간이 걸린다. 최초의 무인 우주선은 화성까지 가는 데 아홉 달 가까이 걸렸던 것인데 그것은 1960년대의 일이었다. 그 때로부터 50년 이상이 지나간 지금은 우주선도 많이 발전했다. 강력한 엔진과 새로운 연료가 개발되어서 스피드가 빨라지고 놀랄 만큼 먼 거리를 날 수 있다.
출발 전날 밤, 짐과 샤리는 친구인 네드와 에드나가 있는 로빈슨 씨 댁으로 치퍼를 데리고 갔다. 네드와 에드나는 사내아이와 여자아이의 쌍둥이로서 학교에서는 짐과 같은 학년이었다. 이 두 사람은 다크시즈라는 이름의, 털이 북슬북슬 나 있는 페르시아 고양이와 주피터라는 이름의 시끄럽게 짖어 대는 개를 기르고 있었다.
'네드와 에드나는 동물을 기르는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치퍼를 맡겨도 잘 보살펴 줄 것이다.'
짐과 샤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 치퍼는 불안한 표정이었다. 다크시즈의 옆에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기도 하고, 주피터를 노려보면서 낮은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사이 좋게 지내 주었으면 좋으련만."
샤리는 걱정스럽게 말하였다.
"염려할 것 없어. 이틀쯤 지나면 완전히 친해질 테니 까."
네드가 말하니 에드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치퍼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맡겨 두어. 너희들 못지 않게 잘 보살펴 줄 테니까. 그렇지만…… 너희들과 함께 가지 못해서 치퍼가 가엾구나."
"나도 샤리도 섭섭해 못 견디겠어."
치퍼의 표정을 살피면서 짐은 한숨을 쉬었다.
"짐, 내일의 출발은 몇 시이니?"
하고, 네드는 물었다.
"우주선은 정오에 출발한다."
"무섭지 않니? 내가 우주 여행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무서워서 못 견딜 것 같은데."
"너는 여자이기 때문이지. 나라면 조금도 무섭지 않을 자신이 있다."
네드는 가슴을 내밀면서 말하였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짐은 속으로 웃었다. 짐은 우주 여행이 무서웠다. 그러나 이것을 네드와 에드나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샤리, 슬슬 가볼까. 오늘밤은 다른 날처럼 늦게 까지 놀 수 없잖아."
짐과 샤리는 치퍼에게 안녕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네드와 에드나로부터, 화성으로 갈 수 있다니 얼마나 행운이냐고, 부러워하는 말을 들으면서 로빈슨 씨 댁을 나왔다.
두 사람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서재에서는 체인버스 박사가 바쁘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정부와 대학의 사람들과 화성으로 가는 일로 마지막 타협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짐 꾸리는 일은 다 되어 있었다. 집안은 여름 휴가가 와서 피서지로 떠날 때와 같은 상태였다. 어느 것이나 말쑥하게 정리되고, 가구들에는 전부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일은 없었다.
내일의 출발을 기다릴 뿐이다.
짐과 샤리는 거실로 들어갔다. 거기서는 어머니가 리스트(목록·일람표)를 보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텔레비전 전화를 끊도록 전화국에 연락하고, 우유 배달도 끊도록 말하고, 전기도 끊는다. 이것으로 빠진 것은 없겠지."
어머니는 얼굴을 들자, 아이들이 거기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희들 돌아왔구나. 치퍼는 새 집이 마음에 들어 했니?"
"그렇지도 않지만, 차차로 익숙해지겠죠."
불안한 음성으로 샤리가 대답하였다. 짐도 기분이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치퍼를 남의 집에 데리고 가서 두고 오는 일 따위, 어쩐지 속인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래도 너는 치퍼에게 우리가 1년만 지나던 돌아온다고 말해 주었잖아. 너는 치퍼가 자기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안다고 뽐냈잖아!"
라고, 말하면서 어머니는 빙그레 웃었다.
"그건 그렇지만, 엄마……."
짐은 어깨를 움츠리고 슬그머니 딴 말을 꺼냈다.
"이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다니, 지루해 죽겠네."
"그래요, 우주선의 출발까지 몇 해나 걸릴 것 같이만 느껴져요."
옆에서 샤리가 한 마디 했다.
"그래도 실제로는 17시간만 지나면 우리는 우주 공간에 나가 있게 되거든."
짐은 두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이 우주 여행은 너희들의 아빠에게는 매우 중대한 일이에요. 성공하면 아빠는 세계적인 학자가 되시는 거야."
조용한 음성으로 체인버스 부인은 말하였다.

고대인의 수수께끼

"엄마, 우린 아직도 아빠가 화성으로 무엇을 연구하러 가시는지 물어보지 않았어요."
짐이 말하자, 샤리가 덧붙였다.
"참 그래요. 저도 아빠가 전부터 화성의 생물을 연구하고 계신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겠구나."
