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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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867회 작성일 2009-10-28 16:41본문
10월의 숲에서
정 영 숙
유난히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숲은 이제 막 긴 침묵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곱게 물들어 가는 숲의 모습이야 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다. 불과 이틀 전에 머물다 갔었건만 그 때의 모습은 어디가고 더욱 깊고 성숙해진 모습이다.
이맘 때 산길은 여름과는 또 다른 선물을 선사한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삶의 역동성을 일깨어 주었다면 지금의 숲은 삶의 감사함을 일깨어주는 것 같다. 누가 봐주길 애써 기대하지 않았을 텐데도, 울긋불긋 저마다의 빛깔로 곱게 물들어 가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찬 상수리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들이 비친다.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나의 눈에 선명히 각인된다. 동시에 내 뜰 안의 옅은 그늘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그 고운 햇살로 가득 찬다.
한 걸음 한 걸음 더할 때 마다 찾아드는 마음속의 평화로움, 내가 숲을 찾는 이유 중에 하나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나뭇잎이 후두두 떨어져 나린다.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떨어져 나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왠지 경외심이 느껴진다. 떠나야할 때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욱이 최고의 위치에서 욕심을 버리고 떠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뭇잎은 아름다움의 절정에 순간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그들의 이별이 더욱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숲 속에 머무는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삶에 지치고 힘겨운 사람들,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 잔인한 일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10월의 숲을 찾아들어 맑은 영혼을 얻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아무리 나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렇듯 아름다운 숲에 머물다보면 한 마리 순한 양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산을 내려오는 길, 작은 억새 군락지가 눈에 띤다. 태양을 향해 꼿꼿이 서서 은빛으로 빛나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서걱이며 뉘를 기다리나!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숲은 내 영혼의 쉼터다. 인간살이에서 상처를 입고 힘들어할 때마다 내게 유일한 안식을 찾아주는 곳. 나는 오늘도 이 아름다운 가을 숲에서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감사함을 느끼며 하산한다.
정 영 숙
유난히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숲은 이제 막 긴 침묵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곱게 물들어 가는 숲의 모습이야 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다. 불과 이틀 전에 머물다 갔었건만 그 때의 모습은 어디가고 더욱 깊고 성숙해진 모습이다.
이맘 때 산길은 여름과는 또 다른 선물을 선사한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삶의 역동성을 일깨어 주었다면 지금의 숲은 삶의 감사함을 일깨어주는 것 같다. 누가 봐주길 애써 기대하지 않았을 텐데도, 울긋불긋 저마다의 빛깔로 곱게 물들어 가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찬 상수리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들이 비친다.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나의 눈에 선명히 각인된다. 동시에 내 뜰 안의 옅은 그늘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그 고운 햇살로 가득 찬다.
한 걸음 한 걸음 더할 때 마다 찾아드는 마음속의 평화로움, 내가 숲을 찾는 이유 중에 하나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나뭇잎이 후두두 떨어져 나린다.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떨어져 나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왠지 경외심이 느껴진다. 떠나야할 때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욱이 최고의 위치에서 욕심을 버리고 떠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뭇잎은 아름다움의 절정에 순간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그들의 이별이 더욱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숲 속에 머무는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삶에 지치고 힘겨운 사람들,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 잔인한 일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10월의 숲을 찾아들어 맑은 영혼을 얻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아무리 나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렇듯 아름다운 숲에 머물다보면 한 마리 순한 양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산을 내려오는 길, 작은 억새 군락지가 눈에 띤다. 태양을 향해 꼿꼿이 서서 은빛으로 빛나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서걱이며 뉘를 기다리나!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숲은 내 영혼의 쉼터다. 인간살이에서 상처를 입고 힘들어할 때마다 내게 유일한 안식을 찾아주는 곳. 나는 오늘도 이 아름다운 가을 숲에서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감사함을 느끼며 하산한다.
추천6
댓글목록
손종구님의 댓글
손종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저도 빈 시간 있을 때 마다 학교 뒤 신어산을 자주 오르곤합니다.
오를 때 마다 항상 새로움과 만나지요.
그리고 가을 산 가을 숲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공감합니다..잘 읽었습니다
김순애님의 댓글
김순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절마다 아름다운 숲이지만
10월의 숲은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하여 가슴이 저릿 저릿하지요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 10월의 숲에서 > 흠뻑 쉬어 갑니다
반갑습니다 정영숙 작가님.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는 오늘도 이 아름다운 가을 숲에서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감사함을 느끼며 하산한다.>>네.. 10월의 숲 향기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