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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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1,825회 작성일 2010-11-22 15:50본문
김혜련
심장이 간헐적으로 멈추는 증세만 없었어도
Jp양문형 냉장고는 어둠을 방류하는 낯선 계곡에서
겨울비를 맞고 서 있지 않아도 될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관장을 당한
장기들이 우렁우렁 눈물 같은 독백을 한다
냉장고를 향해 무책임하게 욕하지 마라
달밤에 춘정으로 뜨거워진 몸
주인 눈 피해 멱 감으러 나온 게 아니다
가슴은 뜨거운데 평생 차가운 몸으로
살아야 하는 서글픈 운명에 반기를 들고
철없이 가출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시절 내내
심장에 무리가 될 만큼
쉼 없는 펌프질하며
장기 가득 채워진 음식을
차갑게 차갑게 갈무리해온 죄밖에 없다
차가운 겨울비는 어쩌면 그 동안 꿈꾸지 못했던
뜻밖의 횡재인지도 모른다
밤새 겨울비를 맞고 있어도
심장은 활활활 뜨겁기만 하다.
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임무를 마치고 버려진 냉장고
한때 검은 봉지, 흰 봉지로 가슴을 불태웠던 그때 ..
아, 그 시간으로 돌이킬 수 만 있다면...
박효찬님의 댓글
박효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득 실랑 선배님이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내일 만남을 갖는 그 분이 생각납니다
내 첫시집에 [그분]이라는 시의 주인공이신 그분
한 때는 음악가로써 화려한 시간도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국민 애창 1위곡을 작곡도 하셔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머리속을 떠나질 않는답니다
시인님도 건강 쾌유하시길 빕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진 문명의 이기 입니다.
온갖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서
그렇게 방치되고 말았네요,
무심한 인간의 방종일까요
아름다운 시향이 저의 가슴을 덮히고 있네요.
조규수님의 댓글
조규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 처럼 느껴집니다. 겉으로 웃음짓고 속으로 눈물 흘리는 ...... 즐감했습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김석범 님, 박효찬 님, 전*온 님, 조규수 님, 소중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힌때는 멋진 디자인과 유명 메이커라는 우월감으로 잘나가던 때가 있었던 대형냉장고가 시린 겨울 계곡에 버려져 있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어찌 보면 고려장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정리해고된 근로자 같기도 하고 등등
조현희님의 댓글
조현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용가치를 잃으면
가차없이 버리는 게 인간의 마음이지요.
그것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그래서 늘 사람들은 새롭고 싶어 하는가 봅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조현희 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요즘도 현희 님께서 주신 '두시언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