체인버스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아빠는 몇 해 전부터 벌써 이 여행을 계획하고 계셨단다. 그렇지만 계획이 잘 실현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는 특별한 연구 자금을 받으려고 정부와 대학에 교섭을 하셨단다. 정부에서도 대학에서도 처음에는 아빠를 1년간이나 화성에서 연구하시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서 허가가 내리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 거예요. 너희들은 지금까지 화성에서는 토끼보다 큰 동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그래요. 식민지의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작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박테리아와 같은 것뿐이었죠, 엄마."
짐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계속하여 설명했다.
"아빠는 공식으로는 물이 없는 혹성에서 생물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화성 생물학의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서 정부와 대학으로부터 화성으로 파견 받게 된 거란다. 그렇지만 아빠는 작은 생물보다도 화성의 사막에 살고 있는 큰 동물을 연구하실 계획이래요."
"화성의 사막에는 화성의 고대인이 아직도 숨어서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라고 샤리는 말하였다.
"그렇지만 누구나 본 사람은 없죠. 식민지의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고대인의 뼈와 도시의 폐허뿐이었죠. 지금부터 수천 년 전에 화성의 고대인은 전멸되었다고요."
학교에서 배운 데로 짐이 샤리의 말을 고쳐서 말하자, 체인버스 부인을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렇지도 않아요! 아빠는 사실은 살아 있는 화성의 고대인을 만나려고 생각하고 계셔요. 아빠는 고대인이 지금까지 살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이론을 가지고 계시지만, 그것을 증명하려면 살아 잇는 고대인을 꼭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만일 아빠가 이 일에 성공하신다면 화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여러 가지로 알려질 뿐만 아니라, 바싹 말라 있는 화성의 기후를 인간이 좀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 않겠니?"
"어떻게 해서 바꾸죠?"
짐은 눈썹을 모았다. 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화성의 기후를 바꾼다는 이야기는 처음인 것이다.
"아빠는 훨씬 옛날에는 화성도 지금의 지구처럼 물이 많이 있는 행성이었다고 생각하고 계시단다. 화성의 고대인은 점점 변해 가는 화성의 건조한 기후에 맞추어서 사는 법도 고쳤던 모양이지만, 어떻게 고쳤는지는 모르는 거지. 만일 우리가 고대인을 만나면 고대인이 이야기해 주겠지. 그것이 아빠가 노리는 점이란다."
"만일 고대인을 발견할 수 없다면?"
샤리가 묻자, 체인버스 부인은 어깨를 움츠렸다.
"이번의 연구를 위해서 정부가 많은 돈을 내기 때문에 아빠로서도 새로운 대발견을 선물로 가지고 지구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지 못하면 과학부 장관이 책임 문제가 될지도 모른단다."
"그리고 이 다음에 아빠가 연구 보조금을 신청해도 과학부에서는 전에 실패하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을까 하고 의심하게 되겠죠. 그렇잖아요?"
짐은 앞질러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런 거지."
하고,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1년 동안이나 화성에 머무르기 때문에, 아빠는 꼭 고대인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나님! 아빠를 성공하게 해 주세요."
힘 주어서 샤리는 말하였다.
"모두 함께 기도해요. 그리고 너희들은 이제부터 자는 시간이니까 어서 자야한다."
어머니는 시계를 보면서 말하였다.
그날 밤은, 침대에 들어가는 시간이 다른 날보다 빨랐다. 그러나, 짐도 샤리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짐은 몇 번이나 몸을 뒤치면서 움직였다. 눈을 감고 있어도 마음이 깨어 있어서 여러 가지 일을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날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화성 식민지의 생활은 어떤 것일까? 아빠는 화성의 고대인을 만날 수 있을까?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마침내, 짐은 침대에서 빠져 나왔다. 머리맡의 시계는 오전 1시가 지났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창문 가까이 걸어가서 짐은 한밤중의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빌로드의 검은 막을 친 것처럼 보이는 하늘에서 화성이 흐릿한 빨간빛을 내고 있었다. 갑자기 오싹하는 싸늘한 기운이 등뼈를 한순간 스쳐 갔다. 내일 이 시간에는 짐은 작은 금속의 통과 같은 우주선 속에 갇혀서, 저 붉은 행성을 향하여 암흑의 우주를 날고 있을 것이다.
문득, 짐은 사리의 방 칸막이 너머에서 누군가가 왔다갔다하는 소리를 들었다. 짐은 발소리가 안 나게 살금살금 칸막이로 가서 틈 사이로 저편을 엿보았다. 샤리였다. 샤리도 침대에서 빠져나와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한시가 지났다!"
짐이 속삭였다.
"알고 있어. 잠이 오지 않는걸."
"나도 그래. 내일의 일만 걱정이 되는구나."
"우리 다시 침대에 들어가자. 내일 우주 공항에서 잠이 들어 버릴지도 모르잖아."
"그것도 그렇구나".
짐은 헛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침대로 들어가서 눈을 감았다.
이튿날 아직 일찍이, 잠을 깨우는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우주선의 출발은 정오이지만, 짐의 일행은 오전 9시까지 우주 공항에 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7시 반에 일어나지 않으면 시간에 맞게 갈 수 없는 것이다.
짐의 가족들은 딴 날과는 달리 서둘러 아침의 일과를 마쳤다. 그러나 아침 식사의 테이블 앞에 앉아서도 모두들 식욕이 없었다.
