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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둘기와 햇살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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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1건 조회 2,048회 작성일 2006-07-14 22:12

본문

어제는 흑문조 모이를 사러갔다. 모이를 사가지고 돌아 나오는데 발 앞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포르르 내려와 부리가 아프도록 바닥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쪼고 있었다. 추위와 굶주림에 헛것이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맘이 앞섰다. 내 눈에는 도무지 먹을 것이라고 안보였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지난 번 눈이 내리는 토요일 오후 홀로 강가 선착장에 머물렀던 기억이 났다. 휘날리는 눈발 속에서 마냥 감성에 젖기 바빴던 내 눈에 띄는 비둘기들에게서 문득 배고픔이 느껴졌던 기억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비둘기들이 먹기 좋도록 식빵을 조각조각 자르고 과자를 주섬거렸다. 아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한강에 잠시 들려오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중국 복희씨가 거북의 등가죽 갈라지는 것을 보면서 길흉을 점쳤다고 했던가? 강가에 드문드문 얼어버린 한강의 얼음들이 이른 아침 따사로히 밝은 햇살 아래 거북이 등가죽 처럼 갈라져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늘엔 갈매기 떼가 유난히 따사로운 햇살에 군무(群舞)를 즐기고 있었다. 갈매기들의 여유로운 날개짓 사이로 산산히 부서진 햇살이 얼어버린 강물 위에 흩어져 내렸다. 차에서 내려 빵 봉지를 들고 비둘기들을 찾았다. 예전 같으면 원효대교 아래 가을 들녘 참새들보다도 갈대숲 사이 붉은오목눈이들보다도 더 만나기 쉬운 비둘기였건만 오늘 아침엔 어인 일인지 보이질 않았다. 혹시 지난 번 추위에 동사(동사)를 한 건 아닐까? 불길한 생각에 눈을 더 크게 뜨고 찾아나섰다. 마침내 아이들 놀이터 햇살 고이 비추는 곳 그 곳에서 비둘기들을 찾아내었다. 온몸을 웅크려 깃털을 재주껏 부풀린 채 학창시절 교련시간 교관에게 사열 받듯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었다.

반가운 맘에 비둘기에게서 좀 먼 곳이다 생각되는 곳에다 빵봉지를 얼른 풀어놓았다. 그런데 봉지를 풀어 빵조각을 다 쏟기도 전에 비둘기들이 헤쳐모여 하듯 몰려들었다. 순간 어찌나 무서웠던지, 서둘러 돌아서며 과자봉지를 마저 쏟았다. 다시 한 번 더 헤쳐모여들었다. 서둘러 돌아서다 고만 비닐봉지 하나를 떨어뜨리고 왔다. 비둘기들이 먹거리를 더 내놓으라는 의사인지 감사의 표시였는지 원을 그리며 내 주위를 빙빙 돌며 잠시 따라나섰다. 비둘기들에게 겁먹고 떨어뜨린 비닐봉지는 그 자리에 남겨두었다. 다시 돌아가 주워오려니 비둘기 떼가 무서웠던 탓도 있었지만 혹시나 영리한 비둘기들이 먹이를 더 주려고 내가 다시 다가오는 건 아닐까하는 기대감에 배신을 하게 될까 염려가 앞서서였다.

비둘기들에게 미안한 맘도 들었다. 조족지혈에 불과한 적은 양의 빵조각으로 굶주림에 지친 기억을 섣불리 되살려 낸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었다. 비둘기들이 추위를 잘 견뎌내는 吉兆(길조) 쪽으로 한강의 얼음이 갈라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다. 비닐봉지와 흐르는 강물을 두고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햇살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비둘기들의 등에 내려앉을 고마운 햇살이었으니까~~.

- 2004년 1월 어느 겨울 참 고운 아침에~~ -


************

겨울날 햇살은 고맙기만 했건만
여름날 햇살은 어찌 이리도 고약스러운지요.

묵묵한 태양은 변함이 없으나
변덕이 출렁거리는 제 심사가 얄궂은 거겠지요?

