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내 마음은 허무했고
눈물 방울은 마음을 잃었었다.
이런 표정으로 작은 사진을 혼자 찍고
무색 편지지에 죽고 싶다
-고 쓰고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죽음에 있어 길은 방해꾼이다.
하나님은 보이질 않고 북소리만 들린다.
내가 사는 12층의 발코니에서
내 마음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이 고요한 밤이었다.
내가 떨어진다면 아침 다 밝아서
딱딱한 피로 뭉친 내 얼굴을 관리인이 알아보리.
안락한 내 방엔 못 돌아가고 시체실로 옮겨지겠지.
외과의사나 만나고 떨어져야겠다.
죽더라도 장기 기증은 다 하기로 서명했으니.
죽더라도 깔끔하게 죽어야지,
불행한 남에게 갈 장기 땜에.
죽기 한 번 힘들다.
앞이 콱 막히도록 맘이 섭섭하다.
저기 먼 곳에서 달콤한 리듬이 들린다.
좀 머물고 싶다.
그리고 마음 잃었던 눈물이
가사 없는 음악에 어린이처럼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