체인버스 부인은 짐이 베이컨 달걀을 절반이나 남겨도, 샤리가 아주 조금밖에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아도 잠자코 있었다.
롱아일랜드 우주 공항으로 향할 때에도 네 사람은 거의 말이 없었다. 짐의 집에서 우주 공항까지는 헬리캅(공중을 달리는 택시)으로 가는 것이 제일 빠르다. 헬리캅을 타는 곳은 짐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8시가 지나서 헬리캅은 네 사람을 태우고 날았다. 다행히 이 날의 하늘은 아침인데도 교통 러시가 대단하지 않았다.
15분 후에 헬리캅은 우주 공항의 발착 빌딩에 네 사람을 내려 주었다.
이 우주 공항은 12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는데 아직도 미완성으로, 공사중인 시설이 여기저기에 보였다. 이 때문에 우주선의 발착도 제한되어 있었다. 사흘에 한 번 달로 향하는 것과, 한 달에 한 번 화성으로 향하는 정기편이 그 주요한 것이었다. 또 민간의 우주 관광 여행의 우주선이 한 달에 한 번 출발하고 있었다. 이것은 금성과 토성을 방문하는 것인데, 어느 편도 그 둘레를 돌면서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억만 장자가 아니면 참가할 수 없었다.
모두 다 합하여 지금 형편으로는 매월 12대의 우주선이 우주 공항을 출발하고 있었다. 물론 앞으로 출발의 횟수는 날이 갈수록 부쩍부쩍 늘어 갈 것이다. 이미 목성, 토성과 같은 타이탄, 가니메데, 칼리스토 등의 혹성에 화성의 것과 같은 식민지를 만들 계획을 진행하고 잇는 것이다.
소련의 스푸트니크가 우주 시대를 열어 놓은 이후 이미 60년이 지났으나, 우주 여행은 아직도 유년기에 속해 있는 것이다.
체인버스네 가족이 발착 빌딩에 들어가니, 화성여행의 손님들이 벌써 모여 있었다.
우주 여행국원의 제복을 입은 사나이가 미소지으면서 말하였다.
"여러분의 가방을 계량대에 올려놓아 주십시오. 무게를 달겠습니다."
네 개의 가방이 하나씩 계량대 위에 놓여졌다. 한 개의 무게가 32킬로 이내이니, 합계 1백 28킬로 이내의 무게가 아니면 우주선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어느 가방도 제한 중량에 거의 가까운 선에서 합격되었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여러분 네 분께서 함께 계량대에 올라서 주십시오."
제복의 사나이가 다시 말하였다.
"우리가요?"
체인버스 부인을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승객의 체중도 짐짝처럼 중량 제한이 있나요?"
"아닙니다. 이것은 중량 제한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아주머니. 우주선이 출발할 때 어느 정도의 중량을 싣고 있는가를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체인버스 박사 가족은 함께 계량대에 올라섰다. 가방에는 하나씩 꼬리표가 붙여져서 한 발 앞서 우주선 안으로 운반되어 들어갔다.
검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오전 9시 20분이 지나서였다.
9시 30분에 스피커로부터 어나운스(아나운서가 방송하는 것)가 흘러나왔다.
"화성 1호에 승선하실 손님들은 1번 출구로 향해 주십시오."
제복의 사나이가 승객들을 발착 빌딩으로부터 넓은 광장으로 인도하였다.
1번 출구를 통과할 때 짐과 샤리는 넓은 광장의 한가운데 높이 솟아 있는 발사대를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우주선 화성 1호가 거대한 몸집을 쉬고 있었다. 아침 햇빛을 받고 번쩍번쩍 빛나는 머리 부분을 똑바로 위로 향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물고기처럼 보였다.
그 둘레에 기술자들이 떼지어 서서 마지막 점검을 계속하고 있었다. 모든 기계와 장치가 정상이 아니면 우주선은 출발이 허락되지 않는다.
승객들은 발사대의 엘리베이터로 우주선의 승강구까지 올라갔다. 거기서 땅 위를 내려다보면, 눈이 가물거릴 만큼 높은 곳이었다. 짐과 샤리는 양친의 뒤를 따라 사이좋게 나란히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승무원은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이 지금부터 3주간 지내게 될 작은 선실로 안내해 주었다. 그 다음 승객들은 모두 우주선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선실에 모여서 간단한 강습을 받게 되었다.
승객은 겨우 28명이었다. 체인버스 박사 가족 외에 새로운 화성 이주자가 20명, 화성 일주 관광 여행자가 2명, 기자가 2명이었다.
1시간에 걸쳐서 승무원들은 우주선의 생활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예를 들면 식사에 대한 것까지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오전 11시 30분에 승객들은 각자 자기 선실로 돌아가라는 어나운스가 있었다.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은 좁기는 해도 훌륭한 선실로 돌아왔다.
머리 위의 스피커로부터 어나운스가 흘러나왔다.
"모두 안전 벨트를 걸어 주십시오."
