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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추천수필] [문(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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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은지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댓글 1건 조회 1,608회 작성일 2003-02-03 10:28

본문

"문을 당기시오"
이 짧은 문구가 붙어 있는 편의점 유리문을 무심코 열고 들어가다 생각해 본다. 분명히 문에 붙어 있는 문구는 "문을 당
기시오" 인데 그 글을 읽지 못함도 아니건만, 무의식적으로 밖으로 연다. 그러고 보니 늘 반대로 문을 열고 닫는 것이다.

문은 하나의 틀이다. 나를 표현하기도 하고, 외부와의 관계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잠재된 내 의식 속에는 사물을
거부하는 본능이었을까? 아님 편리에 길들여진 습관이었을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타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작
은 행동이 뭐 큰 의미를 담고 있을까마는 이 작은 행위에서도 내 잠재된 의식은 발휘되었나 보다.

밖으로 문을 밀어내서 연다는 것.
그 것은 사물을 내 내면으로 포용하는 것에 대한 인색함인지, 아니면 거부감의 표현인지 모르겠다. 문은 하나의 벽이며
새로운 세계이다. 문을 여는 순간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것이고 또한 그 가운데 놓여지게 되는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닐 까?" 문을 연다는 행위는 살아있음의 또 다른 표현으로서 하루의 시작을 의미한
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와야 비로소 평범한 일상의 울고 웃는 복잡하고 다양한 일들을 접하며 빈 도화
지를 채워 가는 것 그것이 삶인 것이다. 날마다 받아든 한 장의 도화지를 완성하기 위해 많은 문들을 열고 닫는다. 날마
다 아침이면 방문을 열고 나와 어제와 변함없는 일상을 시작하며, 내 집안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을 하기 위해서는 현관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나간다. 그리곤 자동차를 타고 일터를 향하며, 일터에서도 문을 열고 들어
가 업무를 보고, 모든 계획을 세우며, 실천하며 하루하루의 일상을 쌓아올려 하나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우
리의 삶은 문과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인 관념적인 것으로서의 문이 있다.

문이란 또 다른 의미로는 단절을 표현하며, 보이지 않은 벽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세상을 향해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
는 틀(門)이기도 하다. 그 틀 속에는 그림처럼 걸려진 내 어린 날의 수묵화 한 컷이 있다. 금싸락 같은 햇살이 나뭇가지
에 걸터앉아 쉬어가던 가을날, 방마다 문을 뜯어 깨끗하게 닦고, 창호지 곱게 바를 때 작은 유리하나 끼워 넣고, 낙엽 한
장, 꽃잎 한 장으로 수를 놓으면 문은 하나의 작품이었다. 그 작품 속에 은은하게 새어나온 불빛은 그 속에 살아가는 사
람만큼이나 소박하고 순수했다. 그런 문살 곱게 엮인 손잡이 달린 작은 여닫이문에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움처럼
달려 있었다. 외갓집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집이었다. 집 뒤편에는 아침저녁 사람의 소리를 듣고 자라는 곡식들이
있었고, 집 앞 둔덕에는 복사꽃이 아름다운 복숭아나무 몇 그루와 커다란 감나무 두 그루와 흙으로 된 툇마루가 있었으
며 부엌에는 작은 옹달샘이 있어 늘 신비롭기만 했던 집이었다. 그 집에는 텃새의 노랫소리, 사람의 발자국소리, 천장에
달리기하는 쥐 한 마리의 발자국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알아내시는 머리카락과 눈썹까지 하얗고 긴 외할아버지께서
늘 안방을 지키고 계셨다. 정말 산신령 같은 모습으로 길다란 곰방대에 잎담배 가득 담아서 뻐끔뻐끔 연기를 피워 올려
피우셨으며 더러는 여름날 방문을 열어놓고 밖의 풍경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내 기억 속으로는 한번도 마당으로 나와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용케도 손자들의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신기하리 만치 다 알아내셨
다. 어린 생각으로도 참으로 놀라운 것은 늙으면 저렇게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었던 한번도 뜰 아래
나서지 않고 늘 안방에 앉아 계셨으면서도 귀는 세상을 향해 늘 열려있어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던 외할아버지가 생각
나는 문이 있었다.

또한 아련한 그리움 가득 묻어나던 문 속에는 창가에 하얀 성애가 어리던 허름한 교실 한 모퉁이가 있다. 겨울날 얼음
꽃이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며 피었던 창문에 손가락으로 꽃을 녹여 내 이름자 적어보고 친구 얼굴 그려보고, 내 꿈 하나
적어보던 그런 날 있었다. 태양이 가득 떠오르면 금새 사라질 꿈이라도 적고 또 적어 보던 그런 날에 문은 거의 밖으로
열렸던 것 같다. 세상을 향하여 열어두는 마음이었을까?

그러나 요즘은 너무도 많은 문 속에서 산다. 새로운 세계를 단절하기 위한 도구화 된 문이다. 문 하나를 닫으면 세상은
나와 단절을 하고 결별을 선언하며 나만의 섬에 가두어 버린다. 일상화된 문을 닫는 행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스스
로 대중으로부터의 고독에 갇히기도 하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도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나의 문을 열고 닫음이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은 마음의 벽도 허물고 더러는 벽을 더 두텁게 쌓기도 하는 가 보다. 현
대를 살아가면서 문을 열지 않고, 닫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그런 심미안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것. 그 마음이 필요한
때 같다.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심미안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것....그 마음이 진정 필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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