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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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임한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507회 작성일 2022-10-10 22:49본문
빨래
밀린 너를 품고 빨래터에 왔다.
모진 심장 하나 꺼내 비누질을 한다.
애벌한 네 몸에 힘껏 방망이질을 하면
샛또랑에 퍼져가는 너의 조각들.
어느 무인도 개펄
밀물에 휩쓸려간 너의 고독이 오두막 집을 지을 때
꾹꾹 쥐어짠 네 몸뚱이를 품고 마당에 들어섰다.
힘껏 솟은 장대가 쇠고집처럼 하늘로 뻗어가고
비틀고 탈탈 남은 미련의 물기마저
애증의 속살을 까뒤집고
달랑 빨랫줄에 전시되면
살도 피도 증발한 박제 하나.
한때는 서로에게 옷이었던 우리.
태양 아래
문득 가볍게 태극기마냥 펄럭이는 것이
진정 너인지, 나인지.
말라비틀어진 두 팔을 네 번 접어
가지런히 영정을 만들고
국화꽃 한 송이 올려두었다.
옷을 벗겨 제비뽑기하던 모진 날들에 향을 피웠다.
오래된 오두막,
한때는 너와 나의 옷이었던 조각들.
오늘, 썰물에 휩쓸려 다시 샛도랑으로
기어들어온다는 풍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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