안전 벨트와 쿠션(푹신푹신한 방석) 장치가 잘 되어 있는 좌석이 로켓 발사시의 쇼크로부터 몸을 지켜 주는 것이다.
초침을 읽는 소리가 5분마다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발사 20분 전… 15분 전… 10분 전… 5분 전…."
드디어 마지막 1분이 되고 조용한 음성이 계속 흘러나왔다.
"……5, 4, 3, 2, 1……발사 !"
짐은 갑자기 누군가에게 배를 힘껏 얻어맞은 것 같이 느꼈다. 그리고 좌석에 등이 세차게 밀려 부딪쳐갔다. 선실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무거운 머리를 억지로 왼쪽으로 돌려서 집은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암흑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우주선은 벌써 우주로 날아와 있었던 것이다. 진짜 우주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우주 축제

수분 후에 우주선은 엔진을 멈추었다. 갑자기 선 내가 조용해지고 로켓의 울림만이 전해져 왔다.
우주선은 탈출 속도에 도달하여 지구의 인력을 뿌리쳤다. 이제부터는 예정된 코스로 화성을 향하여 3주간 조용히 날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우주 생활이 시작된 최초의 수일간은 굉장한 것이었다. 우주선의 옆 창문 밖은 무수한 밝은 빛의 점(별을 말함)과 점들로 수놓인 암흑의 세계였다.
벌써 지구는 아득한 저편으로 멀어져 가서 작은 녹색의 공이 되어 있었다. 아직은 어렴풋이 바다와 육지를 분간할 수 있었다.
달에는 분화구 모양의 지형과 큰 산들이 마치 곰보처럼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것도 점점 멀어지더니 이윽고 누런빛의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은하는 지금 보석의 떼가 불타면서 흐르는 것처럼 아름답게 퍼져 있었다. 또 태양은 광채를 더하고, 그 행성들도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짐과 샤리는 별을 바라보는 데 싫증이 나자 선 내의 탐험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다른 6명의 아이들과 함께 우주선의 뒤쪽에 있는 로켓 엔진실과 우주선 앞쪽의 조종실에까지 들어가 보았다.
우주선에는 7, 8명의 승무원이 있었는데 모두 아이들에게는 친절하였다. 선장까지도 아이들의 질문에 즐겨 대답해 주었다.
3일째가 되자, 짐과 샤리는 우주선 내부의 구석구석을 모두 탐험해 버리고, 창문 밖의 별도 눈이 따갑도록 보아 버렸다.
두 사람은 휴게실에서 싫증나도록 게임을 즐겼다. 책들과 비디오 테이프를 많이 갖추고 있는 도서실이 있었는데, 거기서 독서와 텔레비전을 즐길 수도 있었다. 그것도 3, 4일이 지나자 지루해지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우주 여행이라는 것인가! 심심해 죽겠는 걸."
짐은 한숨을 쉬면서 말하였다.
"마치 형무소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샤리도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였다.
참으로 그러했다. 우주선은 길이가 60미터 되지만, 한번 이 구석에서 저 구석까지 보아 버리면 그 이상 볼 것이 없었다.
물론 창문 밖의 우주는 별이 아름답지만, 한 시간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한 걸 풀어주지는 못하였다.
우주선은 화성으로 향하는 코스를 무서운 스피드로 날고 있었지만, 선 내의 사람들에게는 선체가 우주를 그린 배경에 매달려 있어서 그 장소에 가만히 멎어 있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짐은 초기의 우주 개발자들이 7개월간이나 8개월간 좁고 답답한 우주선 내의 지루한 생활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서 우주 생활의 지루함을 깨뜨리는 날이 왔다. 그것은 미드포인트(중간점) 데이의 축제일이었다.
미드포인트 데이는 우주선이 지구의 인력과 화성의 인력이 서로 밸런스가 잘 잡힌 미드포인트를 통과한 것을 축하하는 '우주 축제'의 날이다.
이 미드포인트를 통과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우주선은 지구로 도로 끌려가는 일이 없게 된다. 우주선이 미드포인트에 도착하려면, 지구를 떠날 때 초속 11.2킬로의 스피드를 내야 한다. 출발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우주선은 지구로 도로 끌려가고 만다.
승객 전원은 우주선이 방향을 바꾸는 동안 선실에 들어가 있도록 명령받았다. 엔진이 걸리고, 선체는 도로 1백 8십 도로 회전하여 지금까지 지구로 향하고 있던 뒤꼬리를 화성으로 향하였다. 그 다음에는 엔진이 꺼지고, 선체는 붉은 혹성을 향하여 끌리어 갔다.
벨이 울려 퍼졌다.
계속하여 어나운스가 흘러 나왔다.
"승객 여러분은 한 분도 빠짐 없이 휴게실로 나와 주십시오."
