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주 추천시] 時失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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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해춘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132회 작성일 2003-03-12 11:57본문
時失里에서
최 해 춘
그 마을의 초입에는
늙은 당나무가 오가는 이 감시하고 서 있지만
아무도 두려워하지를 않는다
탯줄 끊던 가위 녹슨 마을에
사람보다 들고양이 숫자가 많아지고
되바라진 놈은 당나무 어깨죽지에 앉아
마을을 훑어보며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어느 여름 태풍이 당나무 팔 하나를 분질러
길목을 가로막아 버린 적 있었다
사람들이 부러진 팔 아래로
허리 구부리고 지나다닐 때
오래 된 너털웃음이 마을을 떠돌고 있었다
정한수로 빌고 빌던 할머니 그 웃음소리에
밤잠 설쳤지만 부러진 팔이
베어져 나간 후에는 아무도
허리를 굽히고 가는 사람 없었다
흙담이 문둥병에 걸려 하나 둘 문드러지고
도회지로 떠났던 마을노인
꽃가마에 드러누워 돌아 올 때마다
당나무 가지 관절이 아파오고
욕창처럼 썩은 허리 밤낮없이 어둡기만하다
기원하던 징소리 아직도 남아
바람에 씻겨 가는데
깊은 잠에 빠진 마을 깨어날 줄 모르고
들고양이만 어슬렁 마을길을 걷는다
최 해 춘
그 마을의 초입에는
늙은 당나무가 오가는 이 감시하고 서 있지만
아무도 두려워하지를 않는다
탯줄 끊던 가위 녹슨 마을에
사람보다 들고양이 숫자가 많아지고
되바라진 놈은 당나무 어깨죽지에 앉아
마을을 훑어보며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어느 여름 태풍이 당나무 팔 하나를 분질러
길목을 가로막아 버린 적 있었다
사람들이 부러진 팔 아래로
허리 구부리고 지나다닐 때
오래 된 너털웃음이 마을을 떠돌고 있었다
정한수로 빌고 빌던 할머니 그 웃음소리에
밤잠 설쳤지만 부러진 팔이
베어져 나간 후에는 아무도
허리를 굽히고 가는 사람 없었다
흙담이 문둥병에 걸려 하나 둘 문드러지고
도회지로 떠났던 마을노인
꽃가마에 드러누워 돌아 올 때마다
당나무 가지 관절이 아파오고
욕창처럼 썩은 허리 밤낮없이 어둡기만하다
기원하던 징소리 아직도 남아
바람에 씻겨 가는데
깊은 잠에 빠진 마을 깨어날 줄 모르고
들고양이만 어슬렁 마을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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