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기억으로 걷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yo/younock04.gif)
![](http://sisamundan.co.kr/gnuboard/skin/board/hp5_basic14/img/btn_email.gif)
본문
나무는 기억으로 걷고 / 강연옥
나무의 현실은 땅위에 못을 박고 서 있는 일이다. 비가 온 몸을 적시며 내려
갈 때마다 놋물은 땅 밑에서 잔뿌리로 갈라지며 굳어졌다. 어느 때고 바람은 불
어 잎사귀를 흔들지만 젖은 밑둥 녹슨 기억에 몸통이 욱신거리고 중심 잡으려
나무의 뿌리 굵어질 때 어떤 기억들은 햇살에 바래지고 부서지며 하나씩 나무
를 떠났다. 기억이 떠난 자리에 오랫동안 빗물이 스며들고 천둥소리를 모으는
흙들의 광물성 소리가 캄캄한 나무기둥을 타고 가끔 올라왔다. 멀리 걸어간 나
무들의 기억은 소나기 속에서 빗소리가 되거나, 파도 속에서 고독을 비비며 울
음이 되거나, 산과 산 사이에서 메아리가 되듯, 기대의 배경이 되어 돌아오곤
했다. 그런 날은 기억이 떠났던 자리마다 으으, 가지 뒤틀리는 소리가 났으니
까. 기억이 돌아와 기대와 비벼대는 관계의 냄새에 어둠 속에서 잔뿌리들이 꼼
지락 거릴지도, 벌레들이 흙냄새를 밀며 기둥으로 오르는지도 모른다. 아마 나
도 그랬는지 모르지. 기억으로 걸어가서 꾸물꾸물 미래를 기대하다가 순간 쩌
릿쩌릿 오금을 펴지 못하곤 굳어지곤 했으니. 여린 잎사귀 돋아나 나무는 또다
시 바람에 흔들리며 걸어갈 기억으로 잎사귀가 짙어질 테고, 나는, 그 나무 아
래 녹슨 발바닥으로 땅을 딛고서서 나무가 걸어간 기억을 더듬겠지.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wj/wjs2626.gif)
저도 한동안 나무가 되어 녹슨 물이 흘러간 밑둥을 바라보며
슬픈 자조의 미소를 머금고
그 자리에 서 있었더랬습니다. 멍한 눈으로.....
좋은 시향에 마비가 되어버린 오늘, 감사드립니다. 강연옥 시인님!!
장학기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eh/ehkjang.gif)
비슷한 취향으로 누구든 욕심을 부림니다만, 잘 가꾸시면 한상 충분히 가득한 예감입니다.
신현철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ne/networkshin.gif)
여린 잎사귀 돋아나 나무는 또다
시 바람에 흔들리며 걸어갈 기억으로 잎사귀가 짙어질 테고.....
강연옥 시인님 좋은글에 한참을 머물다 감니다..
언제나 건안 하시고 건필 하시길 바라며...^^*
장윤숙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si/signia2001.gif)
, 나는, 그 나무 아
래 녹슨 발바닥으로 땅을 딛고서서 나무가 걸어간 기억을 더듬겠지.
누군가로부터 심겨진 나무 한그루 ..푸른잎을 틔우고 눈비 맞으며 살았노니 .. 천둥번개 그 험난의 계절을 지나치기도 햇을테고 ..연녹새 푸름으로 행복하기도햇으리.. 아름다운 날에 하늘에 두둥실 떠 가는 뭉게구름 올려다보며 부러워했을일이고 .. 지나는 행인 발로 너를 툭 툭 건드리기도했으리라 ..하지만 묵묵히 내 삶이 그 자리에 못을 박고 ..뿌리를 내리고 ..몸통속으로 흐르는 수액의 원할함으로 ..오랜세월을 잘 버티엇노니.. 하늘이여 바람이여 .. 세월이여 나무의생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시인이여
그대의 아름다운 눈빛 시장에 담아 퍼 올리는 상념의 긴 사유는 오월속의 찬란함처럼 아름다움으로 승화라리니 .. 낮은데로 임하소서 .. 그리 운영지어진 삶의 한자락에서.. 내 생이 그러하듯 그 또한 그러하리니... 고운 글에 쉼하고 갑니다. 댓글에 누가 되지는 않을런지요 ^^ 깊은 사유를 생각해 봅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ye/yeon031099.gif)
나무의 현실은 우리 인간들의 삶과 같은것 같아요
고운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이순섭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po/poetnovel0612.gif)
나무는 떠나 가려는 것들은 모두 보내주지만 떠난 것들이 잘못되어 돌아와도 흔쾌히 받아주곤 합니다.
`나무는 기억으로 걷고` 잘 감상하였습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da/dan198.gif)
강연옥 시인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그 곳 작가님들 모두 잘 계시는지요?
반가움으로 인사 드립니다.
좋은 시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yo/younock04.gif)
네, 제주 작가님들 모두 잘 계십니다. 오랫만이네요.
그리고 정성어린 댓글을 달아주신 전온시인님을 비롯한
작가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구요. ^*^
이월란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wo/wollonlee2.gif)
잠시 기억으로 걷는 나무가 되었다 갑니다.
잠시, 단숨에 읽어버렸지만... 늘 그랬듯이 여운은 오래 갈 것 같습니다.
멋진 시 감사드리며 늘 행복하세요 시인님...
한미혜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hm/hmh4946.gif)
벌레들이 흙냄새를 밀며 기둥으로 오르는지도 모르는 관계속에서
그 냄새에 취해 올라올 그 기억들을 누르며 서 있는 나무의 그 너그러운
그늘에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 가득한 글 감사드립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yo/younock04.gif)
이월란 시인님, 한미혜작가님의 사진을 보노라니,
미소가 참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네요.
반갑구요.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시구요^*^
조용원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c1/c1905925.gif)
강시인님 오랜 만입니다. 제주식구들 너무 많이 보고 싶네요. 김시인님, 오교수님 잘계시는 지요. 항상 묵묵히 문단의 동량 역활을 하시는 강시인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안부전해주시고 건강 하시고 건필 하십시오,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