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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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불씨
송 은 섭
어린 시절 내 가슴에 숯 하나 있었네
참나무인지, 대나무인지 그땐 몰랐어
그냥 조그만 검댕이라 불렀지
스무 살 즈음
가슴 속에서 향기가 나더군
그때 처음 참나무 숯 이란 걸 알았어
서른 즈음
대나무를 만나 불꽃을 피웠더니 하늘높이 치솟더군
아름다웠지 불꽃 속에 열정이 세상을 삼킬 듯이 타올랐어
마흔 즈음
조절되지 않는 분노가 숯 검댕이를 만들더군
방울 든 여인은 3재라 했고, 흰옷 입은 남자는 불꽃병이라 했어
쉰 즈음
어둠을 지난 침묵이 밖이 아니라 안을 보라 하더군
까만 밤이 되어서야 깨달았지 불씨가 불씨 인 것을
예순 즈음
타고 남은 재를 뒤적여보니 실한 놈 한 덩어리가 보였어
언젠가 책을 태워 만든 꿈이란 놈이 다시 날개짓하며 나를 일으켜 세우더군
일흔 즈음
손주녀석이 네모난 기계로 숯덩이를 화로에 옮기는 기술을 알려주더군
배우고나니 참 다루기 쉬웠지, 밥 맛도 좋아졌고
여든 즈음
불씨가 가늘게 눈을 깜빡이며 참나무 향을 내보내더군
3년 단위로 향기를 모아서 내기로 했어. 그 리듬이 나한테 맞았거든
아흔 즈음
주변 불씨가 하나 둘 사라지더니 나만 홀로 타고 있었지
신기하게도 증오가 없어지더군 사랑만 보이더라고
백 살 즈음
언제까지 빛날 줄 알았는데 결국 숯덩이가 재를 만나게 되더군
구슬픈 소리에 아래를 보니 세상은 아직도 불꽃놀이중이라
하얗게 부서지며 말했어 “사랑하라고!”
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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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태어나 물로 돌아가기까지 인생의 여정 속에서 찾아보는 불씨들..!
성경, 불경도 결국은 사랑과 자비의 핵심 언어로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듯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하다는 각오로 감상해 봅니다
[백년 불씨]의 멋진 작품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