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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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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유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0건 조회 1,199회 작성일 2003-07-2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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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

                                                        서일 고등학교 2학년 4반 이유진


 나에게는 휴대폰에서 가끔 반짝 거리는 것 외에는 시계라는 것이 없다. 그 흔한 2~3천 원 짜리 시장표 시계 하나 가지지를 못했다. 시계 값이 비싸서도 아니고 시계를 특별히 싫어 하는 것도 아닌 내게 시계가 없는 이유를 대라 한다면 그저 팔에 차이는 무게가 어두워서 라고 말 할 것이다. 휴대폰이야 전화 때문에 가지고 다닌다 쳐도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은 시계가 내 팔을 감싸서 구릿빛 피부에 흰 줄을 만들어 놓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산에 묻혀 "나는 세속적인 삶을 거부하오"라고 말하며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버스도 타지 않으며 살아가는 어느 스님처럼, 현대 문명을 싫어 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아직 젊은 청소년이고 정보화 시대에 적응해 살고 있는 청소년 이기에 물질적인 기계문명에는 어느 정도 친숙함을 가지고 있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시계만은 쉽게 정이 가질 않는다. 깜빡이며 움직이는 개구쟁이 바늘들도 내게는 그 바늘의 소용돌이에 나를 가두려는 하데스의 수하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사실 살면서 내가 시계를 한 번도 가져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나는 초등 학생 때 유행을 잘 따르는 아이여서 반지시계나, 목걸이 시계 따위의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계들은 다 가져 보았으며,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남자친구에게 커플시계를 선물 받은 경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시계들은 한 달도 채 못되어서 내 서랍 속에 갇히기가 부지기수였다. 세수를 할 때, 샤워를 할 때 빼놓아야 하는 불편함을 느낄 때, 수업시간에 그 작은 유리 안의 바늘 돌아가는 수만 세는 내 모습을 깨달을 때, 이럴 때 마다 나는 곱게 채워진 시계줄을 다시 풀어 버리곤 했다. 
 지금은 여름이 되었다. 친구들은 다들 여름용 투명시계를 산다고 난리들이다. 나는 문득 내 서랍에 쌓인 시계들 생각이 났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흩어져 있을 나의 시계들. 그 중에는 밧데리가 닳는 날 까지 내 손목에 차여 질 날 만을 기대하다가 마지막 전원을 꺼트린 시계도 있으리라. 그리고 아직까지도 미미한 신음을 내며 바늘을 돌리고 있는 시계도 있으리라. 어울리지 않는 주인을 만나 빛도 보지 못하고 먼지이불만 잔뜩 덮어쓴 그네들.. 나는 새삼 그들이 불쌍하게 느껴 졌다. 집에 돌아가면 그 중 하나를 꺼내 동생에게 선물이나 해 주어야 겠다. 어쨌든 움직이려고 태어난 시계들이 아닌가. 누구의 손목이든 감사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그네들이 원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시계에게는 새 밧데리를 넣고 서랍에서 해방을 시켜 주어야 겠다. 그들이 필요한 세상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나는 지금껏 그들을 가두어둔 대가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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