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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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현해당 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1,076회 작성일 2003-08-27 11:54본문
사는 게 고단하고 힘들 때 마다
네 이름 들먹이며 넋두리했다만
한겨울 난데없이 찾아든 너를 보니
네 목숨 그리 가볍지만은 않구나
이부자리 구겨진 채 널부러졌고
때에 절은 옷가지 사방에 나뒹굴어
강아지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는 방,
너는 더럽다 추하다 한마디 불평도 없이
구석지에 밀쳐둔 밥상머리에 앉아
느긋한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구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사는 게 죽느니만 못하다고
남몰래 가슴치고 통곡하며
서러운 인생살이 한탄하다가
딱딱하게 굳은 밥풀떼기 한 알에도
洽足(흡족)해 하는 너를 보니
達觀(달관)이란 분명 널 두고 이르는 말이었구나
더럽고 냄새나는 시궁창이거나
麝香(사향)이 무르녹는 아방궁이거나
時勢(시세)에 따라 옮겨가며 제집처럼 편안하니
사는 게 매양 너만 같다면
인생살이 무슨 근심 있으리
댓글목록
이창윤님의 댓글
이창윤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어느해 11월
질기게 삶을 버티기 하고 있는 파리를 본 기억이 납니다
무엇에게든, 자신만의 삶의 의미는
나름대로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수진님의 댓글
이수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마음이 갑갑했던 탓도 욕심 때문인가 봅니다. 비우고, 이 가을엔 누군가를 돌아볼 수 있는 날들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