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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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검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665회 작성일 2020-06-25 17:27본문
경비원 아저씨
김검호
허름한 경비복장에 낡은 모자 삐딱하게 눌러쓰신 경비원 아저씨
점심먹으러 식당가는 나를 보고
멀찍이서 부터 허리굽혀 인사를 하시네
“박사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 보니
또 허리굽혀 인사를 하시네
“박사님 점심 즐겁게 많이 드십시요”
얼마 전에 입주민들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옥상난간에 발을 걸치고, 하늘 한번 보고 땅 한번 보다가
두 눈 질끈 감고 뛰어내린 어느 아파트 경비원 생각나
짠한 마음에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네
이 곳도 갑질이 대단하기로 소문난 연구단지인데
그동안 얼마나 시달렸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박사로 보이시는 걸까?
얼마나 겁나고 두려우면 나 같은 사람에게 두 번이나 허리를 굽히고
안전부절못하실까?
점심먹고 돌아오던 길에 아이스크림 두 개 사서
경비원 아저씨 쉬고 계신 방문을 열고
“이거 하나 드시지요” 하고 드렸더니
“저한테 까지 뭘 이런 걸 주십니까?” 하시며 또 허리를 굽히시네
“저는 박사도 아니고 여기 정직원도 아닙니다
우리는 같은 동지니까 이제 편하게 대하시고 밥도 같이 드시러 가자구요“
하였더니 그제사 빙그레 웃으시면서 허리도 펴시고 표정도 밝아지시네
‘사람위에 사람없고 사람아래 사람없다’는 말을
한갓 촌로라도 알고도 남음이 있겠거니와,
고고한 ‘박사님들’께서는 듣도 보고 못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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