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의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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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364회 작성일 2019-10-14 07:26본문
엄니의 부지깽이
조소영
부지깽이나물만 부지깽이가 아니다
한 시절 훈육의 연장
부엌살림과 희로애락을 같이했던
엄니의 한풀이 도구였다
삭정이도 아닌 가느다란 나뭇가지 하나가
불에 어르고 다르며 불에 데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불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그의 힘이었다
밥이 끓어 넘치고 뜸 드는 소리에
가슴 달그닥거렸던 시절
소죽 끓는 애달픈 노랫가락이 스민 지휘자
피카소가 되기도 하고
때론 길을 묻는 곳을 가리키기도 했다
눈코 뜰 새 없던 추수의 계절
콩단을 털거나 깨단을 털어내는 도리깨질로 바빴다
묵을 쑤고 쩡쩡 얼어붙은 겨울 엿을 고고
음력 섣달그믐,
명절 준비로 처마 끝까지도 바빴을 시절
안 쓰는 방에 군불을 지피고
뒤란 솥뚜껑에 누름적 부칠 때도
얼마나 분주했을지
엄니의 머리에 쓴 하얀 수건이
그을린 자국이 말해주듯
검게 탔을 엄니의 속
어느새 새해의 해는 정지문 앞에 와 있고
그 시절 아궁이는 활활 그리움으로 타고 있는데
엄니의 부지깽이는 약해질 때로 약해져
키가 반으로 줄었다
조소영
부지깽이나물만 부지깽이가 아니다
한 시절 훈육의 연장
부엌살림과 희로애락을 같이했던
엄니의 한풀이 도구였다
삭정이도 아닌 가느다란 나뭇가지 하나가
불에 어르고 다르며 불에 데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불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그의 힘이었다
밥이 끓어 넘치고 뜸 드는 소리에
가슴 달그닥거렸던 시절
소죽 끓는 애달픈 노랫가락이 스민 지휘자
피카소가 되기도 하고
때론 길을 묻는 곳을 가리키기도 했다
눈코 뜰 새 없던 추수의 계절
콩단을 털거나 깨단을 털어내는 도리깨질로 바빴다
묵을 쑤고 쩡쩡 얼어붙은 겨울 엿을 고고
음력 섣달그믐,
명절 준비로 처마 끝까지도 바빴을 시절
안 쓰는 방에 군불을 지피고
뒤란 솥뚜껑에 누름적 부칠 때도
얼마나 분주했을지
엄니의 머리에 쓴 하얀 수건이
그을린 자국이 말해주듯
검게 탔을 엄니의 속
어느새 새해의 해는 정지문 앞에 와 있고
그 시절 아궁이는 활활 그리움으로 타고 있는데
엄니의 부지깽이는 약해질 때로 약해져
키가 반으로 줄었다
추천3
댓글목록
정윤호님의 댓글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흠~ 코에 익숙한 냄새와 그리움의 소리입니다,
조 시인님 정서의 깊숙한 곳이겠습니다.
저벅거리고 딸각거리며 누군가를 부르고 가열된 솥안의
김새는 소리, 도마질 소리, 밥상위의 수저 놓는 자그락 소리, 마당 밖
개짖는 소리에 한 번 씩 움무~ 외양간의 황소 쩔렁이는 쇠방울 소리
사랑방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멀리 들리는 아가 울음소리.
사실 이곳은 우리 모두의 고향이자 어머니인 것이지요.
오래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조소영님의 댓글의 댓글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이 계절에 건강하시죠?!
얼마전 딸아이 출가 시키느라 좀 더
분주한 시간을 보내다가
다행히 건강도 좋아지고 있어서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댓글에서
늘 듣던 익숙한 유년에 기억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건강하시고 건필을 바라겠습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정윤호님의 댓글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사를 치르셨군요. 건강도 회복하신다니 경사입니다.
가내 두루 평안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