휴게실에는 우주복을 입은 승무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주 비행의 신입생들에게 환영의 표시로 주는,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종의 거친 대우를 선배 격인 승무원들로부터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갑자기, 선실 안의 인공 중력이 없어졌다. 승객들은 곧 두둥실 공중에 떠올랐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자석 신발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떠오르지 않았다.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승무원들은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공중에 떠올라서 버둥거리고 있는 승객들의 발을 붙잡고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휴게실을 둘러싸고 있는 벽을 향하여 밀어주는 것이었다. 가볍게 밀렸을 뿐인데, 승객들의 몸은 재미가 날 지경으로 공중을 날아간다. 어른과 아이들이 뒤섞여 소리를 지르면서 공중을 헤엄치는 모양은 볼만한 것이었다.
다시금 중력이 돌아와서 엉터리 소동은 끝났다. 유쾌한 '훈련'에 합격한 승객들은 '우주 비행사 펀치'라는 음료수와, 미드포인트를 통과하여 지구의 인력권을 벗어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카드를 받았다.
짐과 샤리는 '우주 비행사의 펀치'를 한 잔씩밖에는 받지 못했으나, 어른 승객 중에는 몇 잔이나 더 청해 마시고 정신없이 취하여 장난을 치기도 하고 떠들어대기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파티는 저녁때까지 계속되었다. 여행의 지루함을 잊게 하는 데에는 이것 이상의 것은 없었다.
화성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지금은 출발 수일 후의 지구만큼의 크기로 보였다. 그것은 지구처럼 청록색이 아니고, 전체가 흐린 적색으로 여기저기에 푸른 부분이 흩어져 있고, 북극과 남극에 횐 얼음의 모자를 씌운 커다란 원반이었다.
우주선이 더욱 가까이 가자, 붉은빛에도 여러 가지 차이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어떤 부분은 선명한 적색, 어떤 부분은 황색에 가까운 갈색, 또 어떤 곳은 구리 빛이었다. 식물의 무성함을 나타내는 엷은 녹색의 지역은 사막의 빨간빛이 퍼져 있는 가운데에서 선명하게 두드려져 보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화성의 표면을 빠른 속도로 가로지르는 두 개의 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데이모스와 포보스다."
짐은 샤리에게 속삭였다. 물론 사리도 알고 있었다.
둘 다 화성의 작은 달이다. 포보스는 직경이 15킬로밖에 안 된다. 데이모스는 더욱 작은 것이다. 이 두개의 달은 작은 곤충처럼 화성의 둘레를 돌고 있다.
포보스는 매일 두 번, 데이모스는 30 시간에 화성을 한바퀴 돈다. 우주 여행은 놀라움에 가득 찬 굉장한 것이었다. 한 마디 말로 사막이라고 하여도 장소에 따라서 조금씩 빛깔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유명한 운하도 보였다. 그것은 수천 킬로에 걸쳐서 뻗어 나가는 긴 선이었다.
어느 날, 짐과 샤리는 모래 태풍을 보았다. 그것은 붉은 사막 위에 세차게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황색 버섯 구름이었다.
20일째가 되는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나운스가 선실에 흘러 나왔다.
"이 우주선은 내일 화성에 착륙합니다."
마지막 날, 승객들은 우주복을 입는 법을 연습하느라고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인간이 화성의 대기 가운데에서 숨을 쉰다면 산소 부족 때문에 수분 내로 죽을 것이다. 그래서 식민지의 돔 이외의 장소에서는 반드시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
우주복은 금속 섬유를 섞은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손과 발을 움직이기 쉽도록 관절 부분에는 물결 모양으로 주름이 잡혀져 있다. 헬멧(서양식 투구 모양의 모자)은 커서 쓰기가 쉬웠다.
산소 공급 장치는 등에 달려 있었다. 이것은 헬멧 내부에 산소를 자동적으로 보내어서, 호흡으로 더러워진 공기를 깨끗한 것으로 하여 다시 보내는 장치였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 새로운 산소를 보급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우주복 내부의 온도, 무선 통신 장치, 헬멧 안의 산소 공급량 따위를 조절하는 단추는 가슴의 바깥쪽에 가지런히 달려 있었다.
음료수의 튜브는 헬멧의 안쪽에 있어서, 머리를 돌리면 입이 닿도록 되어 있었다. 우주복을 입으면 불편한 일도 많지만, 12시간 계속 입고 있어도 기분이 나빠지는 일은 없었다.
우주복의 크기는 대, 중, 소의 세 종류뿐이다. 몸길이 2미터의 남자까지 입을 수 있는데, 그 이상의 키다리는 '특대'를 주문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소'는 몸길이 90센티로부터 150센티의 아이들을 위한 것인데, 그 몸길이에 따라서 크기를 고칠 수가 있었다.
몸길이 90센티 이하의 아이들은 도움 밖으로 나가는 일이 별로 없으므로 우주복이 필요 없었다.
짐과 샤리는 어머니와 같이 '중'의 우주복을 받았다. 체인버스 박사는 '대'이었다. 승객들은 우주복을 입는 법, 벗는 법, 조작하는 법을 배우려고 몇 시간이나 연습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화성식민지

화성은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우주 공간 가득히 퍼졌다. 그것이 적색과 녹색의 거대한 공이 되어서 천천히 아래쪽으로 이동하였다.
우주선은 뒤꼬리를 화성으로 향하고 급한 각도로 내려갔다.
