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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외출 소중한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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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완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951회 작성일 2008-06-17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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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외출, 소중한 추억

                            목산 홍완표                                                      2008. 6. 17

  어제는 연극을 관람하였다. 언제 연극을 보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만이었다.
아이들의 엄마, 아빠 이십오년째 결혼기념일 선물이었다.
가끔 영화는 보고 싶었었지만, 연극에는 관심이 없었다.
연극하면 어린시절 동네 사람들이 일년에 한 두 번 단오날 등 특별한 날에 보여 주었던 것이나
초등학교 시절에 학예회에서 보았던 연극이 어슴프레 생각이 날 뿐이다.
연극의 주제는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흥부전이나. 심청전, 춘향전이었다.
어린시절에는 감성이 예민하여 그랬던지 슬픈 대목이 나오면 눈물이 나오기도 하였다.
남자가 이런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고 할까보아서 콧물을 훔치는 척하면서
옷소매깃으로 몰래 눈물을 닦았던 기억도 난다.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임당수에 빠지는 대목은 정말 슬펐다.
변사또에게 곤경에 처해 있는 춘향이를 이몽룡이가 어사가 되어 나타나 만나는 장면은
정말 극적이었다. 내가 춘향이나 된 듯이 기뻤다.
착한 흥부가 놀부형에게 심하게 당하는 장면은 마음을 매우 안탑깝게 하였다.
그러다가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를 심어 거둔 박속에서 보물이 쏟아져 나와 기뻐하는 장면은
어찌 그리 마음을 감동시켰든지...
이러한 대목에서는 으레 청중들의 우뢰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이런 아름다운 연극의 마무리는 언제나 어린 나에게 착하고 효도하고
일편 단심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하곤 하였다.
요즘은 남녀간의 관계가 매우 개방적이지만,
내가 어릴 적 당시만 하여도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연극 속에서 남녀가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춘다든지 하는 장면이 나오면
얼굴이 빨개져 후끈 후끈거렸다.
이런 내 모습이 옆 사람이 혹시나 볼까봐 괜히 옆 사람이 신경쓰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아무리 연극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데서 저렇게 끌어안고
입을 맞출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장면이 나오면 오히려 내가 어디 숨을 데가 있으면 숨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런데 나중에 친구들이 말하는데 연극 중에 나온 여자는 진짜여자가 아니고
남자가 여자로 분장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후에도 연극 중에 이런 장면이 나오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후끈 거렸다.
그러다가 친구들의 말이 생각나서 마음이 진정되곤 하였던 기억이 난다.
전철사호선을 타고 혜화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왔다.
집사람이 말했다. “당신 대학로에 오랜만에 나오지요?”
그렇다. 대학로에 나와 본지가 이, 삼년이나 된 것 같았다.
연극시작 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집사람이 오랜 만에 대학로에 왔으니 한 번 둘러보자고 하였다.
필리핀에서 온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노점상을 하는 곳도 있었다.
전에 말을 들은 적이 있었으나 실제로 와서 자세히 둘러 본 것은 처음이었다.
보통 우리가 볼 수 없는 음식과 물건들이 보였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외국인들이 노점에서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도 참 많이 개방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 건너 골목을 보니 젊은 사람들이 꽉 차서 걷고 있었다.
그곳으로 가보자고 하였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가, 젊음이 나에게 막 밀려오는 듯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젊은 여자들은 대부분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고 있었다.
시원해 보이기는 하였지만, 내 눈이 민망해 하였다.
눈이 가는 곳곳에 한 곳도 예외인 곳이 없어 내 눈을 민망함에서 벗어나도록 어떻게 해 줄 도리가 없었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집사람이 나보고 여자 다리나 쳐다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하늘을 쳐다보자! 하늘이 참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조화롭게 걸쳐 있었다.
마음이 평온해 졌다. 자꾸만 하늘을 보고 싶었다.
하나님이 보고 싶었다.
잠시 잠깐 동안 내 마음과 생각은 저 아름다운 하늘에 계신 하나님과 예수님께로 향했다.
집사람과 이렇게 모처럼 활기찬 거리를 걷고 있는 내가 그렇게 행복하게 느껴 질 수가 없는 순간이었다.
아! 이게 사는 행복이구나!
이런 작은 행복조차 느끼지 못하고 무얼하느라고 이렇게 허겁지겁 살아 온 것일까!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도 고마웠다.
벌써 이렇게 성인이 되어서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챙겨 주다니, 대견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이렇게 별것도 아닌 나들이에 소녀처럼 행복해 하는 것만 같은 집사람의 모습에 또한 고맙기도 하고,
행복함을 느끼기도 하고, 미안하기도하였다.
케밥을 파는 곳이 있다고 말해 주는 집사람의 말에 현실로 돌아 왔다.
케밥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몇 년전 터어키에 여행 갔을 때 먹어보았던 그 맛있는 냄새가 이스탄불 여행의 추억과 함께 풍겨왔다.
집사람에게 사 먹어보자고 말을 하려다 그만 생각에 잠겨 지나치고 말았다.
미안한 생각에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자고 하였더니 연극시작 시간이 다 된 것 같다고 그냥가자고 하였다.
연극장 앞에서 티켓을 받아 들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혹시 우리또래가 있는지 찾아보았으나 한, 두명 있을 뿐이었다.
입장하는 출입문이 어디인지 몰라 여기일까 저기일까 생각하고 있었다.
연극시작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사람들이 거의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누구에게 물어 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불렀다.
