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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도마 위의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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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갑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581회 작성일 2005-09-24 11:12

본문

칼 도마 위의 고등어
                                    글 /홍 갑선
부엌칼이
도마에 내려칠 찰라.
고등어는 체념한 듯
새파랗게 질려서 온 몸이 새파랗다

그리고
동공(瞳孔)은 풀려 있고 몸은 기절했다
어서 죽이란다
꿈쩍도 않는다
체념해 버렸다

사람들은 魚頭肉尾라 했다
내 머리가 맛있다 헀다
소 돼지는 꼬리라 했다
어차피 원망한 들  무엇 하나 힘이 있나

개 팔자는 보신탕용으로,
소 팔자는 소 머리 국밥으로,
돼지 팔자는 고사용 머리로 가는 것

뭐 덩치 큰 그들도 잘리는데
내가 뭐 대단하랴!
그래 팔자에 순응하고 살자!
時代에 순응하고 살자!

거두절미(去頭截尾)
어두육미(魚頭肉尾)
너희들 다 잘라 먹어라!

"오늘도 칼 도마에서 잘려나간
네 모가지는 내 모가지가 되었다"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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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현실의 도마위에 저를 올려 놓으셨군요.
죽이십시요.
죽어 이 한 몸 찌개의 향을 피우리다.
곱게 드시시오.
한 맺힌 가시가 목을 찔를지도 모르오.
휴=)))  선생님의 시를 깊이 새기면 새길수록 제 목이 서늘해지는 군요.
대화시에 깊은 교훈을 얻으며 물러 갑니다.
건승하시 오며 즐거운 주말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도 칼 도마에서 잘려나간
네 모가지는 내 모가지가 되었다"

캬.. 마지막 연이 쥑이는군요.
풍자시의 진면목을 보는 듯합니다.  ^.~**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풍자하시는
오늘의 홍갑선 선생님!!
늘 감동으로 머물다가 옳거니!!!
공감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최상효님의 댓글

최상효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사람들은 魚頭肉尾라 했다
내 머리가 맛있다 헀다
소 돼지는 꼬리라 했다
어차피 원망한 들  무엇 하나 힘이 있나

도마위에 고등어..
글 감상 잘하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양남하님의 댓글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엌칼이
도마에 내려칠 찰라.
고등어는 체념한 듯
새파랗게 질려서 온 몸이 새파랗다 "

표현이 멋 있습니다. 기지가 뚝뚝 용솟음 칩니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풍자한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오늘은 주일입니다. 즐겁게 지내세요.

정해영님의 댓글

정해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자신의 능력의 한계점을 맞기도 하지요.
그럴 땐 하늘 쳐다보고 땅을 쳐 보지만 결과는 체념이 기다리지요.
지금 그런 분들이 자주 눈에 뜨입니다. 내 주위에..
그런 심정을 칼도마위의 고등어의 심정으로 그려주셨군요.
희망이 넘치는 사회로, 건강한 마음들이 충만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님의 시는 역설적으로 부르짓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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