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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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월란
누군가의 몸 속엔 금침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나의 몸 속엔 가시들이 떠돌고 있다, 유독한 위산에도 삭아내리지 못한 것들, 혈관 속에 길게 누워 종이배처럼 한가로이 떠다니다 언어의 물숨을 타고 내려와 숨가쁜 詩가 되기도 했던, 환형동물의 극모를 닮은 고슴돛의 극침같은 것들
어느 날은 모로 박혀 혈관을 찌르기도, 가슴벽의 여린 살점을 긁어내기도 한다. 목젖까지 차고 오르기도, 응어리되어 턱 막혀버리기도 하는 매맞은 멍울들, 얼마나 많은 미운 사람들을, 얼마나 많은 싫은 소리들을 씹다가 뱉어냈으며 여린 잔뼈들이라 바수어 삼키기도 했었나
내 가슴 감싸기 위해 밤송이처럼 돋친, 철망으로 세운 바잣문 안에 수수깡같은 덤불로 쌓아 올린 젖내 나는 초막집은 아직도 지어지고, 살아 있어 내게 온 것들은 찬바람조차도 얼마나 눈물겨운 것들일진대. 스산한 가슴의 빈터에 내리 꽂혀 가시꽃을 피우기도 했을 뒤안길
가시 많은 생선을 발라먹다가 숨구멍 막으며 캑캑거리기도, 마른 밥덩이를 목구멍에 쑤셔넣어 보기도, 포르말린 냄새 지독한 수돗물을 꿀꺽꿀꺽 삼켜 보기도 했었으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늘 즐겨먹는 등 푸른 생선의 굵지도 못한, 삼켜지리라 쉽게 속았던 그런 삶의 거스러미들
늘 생선가시가 되어 목구멍에 턱 자리잡은 것들이
마른기침이나
마른 밥덩이나
혹은 소독되지 못한 수돗물로도
삼켜지지 못하고 숱한 잔뼈들로 자라나
흰피톨을 돌고 돌아도 배설구를 찾지 못하는
절망과, 어이없음과, 부질없음의 이름으로도 기꺼이 자라난
체절마다 박힌 어리석은 나의 가시목들
2007.8.9
댓글목록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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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시목은 다가지고 있는것같습니다...
이것을 제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임춘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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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내가...
정말 가시없이 발라 그 입에 넣어주고픈데
내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내가 사랑하는 그들에게 가시가 되나봐요.
아마도 그들은 지금....내가 가시목일지도...
목원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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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사람들의 표현 중에,
"당신의 말 속에는 가시가 있네요" 라는 말도 이따금 합니다.
장미는 그 아름다움을 가시로 무장하고, 고슴도치는 온몸 가시로 덮치어
큰 동물의 먹이로부터 제 몸을 지키고 있네요. 인류는 먼 옛날엔 손과 발에
가시처럼 날카롭게 돋았었고, 이 齒牙도 송곳 이는 더 길어 산돼지와 겨루었다 합니다.
지금은 2족 보행의 결과 긴 날을 두고 뇌의 발달로 핵무기까지 만들어 고의적으로 터 트리든,
실수로 폭발하든, 갖은 전 핵을 폭발시키면, 지구 위의 전 생명을 7번 말살하고 도 남는 정도의
살인 아니 살명 도구(가시)를 갖고 있는 실태이라 합니다. 한탄스런 현재의 지구 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인님의 가시는 그 소우주의 혈관을 맴돌아 여러 가지 소스와 스파이스를 함께한 멋진 시어로 탄생합니다.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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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도 늘 가시가 따라 붙지요
인간에게 가시를 하나씩 주시는 것은
그때마다 겸손 하라는 절제의 문턱 이지요.
보이지 않는 가시를 지니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가시도 사랑해야 하는 자신의 운명입니다.
서로 사랑 한다는 일은 어쩌면 서로의 가시를 교환해서 나누어 갖는 일인지도......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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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목이 몸 속에서만 맴돌지 않고 몸 밖으로 빠져 나오는 날
뭉개구름 탐스럽게 피어나 하늘에 두둥실 떠 다지고 있습니다.
`가시목` 잘 감상하였습니다.
방정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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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속을 누비는 가시! 하지 말아야 할, 있어서는 안 될 그런 가시들이 내 목을 누르고 있습니다!
이 나를 꾹 누르는 가시목이 시원스레 나오는 날, 나는 다시 태어나는 거겠죠! ^^
내 존재를 다시 반추하게 하는 가시목! 잘 봤습니다.
이필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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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에게 박혀있는 가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멋진 글' 잘 감상했습니다.
시인님, 건강하게 계시지요?
늘 행복한 시인님 되시기를 기원할게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황선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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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요. 사람몸에도 항상 아킬레스 처럼 존재하는 가시가 존재합니다.
시인님의 일깨워짐 다시 한 번 보며 나를 보고 갑니다.
고운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