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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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오영근
장날이면
지팡이와 걸 망태를 메고
덕개(德介)할아버지가 오셨다
칡 넝쿨로 엮은 망태 속엔
토끼, 강아지, 병아리 같은 작은 목숨들이
호미, 낫, 까꾸리 같은 살벌한 연장들과
함께 들어 있곤 했다.
어린 나는 늘
그 망태 속이 궁금하여
할아버지 곁을 따라 다녔다.
내 키보다도 더 큰 명아주 지팡이는
할아버지의 합죽 웃음처럼 가벼웠지만
그 가벼운 몸으로 또 한 사람의
사윈 삶을 부축하였다.
덕개(德介)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정인(情人)이셨다.
소싯적 혼자되신 할머니는
장날마다 손수 빚은 술독을 애지중지 했지만
아버지는 걸핏하면 술독을 깨 버렸고
나는 담벼락에서 숨을 죽였다.
할아버지가 다녀가신
수수깡 울타리에 어둠 짙은 밤이면
남폿불 냄새 나는 이불 속에서도
할머니의 타령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덕개(德介)바다에 어허 얼싸 찬바람 분다"
"얼싸 좋네! -- 하~좋네 군밤이여! ---"
"에 헤라 생 률 밤이로구나!"
2006,09
댓글목록
오형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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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상들이 그려지는군요
신명난 군밤타령에 들썩이다 갑니다
좋은밤 되세요^^
김상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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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에서도 뒤척이는 할머니의 타령 -
목숨만큼이나 질긴 사랑입니다 !
오! 애재라.
한미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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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말 안들으면 잡아가는 망태할아버지!
그 망태 속에 들어 있는 토끼!
덕개바다에 부는 찬 바람*
바람이 불어불어 그 분에게도 살랑거리기를 기원하며^^*
정영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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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속에서 살벌한 연장들이 여리고 작은
목숨들에게 해나 끼치지 않는지..
걱정하며 따라 다녔을 것 같네요.
글 뵙고 갑니다 오영근 시인님.
윤복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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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혼자되신 할머니의 사랑이 생각나는 고요한 밤입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멋진글 대하고 갑니다
잘계시지요
김희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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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기억들이 세상살이에
많은 추억이 되기도 하고 가슴아린 상처가 되기도 하지요.
이 글이 제겐 어쩐지 가슴 싸아~하게 하네요
늘 건강한 일상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웃음 가득하시구요...^^*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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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타령소리에 가을의 쓸쓸함도 내려 앉는것 같네요..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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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추억이 우리 삶에 가장 의미가 있는 것 같더군요.
힘들었을 때, 어려웠을 때의 경험이 우리의 삶을 더욱 살찌우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