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을 찾아 오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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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변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501회 작성일 2011-04-25 21:41본문
농장을 찾아 오는 친구
소정변정임
집 앞 횡단보도를 지나 경사진 길을 몇 발자국 오르다 보면 매일 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 우리 집 농장이 있다. 비록 땅 주인은 아니지만 애지중지 가꾸고 유일한 아이들 체험학습장이기도 하다. 사방으로 집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오로지 산밖엔 안 보이기 때문에 자그마한 산짐승이 왔다 갔다 한다. 그 중에도 매일 같이 재잘거리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종달새 인 것 같다. 움푹 들어가 있는 그 곳에서 새들의 재잘거림을 듣고 있노라면, 찌들은 사념이 없어진다. 은쟁반에 물방울 흐르듯 청아한 음은 탄산음료를 혀에 댄 느낌이랄까?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그 목소리는 흉내 내는 것도 힘들어 듣고서는 그냥 웃어준다.
추억거리가 많은 나의 고향은 뒷산을 가까이 두고 앞이 훤하게 터 있는 산골마을 정류장 바로 윗집이었다. 앞개울 내려가기 전 커다란 동네 이장里長같은 거목은 늘 든든하였다. 온갖 새들의 보금자리를 마련 해주고 마을 사람들에게 잘 생겼다고 늘 덕담을 들어왔었다. 그 옆에 우리가 서면 함부로 둥지를 건드릴까.재잘거리는 노고지리는 천방지축인 개구쟁이가 두려웠을 것이다. 거기만 사는 게 아니였다. 봄이 시작되는 삼월이 지나면, 온 마을이 은은한 경음악의 연주장이 된다. 뒤뜰 어디서나 들리는 합창을 듣고 성장하여 지금쯤,나에게 글을 사랑하는 아낙으로 북돋운 것이 아닐까 싶다.
자연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는 산을 끼고 흙을 밟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내 년엔 그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갑자기 아파트가 들어서고 부근 환경의 따라 도로가 확장되기 때문이다. 밭 허리에 작대기를 박고 빨간 끄나풀을 동여매어 표시를 한 것을 보면 조짐이 안 좋다.
아침저녁으로 드나들던 그곳엔 아이들의 정다운 친구가 살고 있는데 힘없이 사라지는 언덕배기 밭이라 생각하면 아쉽다. 밭 끄트머리는 살아있겠지만 걔네들이 즐겨 노는 운동장 같은 나무는 베어질것인데 나로서는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다.
내일은 기필코 아이들을 데리고 농장에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곱상하게 생겼고 얄밉도록 사랑스런 종다리에게 마지막 대화를 해야지. 이쪽 마을에도 조경이 잘 되어 있으니 한번쯤 놀러오라고, 그리고 음식물 수거함 쪽엔 지렁이가 엄청나게 많아, 너희 새끼를 양육하려거든 어쩌면, 이곳이 더 나을지 모른다고 말이라도 꼭 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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