옆 출입문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엉뚱한 곳에서 마냥 기다라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빨리 그쪽으로 가자고 하였다. 이때 불현듯 우리가 오래된 영화 속의 시골노인들처럼 느껴졌다.
시골에서 상경한 노인부부가 서울의 복잡함에 어찌할 줄 모르는 그런 장면이 떠올랐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갑자기 내 모습이 초라해 지는 것 같았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만 같은 허전함이 순간 나를 감쌌다.
이러한 생각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집사람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우리 같은 사람이 없나?
저기 한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라고 말했다.
 “아냐, 젊은 사람인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아니, 아줌마는 우리정도 되는 것 같아.”
정말 우리 또래가 거의 없었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연극의 내용은 노인네들을 주제로 한 것이었는데, 정작 노인네들은 없는 것이었다.
휴대폰을 꺼내어, 집사람과 내 얼굴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본 적이 많지 않아, 사진 찍는 것이 서툴렀다.
서너장을 찍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은 사진 찍는 것이 불편하여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았었다.
이번 휴대폰은 최신형으로 금년 내 생일에 아이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휴대폰의 문자판이 잘 눌리지 않아 전화번호가 잘 찍히지 않았었는데,
아이들이 이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제 그만 바꾸라고 최신형으로 선물을 했다.
IT전문가가 휴대폰은 구형을 사용한다고 집사람이 몇 번 농을 하였지만,
그래도 좀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못 들은 척 했었다.
휴대폰에 찍은 사진을 바로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마지막 찍은 잘 나온 것 같은 사진을 큰 아이와 둘째 아이에게 전송했다.
조금 지나자 바로 큰 아이한테서 답장이 왔다. “엄마 아빠 좋은 시간보내세요!”
연극이 시작되었다.
연극의 줄거리는 노인들의 노후 생활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노부부간의 애뜻한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우유배달을 하는 홀로 된 남자노인이 있었다.
입만 열면 욕을 하는 주인공으로 성격이 매우 괄괄하였다.
부인이 위장암으로 사망하였다. 그 병으로 인하여 그렇게 마시고 싶어 하던 우유를 마시지 못하고 죽었다.
극한 상황이 다 되어서야 병을 발견하여 결국 치료도 못해 보고 죽었다
이러한 아내에 대하여 죄스러워하는, 감정이 풍부한 노인이었다.
홀로 사는 할머니 주인공은 박스나 종이를 주어 근근이 살아가는 분이었다.
어느 새벽 우유를 배달하던 할아버지가 눈으로 미끄러운 언덕에서 넘어진 할머니와 조우하게 된다.
차분한 할머니와 포악할 정도로 괄괄한 할아버지의 성격이 대조적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묘사가 더욱 두 주인공간의 사랑을 두드러지게 하여 관객을 감동시킨다.
다른 주인공이신 부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등장한다.
할머니는 심한 치매인데 이러한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극진히 사랑으로 대해 준다.
색약인 할아버지는 위암말기인 할머니의 상태를 알지 못하고 지내다가 어느 날 의사를 통해 이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미 치료가 불가능함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죽을 결심을 한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바닷가에는 가지 못했지만 강가로 마지막 소풍을 다녀온다.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약을 먹고 연탄가스가 자욱한 방에서 잠들어 숨을 거두는 비극적인 줄거리다.
연극이 크라이막스에 오르자 주위에서 훌쩍이는 소리들이 들렸다.
연극배우들이 관객을 감동시킨 것이다.
나에게도 상당한 감동으로 다가오긴 하였으나 전과 같은 감정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전 같으면 분명히 집사람이 알까보아 슬그머니 눈물을 훔쳤을텐데, 그렇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그 훌쩍이던 젊은 사람들에 대하여 잠시 생각하면서 몇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름다운 한 쌍의 남녀가 있었는데, 여자의 눈시울이 불거져 있었다.
남자가 그 여자의 어깨를 꼭 안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연인과 그 훌쩍이던 젊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생각했다.
“저 연인들은 결코 이혼하지 않겠구나.
요즘 이혼율이 매우 높은데 많은 젊은이들이 이 연극을 보았으면 좋겠구나”
아마 내 자신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 사랑하는 집사람과 생을 마감할 때 까지 연극속의 주인공처럼 살아야겠구나하고 말이다.
우리는 서로 말은 안했지만, 아름다운 천사의 마음을 가진 집사람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여보, 커피한잔 하고 갑시다.? 아니면 무얼 좀 먹고 갑시다.?”
“그럴 필요 없어요. 너무 늦었어요, 집에 과일하고 먹을 것 많이 사다 놓았어요.”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인데...”
“오늘은 그만 들어가고 다음기회에 해요.”
나는 집사람이 왜 그런지 잘 안다.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집사람이 하자는 대로 하고 만다.
커피한잔 못하고 왔지만,
아이들로부터 받은 결혼기념일의 연극관람 선물은 우리부부에게 계산할 수 없는 의미있는 선물이 된 것 같다.
“당신은 정말 성공했어. 이렇게 엄마, 아빠를 배려할 줄 아는 아이들로 키웠으니 말이야”
집사람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배어 있었다.
이십오년이란 시간을 살면서 우리는 어느 듯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진실한 삶의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많은 것들이 우리주위에 있는데,
우리는 행복을 너무 멀리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은 밤 한시가 막 넘은 시간이다. 이십오년전 결혼한 날이다.
사랑하는 내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면서 잠을 청해야겠다.
여보!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내 사랑이 그대에게 영원히, 영원히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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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글이네요. 아름답고.. 집사람한테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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