여러 문우님들
더위에 지치는 일 없이
박하향같은 향긋한 나날이시길 바랍니다... ^^*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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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은영 작가님의 <비둘기와 햇살>
을 보니 옛날에 한강이 떠오릅니다.
저가 서울에 살든 몇십 년 전에는,
노량진의 한강대교 근처에서 겨울 얼음이 얼면 구멍을 뚫고
의자 대신 상자에  앉아 고기를 낚았었습니다.
여름에는 그곳에서 해수욕 아닌 강 수욕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둘레가 그 흔적도 없으니 왠지 허전함을 느낍니다.
좋은 글 감상하며 지난날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옛날 복희씨가~~~주역의 시초를 말씀 하시는 군요. 흑색조를 키우시는 군요. 하하하. 그런데 비둘기 때문에 무서움에 빠졌으니.... 마음이 참으로 섬세 하십니다. 그려..한 때, 아마 이십대가 되기 전 일 것입니다. 주역에 빠졌다가. 다시 성리학에 빠져 있든 젊은 시절이 생각 납니다. 행복한 주말 맞으시길 바랍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이 비단결이군요.
일부러 비둘기 모이를 만들어 한강을 찾다니... ^^
이런 마음들이 모이면, 좀더 살 맛 나는 세상 만들어지겠지요. ^^

박영춘님의 댓글

박영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은영 작가님^*^
님의 고운 마음을 사알 ~ 짝
들여다 보고 갑니다
누구나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풀어 놓으셨습니다
마음이 천사십니다
님의 고운 글에 쉬어갑니다
편하고 고운 주말이 되시어요^^*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은영 수필가님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많을 뿐 아니라
동물에 대한 사랑도 지극한것 같습니다.
샘물처럼 솟아나는 사랑은 한이 없는것 같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사한 햇살이 내리쬐는 그 겨울날의 빵 조각은 분명 새들에게는 박하향보다는
더 고마웠던 것이지요...!!      무더운날,  작가님의 글에 시원한 박하향을 느껴보면서....건강조심하세요 ^^~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원진 시인님, 꽃목걸이처럼 알콩달콩 엮어가는 사랑이야기 잘 읽고 있답니다. 남겨주신 흔적 감사드립니다. / 손근호 발행인님, ㅎㅎ~~, 저보다 더 고수이신 것 같네요. 저는 그냥 잡학일 뿐인 걸요? 늘 밝고 활기찬 모습에 감사드린답니다. ^^* / 김태일 시인님, 지난 번 청노루 글은 너무 예쁘게 읽었습니다. 글에 빠져있다가 차마 꼬리글을 달지 못하였답니다. 그 순간 제가 눈이 동그란 노루를 마주한 느낌이 들어서요.. ^^*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영춘 시인님, 비가 오는 날 하루 종일 책씨름을 했더니 이젠 어질하기까지 하답니다. 남겨주신 말씀에 기운이 펄펄 나고 있으니, 어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박시인님은 저보다 더 편하고 고운 주말이시길 바랍니다. ^^* / 김영배 시인님, 부끄럽습니다. 세상 모든 만물로부터 사랑은 오히려 제가 받고 있는 걸요. 연휴 밝고 뽀송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 김석범 시인님, 저녁에 창가 한 번 열어보세요. 제가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보내드릴테니까요. 행복한 밤 되시길 바라며 감사드립니다.  ^^*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늦게 뵙습니다.
출장으로....
오는 길 장마가 장난이 아닌..
어마어마한 빗줄기..
우리 작가님들 장마에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임남규님의 댓글

no_profile 임남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렇게 고운 맘씨
어떻게 담고 계시는지 갈켜 주시면 고마울텐데요. ㅎㅎ
장마 눅눅한 날들입니다.
건강 하시고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영근 시인님, 임남규 시인님...
아침에 비가 멈짓하는 모습을 만났습니다.
여간 반가운게 아니었습니다.
날씨가 개어서 모든 사람들이
하루 빨리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면 해봅니다.
두 분에게 감사드리면 행복 빌어드립니다.
아부라카타부라~~ 힘내라! 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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