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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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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갑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0건 조회 1,651회 작성일 2007-01-30 07:50

본문

십여 년 동안 은행 이자가 대출 원금 천만 원을 갚아버린
마이너스 통장을 아니꼽게 재 연장 신청 후
돌아오는 길에 인근 새롭게 단장한 재래식 부평시장에 들렀네

은행갈 때 마누라 지갑에서 슬쩍한 오천 원으로
무엇을 살까
무엇을 사서 먹을 까
시장 골목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고민하는데
눈이 팍 화살처럼 꽃히는 곳 있었네

팻말에 나의 가격은 한 근에 이천칠백오십 원
이름은 양념 돼지갈비 국적은 묻지 마라,
나 자신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고깃덩어리
나 자신도 저와 같다면 얼마나 할까 상념에 잠기다 이내
아이들 생각에 삼천 원어치 /샀네

그 옆 시장 좌판대 나처럼 냄새 풍풍 풍기는
목청 좋은 생선 장수 아저씨가 손짓하며 싸게 부른다
진열해 놓은 생물 오징어 새끼 네댓 마리 국적은 묻지 마라,
데쳐서 쏘주 한잔 걸치려고 천 원어치 /샀네

마지막 시장통 막 빠져 나오는 골목 어귀 외진 곳
생의 얼굴이 시커멓게 폭삭 찌그러진 할머니가 쭈그리고 앉아
예쁜 손주들 모아 놓고 옛날 시장 이야기 재미나게 들려주는 것처럼
오종종 모아 놓은 돌나물 한 바구니도
마누라 생각에 국적은 묻지 마라, /샀네
함께 파릇한 봄을 비벼먹으려고 /샀네
모두 합계 오천 원어치 /샀네

은행 갔다 무겁게 돌아오는 길에 부평시장에서
웃으며 /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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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착하신 남편에
어지신 아빠의 얼굴
내 마실 소주 안주 잊지 않아
이제는 한나라의 임금님입니다.
따듯하신 가정을 엿보고 갑니다.

박태원님의 댓글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오천원으로 알뜰하게 장을 보셨네요^^
그날 저녁은 온가족이 모여 웃음꽃 피겠습니다.
어릴적에 어머니따라 재래시장에 쫓아갔던
즐거운 생각이 납니다.

김현길님의 댓글

김현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되지도 않는 시를 끙끙대며 쓰고 있는 저보다, 이웃집 아저씨 이야기 받아 적듯이 슬슬 써내려간 홍시인님의 시가 부럽습니다.
슬슬 써네려 갔다는것은 저가 보기가 그렇다는 것이고 본인이야 얼마나 고심하며 썼겠습니까.^^ 어쨌던 부럽습니다. 장보는것 까지도...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거움을 부평시장에 모두 내려 놓어셨구만요...   
이제 그 술안주로  마음도 잘 달래보시길 기원합니다... 많이는 드시지 말고요....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자유로운 자유시인
거침이없고 막힘이없는 때 장소 상황 경우 상관 이 구애받지않는 시인
나는 그런시인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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