승객들은 다시금 좌석에 앉아서 몸에 안전 벨트를 걸었다. 우주선은 역분사(반대로 내뿜음)를 하면서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화성의 표면으로 가까이 내려갔다. 화성의 대기는 엷기 때문에 저항이 적으며, 승객들이 받는 짓눌리는 듯한 괴로움도 지구를 출발했을 때보다 훨씬 적었다. 그리고 땅에 닿을 때의 쇼크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엔진이 멈추고 우주선의 내부는 조용해졌다.
선장의 음성이 선실의 스피커로부터 흘러 나왔다.
"이 우주선은 화성에 무사히 착륙하였습니다. 승객 여러분, 안전 벨트를 풀어 주십시오. 그리고 우주복을 입고 휴게실로 모여 주십시오."
짐은 우주선의 옆 창문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밖을 내다 봐요!"
우주선 밖은 온통 빨간 먼지에 쌓여 있었다. 그러나 화성의 대지는 볼 수가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벽돌 빛깔의 황폐한 사막에는 말라비틀어진 작은 식물의 덩어리가 여기저기 달라붙어 있었다.
2년 전에,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은 미국의 서부를 여행했던 일이 있었다.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샤리가 말했다.
"화성은 애리조나의 사막과 같아요."
짐은 자신의 우주복 안에 들어가자 앞장서서 휴게실로 통하는 나사 모양의 계단을 올라갔다. 휴게실에는 승객의 절반이 벌써 나와 있었다.
선장이 말하고 있었다.
"화성 시간으로 정오 조금 지났습니다. 바깥 기온은 10도, 여러분의 우주복 안의 온도를 적당하게 조절해 주십시오."승무원들은 휴게실을 돌면서, 승객들이 우주복을 옳게 입었는가 어떤가를 점검했다. 점검을 마친 승객은 차례차례로 승강구의 해치(반만 열리는 문)로 안내되었다. 해치의 가장자리로부터 접어서 겹쳐 두었던 사다리가 펼쳐져서 땅바닥에 닿아 있었다.
승무원 중 한 사람이 짐에게 말하였다.
"조심해서 내리십시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이지만, 사다리의 중간에서 땅바닥에 떨어진다면 꽤 아플 테니까요."
짐은 사다리의 양옆에 달린 금속 막대를 붙잡고 한 계단씩 조심하면서 내려와서 최후의 계단에서 땅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우주복의 신발이 작은 모래 먼지를 일으켰다.
짐은 둘레를 살펴보았다. 하늘은 보랏빛에 가까울 만큼 푸르게 맑아 있고,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러나 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다. 우주복 겉으로 느껴질 정도로 강하다. 땅바닥의 모래가 움직이며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네 대의 차가 우주선으로부터 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멎어 있었다. 그 차들은 편편한 탄환 모양인데 금속의 장수풍뎅이처럼 보였다. 옳게 말하면, 앞쪽에는 트랙터(특수 자동차)의 무한 궤도를 가지고, 뒤쪽에는 견고한 차량이 가지는 하프 트랙(무한 궤도가 달린 탱크식 자동차)이었다.
그 가까이에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화성 식민지에서 마중 나온 사람들임에 틀림없었다. 승객들이 전부 내리자, 명부와 대조하여 우주선 내에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 다음에 승객들은 하프 트랙이 늘어선 곳을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짐과 샤리는 양친의 바로 앞을 나란히 걸어갔다.
중력이 지구의 38 퍼센트밖에 없기 때문에 걷기가 쉬웠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깡충깡충 뛰어오르는 것처럼 걷는 것을 승무원이 보고 주의를 주었다.
"에너지와 산소가 낭비되니까, 조용히 걸어 주십시오."
하프 트랙은 운전사 한 사람에 승객이 열 사람 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세 대의 하프 트랙이 승객을 태우고 또 한 대는 우주선으로 가까이 갔다. 우주선에 실은 짐을 식민지로 나르기 위해서이다.
하프 트랙의 운전사는 승객들에게 웃는 얼굴을 보이면서 무선으로 말을 시작했다.
"이 하프 트랙은 기밀식(밀폐되어 기체간 통하지 못하는 구조)으로 되어 있습니다마는, 지금은 기밀이 안 되어 있습니다. 내가 지시할 때까지 우주복과 헬멧을 벗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짐과 샤리는 헬멧을 벗을 생각 같은 것은 해 보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할당된 좌석에 점잖게 앉았다.
하프 트랙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쿵쿵 하고 모래땅을 밟는 듯한 움직임이지만 속도는 제법 빠르다. 30분 후에 화성 식민지를 뒤덮은 거대한 플라스틱 돔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밝은 햇빛을 받고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하프 트랙은 돔의 둘레를 돌아서 출입구로 가까이 갔다. 돔 안에서 커다란 핸들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돔의 문이 열리면서 하프 트랙이 하나 들어가자, 곧 닫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앞에 있는 또 하나의 문이 열리면서 하프 트랙은 식민지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이와 같이 남은 하프 트랙도 하나씩 에어 라커(공기 저장소)를 지나서 식민지로 들어갔다. 하프 트랙이 멎었다.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내렸다. 운전사는 자기 헬멧을 벗고 나서 말했다.
