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일기 /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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陶亭/오영근
날씨가 흐리다
마치 눈이 올 것 같은데 하늘은 그저
찌푸린 시어미 같은 표정 뿐
눈은 오지 않는다.
커피 한 잔이 문득 생각나 물 컵에 타서 마신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물 컵이 나를 바라본다.
아니
물컵에 그려진 아이인지 아가씨인지 모를
소 눈깔 만한 눈만 왜곡되게 그려진
비 대칭의 얼굴을 한.. 국적도 모를
앙증스럽기도 하고 천박하기도 한 여자가 나를 바라 본다.
“무에.. 그렇게 슬프세요?
인생이란 게 본시 그런 게 아니든 가요?
때로는 기쁠 때.. 슬플 때가 있는 법,
무에 그리 폼을 잡고 서 계셔요?
슬플 땐 친구를 부르셔요~!”
습한 날에는 물기의 입자가 낮게 떠돈다.
비 오는 날 커피의 향이 짙은 것도
커피 향의 입자들이 낮게 떠돌기 때문
비 오는 날 먹는 술 맛이 죽여 주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의 영상.. 혹은
추억 속에 있는 사랑하던 사람의 영상.. 그 입자들이
넋이 되어 하늘을 떠 돌다 지상으로 낮게 내려와
술 잔에 머물기 때문 이라는 것,
찔라닥 거리며 사느니 차라리 詩를 쓰고 싶다는
절박했던 젊은 시절에 깨달은 인생의 이치 였슴을……
나는 독한 술 한 잔을 마신다.
술만 먹으면 어머니를 개 패듯 패는 아버지가 싫어서
맏 아들 인데도 신혼여행 때
제주도서 혼자 비행기 타고 도망친 친구 놈……
젊은 날 이곳으로 보따리 싸서 내려가는 내게
언제든 캐롤 킹의 You’ve got a friend 를 들으라던……
그럼 단 숨에 달려가마 고,,,
“You just call …..Out my name ……when you know …that ever I am ….
I’ve come running …to see you again…………”
아주 늦은 친구 여동생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오빠가 병원에 당뇨 병으로 입원 했어요!
발가락이 썩어 들어 가서……발목을 잘라야 한데요!
당뇨에는 술이 독약 이라는데……혼자서 매일 술을 드셨나 봐요!”
“씨.푸.얼.놈~!”
내가 할 일이란 그저 술 한 잔과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 뿐
나는 새끼들 하고 사느라 연락도 못 했다만..
넌 어찌 발가락이 썩도록 전화도 한 통 안 했느냐는……
내일.. 서울행을 결심하며 술 한 병을 더 꺼내며
나에게 내가 묻는다
“너...... 이제 술을 끊어야 하겠지?........”
.........나는 대답 한다……
“천만에…!...........”
댓글목록
오형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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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십시요^^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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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의 글을읽으니 인생이그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닫게하니다.....쉬운것같으면서 어려운것 이것이 우리의 삶인것같습니다...
휴일늦은밤에 고운글에 머물다갑니다.....감사합니다...
목원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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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서 혼자 비행기 타고 도망친 친구 놈…… >
저는 18살에 혼자 배를 타고 서울로 갔었습니다. 비행기만 다를 뿐 비슷한 글에 공감이
같이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벗 찾아 강남이 아니라 서울로 다녀가시는 걸음 아름답습니다. 행운을 기원합니다.
방정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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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경험한 글(시)인지...
이 시에 참 많은 인생과 그 인생 속 여정이 담겨져 있네요...;;
편안하게 시만 쓰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저도 있는데, 지금은 행복한지 자문하면
그렇다고 대답을 못하겠네요...인생이 왜 이런지...그래서 계속 시를 쓰는지는 모르죠... ^^
행복 만들어서 누리십시오! ^^
홍갑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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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 시인님다운 시입니다
유유 자적한 시어들, 잘 구성하며 써 내려간 시에 틀,
역시!
자주 출입하세요 오대감님,
고을 시인들이 기다립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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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나마 시인님의 잡문 아닌 잡문을 읽고 숙연해집니다... 삶이 바로 이런 것인가 봅니다.. 또한 남자분들의 우정은 역시 저희들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런 귀한 뿌리로 얽혀져 있다는 사실... 다시 한번 절감하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럴때... !
비오는 날의 커피의 향 - 詩를 쓰시는 시인님
비오는 날의 술 맛 - 詩의 맛
입자가 낮게 내려와 술잔에 머무는 영혼 을 쓰는 시인
술을 끊어야 하겠지 ?"
천만에 ... !"
글 내용은 애석한 연민의 정이 사뭇쳐 있으나 ... ! 시인의 글감은 사뭇침의 멋에 사뭇칩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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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들 감사 드립니다...남은 겨울 잘 들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