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가을 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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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면
가을 산은 어머니의 가슴을 닮아 있다 했는가?
가을의 산사는 해진 바랑 하나 걸머진 아들을
가슴에 품는 어머니처럼 그저 웃는 듯 마는 듯
사람들을 맞는다.
천 년의 세월……
천 번의 가을을 보내고 맞이하는
범종 각 맞배지붕에는 검버섯 같은 이끼와
경내에 향냄새가 그윽하다
물푸레나무, 배롱나무, 정향나무,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나무들이
서로 등을 두드리며 고만고만 서 있다.
언제였던가?
사는 게 먹먹하여 이곳을 찾았던 것이……
마음단속 못해 무작정 이곳을 찾았던 때가……
귀 막고 고집 부리는 아이처럼
내 안에 돌담을 쌓던 시절,
石燈에 누군가가 불을 켜 놓았다
염원을 담은 초심이 가늘게
합장하며 굴신하는 여인네의 뒷모습을 닮았다.
천 년 전 어느 무명의 석공이 혼신의 힘으로
돌에 먹줄을 놓고 나무심에 물을 멕여
단단한 돌을 정성껏 다듬었으리라……
일찍이 돌을 깎는 일을
도를 닦는 일과 같다고 했던가?
단순한 듯 단정함……. 어긋남 없는 단호한 대칭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
혹은 어머니의 가슴을 생각 했으리라……
계절을 보내고 또 계절을 맞이하며
그도 나처럼 이 자리에 서서
석등을 오래도록 바라 보았을까?
대웅전 처마의 풍경 소리도 들었을까?
콧등이 알싸하게 아려온다.
향 냄새 때문이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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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나는 사람
도 정 / 오 영 근
산사에 들어
국화 차 한 잔을 마신다.
은은한 향기를
가을 추억처럼 입술에 묻힌다.
속세를 떠난 향기 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찻잔에는 풍경소리가 머물고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목어
그 눈망울이 가을처럼 번지는
내 잔에는 냄새 나는 투정과
지난 가을 떠나 보내지 못한
때묻은 추억들뿐이지만
그에게서는 향기로운 향이 난다.
나도 누군가에게 찻잎 같은 사람이고 싶다.
정 한으로 뒤척인 마른 세월
그의 가슴 빈 잔에 어우러져
풍상의 살점 우려내고 싶다.
그 향기 입술에 거둘 때
향기 나는 추억 같은
그런 사람이고 싶다.
<06 가을, 빈 여백>
댓글목록
김성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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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향기나는 시인의
향기나는 시...
감사합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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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 공감하며 깊이 빠져드는 이유는요?
누구나의 삶은 닮은꼴이라서 일까요?
고운 시향에 젖었다 갑니다.
환절기에 늘 건강하시길요.~~^^*
김옥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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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해오는 시향에 취하는 가을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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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고 없으시죠? 오래간만에 산사에 들려 지난날을 돌아보며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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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인님들 반가움과 감사 하는 마음으로 인사 올립니다.
이 가을 잘 들 보내시길 바라며,
좋은 글들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오영근 올림.
朴明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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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燈에 누군가가 불을 켜 놓았다
염원을 담은 초심이 가늘게
합장하며 굴신하는 여인네의 뒷모습을 닮았다.
천 년 전 어느 무명의 석공이 혼신의 힘으로
돌에 먹줄을 놓고 나무심에 물을 멕여
단단한 돌을 정성껏 다듬었으리라……
일찍이 돌을 깎는 일을
도를 닦는 일과 같다고 했던가?
단순한 듯 단정함……. 어긋남 없는 단호한 대칭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
혹은 어머니의 가슴을 생각 했으리라……
계절을 보내고 또 계절을 맞이하며
~
느낌 새김 해 봅니다
향그로운 가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