"여러분도 헬멧을 벗어 주십시오."
승객들이 모두 헬멧을 벗자 운전사는 또 말하였다
"여기가 화성 식민지입니다. 우주복을 벗고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헬멧을 벗는 순간, 샤리가 외쳤다.
"공기 냄새가 나요? 지구의 공기와 꼭 같아요!"
"그렇지도 않아. 하지만, 우주선과 우주복의 공기보다는 훨씬 좋은데."
짐은 코를 벌름거리면서 말하였다.
머리 위에서 밝은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마치 봄처럼 따뜻하여 기분이 좋았다.
도움 자체는 투명하기 때문에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아무 것도 막힌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움 너머로 보는 바깥 경치는 무엇이나 실물과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우주복을 벗은 사람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면서 한 덩어리가 되어 서 있었다. 여기에 서류를 가진 키가 큰 식민지 사내가 와서 지껄이기 시작하였다.
"여러분, 나는 새로운 이주자를 도와드리는 일을 맡은 딥 로저스입니다. 이주자 여러분은 나와 같이 가 주십시오. 여러분이 거처하실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 사나이는 20 명의 이름을 전부 불렀다. 새로운 이주자들은 그 사나이와 함께 하프 트랙을 타고 떠났다. 뒤에 남은 8명중의 4명이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이었다. 또 2명은 화성 관광 여행을 온 부자 부부이고, 남은 2명은 식민지에 대한 잡지의 기사를 쓰기 위하여 온 기자들이었다.
건장한 회색 머리카락의 사나이가 체인버스 박사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의 연구실과 주택은 지하 빌딩입니다. 체인버스 박사님. 저희들은 할 수 있는 대로 협력하겠습니다. 물론, 저희들은 바빠서 당신의 연구처럼 실제로는 그리 소용이 안 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나눠 줄 수 없다는 사정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마는……."
"물론입니다."
체인버스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덧붙여 말하였다.
"지구를 출발하기 전에 이미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저와 함께 가실까요?"


돈이 필요 없는 사회

지구로부터 최초의 유인(사람이 탄)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한 것은 1970년이었다. 그로부터 20년간은 식민지를 만드는 준비 기간이었다.
먼저 화성의 적도 북쪽에 있는 장소가 선택되고, 거기에 플라스틱의 돔을 건설하기로 되었다. 여러 가지 도구와 산소 공급 장치 같은 것들은 20년간에 걸쳐서 지구로부터 조금씩 운반되었다. 그리고 1991년에 최초의 이주자가 보내어졌다.
처음 한동안은 이주자들은 기밀식 가설 오두막집에서 살았다. 그리나 정식 거주 구역의 건설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오래지 않아서 2층 건물의 금속 빌딩이 몇 채나 잇달아서 출현하였다. 모두 보기보다는 튼튼하고 이용하기 편하도록 지어졌다.
화성 식민지의 길거리는 가로, 세로가 직각으로 정확하게 교차되도록 설계되고, 동서로 뻗은 큰길에는 지구의 도시 이름이 붙여지고, 남북으로 뻗은 큰길에는 지구의 나라 이름이 붙여졌다.
주택은 모두 긴급한 경우를 생각하여 기밀식으로 지어졌다. 이렇게 해두면, 운석(땅에 떨어지는 별똥들)이 돔을 파괴했을 때에도 죽는 사람이 적게 되는 것이다.
식민지의 넓이는 돔의 크기에 따라서 제한된다. 그래서 식민지는 밖으로 퍼져나가는 대신에 밑으로, 즉 땅 속으로 뻗어 내려갔다. 이미 빌딩은 지하 2층까지 완성되고, 지하 33미터의 지하 3층 공사 현장이 많은 엘리베이터로 지상과 연결되어 있다.
지상의 공공 시설은 거의 지하 1층으로 옮겨졌다. 식민지 사람의 대부분은 아직도 지상 빌딩에 살고 있지만, 새로운 이주자들은 지하에 살게 된다. 식민지 사람끼리 새로 결혼한 경우에도 역시 지하에 새로운 살림집을 정하게 되었다.
지상과 지하를 합하여 5층의 빌딩이 완성되면, 화성 식민지에는 4천 명이 살 수 있게 된다. 그래도 부족하게 되었을 때에는 100킬로미터쯤 떨어진 장소에 제 2의 화성 식민지를 건설할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그 계획은 꼭 실행되어야 할 일이었다. 가까운 장래에 지금 화성 식민지가 꽉 차게 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화성 이주 계획에 따라서 지구로부터 매년 300명 정도의 이주자가 이곳으로 보내지고 있었다.
지구 정부는 화성에 영주하는 이주자에게는 우주 여행의 운임을 면제해 주고 있었다. 영주를 결심하고 화성으로 왔던 사람이라도, 식민지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거나 싫증이 나거나 할 때에는, 30일 이내라면 무료로 지구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30일의 기간이 넘은 뒤에는 비싼 운임을 자기가 내어야 한다.
새로운 이주자 중에서 10명 중 1명은 화성에서 생활을 목격한 후에 영주를 단념하고 지구로 돌아갔다. 그러나 남은 사람들은 즐겨 화성에 머물렀다.
화성 식민지에서는 매년 지구로부터 오는 300명의 새로운 이주자들 외에도 식민지 사람 사이에 수백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 인구가 불어났다.
정식 부부와 그 아이들만이 식민지 사람이 되는 것을 허가 받았다. 그리고 화성에서 난 아이들과 어린애 때 화성으로 온 사람은, 21세가 되어야 비로소 결혼할 자격을 인정받았다. 독신 남녀 전용의 방은 없었다.
식민지가 열렸을 때, 어린아이였던 식민지 사람들은 지금 2, 3명의 자녀를 가진 어버이가 되어 있었다. 인구는 예상을 넘어서 급속도로 늘어갔다. 식민지 전체가 벌집처럼 많은 아이들을 기르는 일에 바쁘게 되었다. 누구나가 다 열심히 일했다.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식민지에서는 낭비가 허락되지 않았다. 더러워진 공기는 다시 깨끗하게 만들어서 사용되었다. 지하 빌딩을 건설하기 위하여 파낸 모래에서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산소와 금속을 뽑아 냈다.
야채류는 실내에서 인공 태양의 빛을 받으면서 자라났다. 물도 화학적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식민지에서 필요한 것은 전부 지구로부터 공급받았다. 커다란 기계를 우주선에 싣고 우주공간을 운반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식민지는 조금씩 자급 자족 준비를 해 나갔다. 그리고 지금에는 자기들의 하프 트랙과 에어 로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큰 것을 만들기 위하여 공장 설비를 갖추어 가고 있다. 지금부터 수십 년 이내에 화성 식민지는 지구의 원조 없이도 살 수 있게 될 것이며, 자기 힘만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이 살아갈 주택으로 지하빌딩의 1,2층이 할당되었다. 1층은 박사의 연구실이었다. 아래층에는 작은 방이 셋 있었다. 가구는 간단한 침대 넷과 몇 개의 의자뿐이었다. 부엌은 없었다. 식민지 사람들은 공영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네 사람은 표지에 '새로 오신 분들을 위하여'라고 인쇄된 수첩을 받았다. 거기에는 식민지 생활 규칙이 자세하게 쓰여 있었다.
여기서는 지구의 계산법으로 14살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 8시간은 일을 하게 되어 있었다. 10살부터 14살까지 아이들은 매일 3시간만 맡겨진 일을 하고, 10살이 못 되는 아이들은 일정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어른들의 일을 돕는 일이 있었다.
황폐한 행성의 개척에 골몰한 식민지에는 게으름뱅이가 살 집 따위는 없는 것이다.
학교의 의무 교육은 14살까지였다. 여기서 베스트에 합격한 사람만이 계속하여 대학 교육까지 받을 수가 있었다. 그 밖의 사람들은 학교를 떠나서 노동자가 되었다.
식민지 사람도, 지구로부터의 방문자도, 담배는 하루에 네 가치밖에는 피울 수 없도록 정해져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담배를 많이 피우면 공기가 지나치게 더러워져서 공기 정화 장치의 작용이 나쁘게 되기 때문이었다. 체인버스 박사 부부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네 가치라는 규칙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큰 식당에 모여서 함께 먹었다. 식료품은 팔고 있지 않았다. 식사 배급권과 교환하여 주는 것이다. 식권을 돈으로 살 수는 없었다. 힘드는 일을 하여 식권을 더 받는 길 밖에 없는 것이다. 방문자는 식권의 할당이 적지만, 자진하여 일을 지원하면 식권을 더 얻을 수 있었다.
식민지에는 비디오는 없으나, 지구로부터 보내오는 영화가 매일 상영되고 있었다. 매월 네 가지의 영화가 보내어져 오며, 매주 한 가지가 상영되었다.
또, 식민지의 연극 그룹이 매월 첫 번째 주간 주말에 연극을 공연하였다.
영화도 연극도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돈이 필요가 없었다. 누구나가 일하며, 누구나가 식권을 번다고 하는 제도에는 아무런 지장도 생기지 않았다.
그날 밤, 체인버스 박사 가족은 화성 식민지의 식사를 처음으로 맛보았다. 가장 가까운 공영 식당은 체인버스네 집으로부터 몇 구역 떨어진 홍콩 거리와 벨기에 거리가 서로 교차되는 길모퉁이에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 공영 식당 밖에는 사람들 행렬이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행렬은 쓱쓱 앞으로 움직여 줄어들어서 곧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은 밝은 조명이 빛나고 있는 큰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식당은 카페테리아 방식이었다. 즉, 한 사람 한 사람이 큰 쟁반을 들고 카운터 앞을 지나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요리를 받는 것이다. 벽에는 메뉴가 붙여져 있었다. 거기에는 로스트 비프, 브로일드 치킨, 베이컨 햄 따위의 고기 요리와, 포테이토, 아스파라거스, 콩, 당근 따위의 야채 요리가 쓰여져 있었다.
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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